전날과 똑같은 자세로 스윙을 하고 있는데 공이 뜨지를 않는다. 사흘 전에 코치님이 말했다.
"열심히 하시니까 실력이 느는 게 보이네요. 이대로 꾸준히 연습하시면 되겠어요."
그 말을 듣고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듯 차올랐다.
'감 잡았어. 이제부터 실력이 쑥쑥 늘겠지.'
그러나...
바로 그다음 날부터 내 클럽은 헛스윙을 하거나 공 뒤쪽 바닥을 쳐대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고 싶었지만, 코치님이 며칠간 휴가였다. 왜 안 되는지 모르겠으니 잘 됐을 때 어떻게 했는지를 떠올려 보려 했으나, 그것도 잘 모르겠다. 지금 왜 공이 안 맞는지도 모르겠고, 그때 왜 잘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눈앞에 공을 쳐내기에 급급한 시간을 보냈다는 걸 깨달았다.
다음 레슨 때까지 그냥 쉬는 게 나을까 고민하면서 연습장을 갔다. 그냥 쉬는 것보다는 나름대로 안 되는 이유를 찾아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배웠던 걸 떠올리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기를 계속했다. 보통은 하루 안되면 다음 날은 잘되고 했는데 이번에는 며칠을 헤매기만 했다. 너무 짜증이 나서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생기도록 치는데 왜 이렇게 밖에 못 치는지 나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굳은살이 생긴 내 손바닥
골프를 처음 배울 때 7번 아이언을 잡고 배웠다. 그리고 한 달쯤 지났을 때부터 드라이버를 치기 시작했다. 드라이버는 7번 아이언 보다 길이가 길다. 길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드라이버만 잡으면 몸이 경직되는 느낌이다. 코치님한테 설명을 들으면 뭐가 문제인지 머리로는 알 것 같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아무리 해도 잘 안 돼요."
"괜찮아요. 될 때까지 하면 되죠."
레슨을 받은 날은 조금 되는 듯하다가 다음 날 혼자 하면 또 안된다. 약 올라 미칠 지경이다.
주말에 남편하고 같이 연습장을 가니 이런저런 부분을 지적한다.
"나도 알아. 나도 안다고. 아는데도 이렇게 밖에 안 되는 걸 어쩌라고. 나 그냥 그만둘까 봐. 두 달이나 됐는데 어떻게 이렇게 못 할 수가 있어!"
"자기야, 두 달 밖에 안된 거야. 겨우 두 달."
'두 달이나'를 '두 달 밖에'로 바꾸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졌다. 골프 시작한 지 두 달 밖에 안 됐다. 될 때까지 하면 된다... 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