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린 뜨거운 감자튀김

다시 살아난 청춘

by 볕드는 이야기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쳇, 흔들려도 정도껏 흔들려야지.

내가 꽃인지도 모르고 흔들다 못해

송두리째 뽑아버리려는 건 아니었을까.

나의 20대는 그러했다.

사람들이 말하길

20대는 가장 아름답고 빛나고 찬란하고

뭘 해도 되는 나이라며

돌도 씹어 먹는 나이라며

고생은 사서도 할 수 있는 나이라며

그렇게 말했었다.

그러나 저 말들이

적어도 나에게는 순 거짓말들이었다.

평범하고도 어중간한 대학 시절을 지나

취업의 기로에 서 있었다.

친구들은 한둘씩 떠났고

나만 홀로 망망대해 위에 멍하니 서 있는 기분이었다.

함께 술이나 진탕 마시던 친구들이

언제 그렇게 준비하고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했는지

알 길이 전혀 없었다.

나는 여전히, 아직도

19살에 시간이 멈춰 있었다.

20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자연스럽게 세상과 멀어져만 가고 있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돌아봐 주지 않았다.

나는 그때도 여전히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정답을 알고 싶었다.

여태껏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만 열심히 하고 착실하게 살면

100점을 받는 줄로만 알았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니.

그럼 날 더러 어떻게 하란 말인가.

나는 단 한 번도

방법을 들은 적도, 배운 적도 없는데.

주위를 둘러보았다.

평일 내내의 고단함과 피로함, 불만을 품은 채

오매불망 주말만 바라보며 버틴다는 사람들,

다람쥐가 쳇바퀴 돌듯 기계가 되어버린 사람들.

내가 원하는 명쾌한 해답을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거지.

의문점만 더욱 선명해져만 갔다.

여느 날과 다름없던 날

나와 유일한 백수 동지였던

마지막 한 친구마저 취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순간 “축하해.”라는 말과 동시에

눈물이 흘러나왔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내 모습이

정말 싫고 어이없고 불쾌하기까지 했다.

그건 축하의 눈물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말 이제 나는 혼자구나.

정말 혼자구나.

그날 오후 과외 아르바이트를 가야 하는 날이었는데

정말이지 너무너무 가기 싫었다.

학생도 내 마음 같지 않고

내가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는 것 같아

이번 시험만 마무리하고 관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참에 조금 더 당기고 싶었다.

당일에 그만두겠다고 말할 깡다구는 또 없어서

힘든 발걸음을 내디뎠다.

학생이 감자튀김을 너무 좋아해서

어머니께서 간식으로

갓 튀긴 바삭한 감자튀김을 주셨다.

나는 입맛이 없어서 먹지 않았는데

학생은 너무 행복해하면서

감자튀김을 먹었다.

“감자튀김 맛있니?”

“네~ 선생님도 드셔보세요. 너무 맛있어요!”

그러면서 조잘조잘

학교에서 있었던 하찮은 일들을

나에게 들려주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터졌다.

감자튀김 하나에

저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행복, 참 별거 없었구나.

감자튀김을 먹고 싶은 만큼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나는

사실 꽤 행복하고 괜찮은 사람일까?

그날 이후

나의 세상은 여전히 똑같고 쉽지 않았지만

뜨거웠던 감자튀김이

잠시나마 내 마음 한켠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