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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Jul 16. 2024

브런치 글쓰기 2년, 보물창고가 생겼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기 시작(7월 15일)한 지 2년째 되는 날이다. 딸아이가 "엄마는 꿈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처음으로 내가 궁금해졌다. 내가 했던 일들, 내가 만났던 사람들, 내가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 정리해 보고 싶었다. 그때 내 눈에 띈 게 브런치였고,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보다는 내 삶을 정리하는 공간으로 브런치를 택한 거였다.


타인이 보는 공간에 내 이야기를 쓴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브런치에 다정한 벗들이 생기면서 조금씩 용기가 커졌던 것 같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놨던 이야기들을 꺼낼 때는, 다 지난 이야기를 구질구질하게 뭐 하러 쓰나 싶기도 했지만 왠지 써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야 다 떠내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글을 쓰다 보면 내 마음과 상대의 마음을 모두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나는 과거의 나와 화해를 했고, 현재의 내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첫 1년은 브런치라는 놀이터에서 즐겁게 놀면서 지냈다. 두 번째 1년은 쓰기보다 읽기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고, 브런치 외에 다른 공간에 글을 쓰기도 했다. 내 글이 인기글이 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안 좋은 댓글로 상처받는 일들도 생겼다. 그럴 때는 글을 쓰는 마음이 움츠러들기도 하지만, 그런 일들로 무너지기에는 내가 쌓아온 시간들이 제법 탄탄했던 건지 이내 괜찮아지곤 했다.


혹시 안 좋은 댓글로 마음이 힘든 분이 있다면, 내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계속 쓰라'는 것이다. 안 좋은 댓글이 달리거나 어디선가 거절받은 글을 쓴 다음에 마음을 다잡고 글을 썼을 때 좋은 평가를 받는 일이 많았다. 그러면 이전에 안 좋았던 건 다 잊히더라는.


2년이나 했음에도 잘 안 되는 게 '꾸준히' 쓰는 습관이다. 같은 시간에 같은 분량을 써내는 게 내 목표지만 본업이 아니다 보니 자꾸만 다른 일들에 밀리게 된다. 앞으로 1년간은 발행과 상관없이 날마다, 같은 시간에 글을 쓰는 습관을 만드는 걸 목표로 잡았다.


브런치 1주년에는 혼자 대학로에 가서 산책을 하고 연극을 한편 보고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사들고 와 막내딸의 축하를 받았다. 막내딸은 처음 내가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자신과 놀아주지 않고 글을 쓴다고 싫어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브런치와 오마이뉴스를 검색해 내 글을 찾아 읽기도 하고, 친구들과 선생님한테 자랑을 하기도 한다.


내 이야기를 다 정리한 뒤에는 주로 우리 가족 이야기를 썼다. 예전에 몇 번 갔던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어르신이 글을 쓰는 이유가 '우리 가족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서'라고 했던 말이 너무 멋지게 들렸다. 나도 우리 가족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마음으로 가족 이야기를 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은 일들을 주로 쓴다. 쓰다 보면 아주 작은 일상 속에 숨어있는 행복을 찾아낼 수 있다. 그래서 요즘 내가 느끼는 글쓰기는 '보물찾기' 같다. 내 글을 모아놓은 브런치는 '보물창고'이고.


조금은 다른 의미로, 오늘 동네에서 보물을 하나 찾았다. 저녁때 남편과 산책을 나갔다가, 정말 산책하자고 나간 건데 우리는 어느새 술집이 모여있는 번화가 쪽으로 걷고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많고 시끌벅적한 술집이 많은 이곳에서 손님이 별로 없고 분위기 좋고, 음식까지 맛있는 주점을 발견한 거다.



"나 글 쓴 지 2년 됐어."

"오, 축하해. 구독자 몇 명이야?"

"그런 건 묻지 말고, 내가 최근에 자기 얘기 쓴 거 인기글 됐잖아. 다들 자기 멋지다고 난리야."

남편은 기분이 좋았던지 한잔에 2만 원 가까이하는 술을 두 잔이나 마시라고 권했다. 나는  보물을 찾았다.


https://brunch.co.kr/@c1ac4f95da42467/660


날마다 내가 찾아낸 보물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보물창고를 보고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아침에 딸아이의 친구들이 밖에서 학교 가자고 부른다.

'와, 보물이다!

https://brunch.co.kr/@c1ac4f95da42467/640


남편이 욕실 수건대신 스포츠타월을 쓰자고 말했다.

'와, 보물이다!'

https://brunch.co.kr/@c1ac4f95da42467/657


한여름에 냉장고가 고장 났다.

'와, 보물이다!'

https://brunch.co.kr/@c1ac4f95da42467/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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