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길을 좋아하는 이유

누군가의 온기가 남아있는 곳

by 볕드는 이야기

평온하고 한적하고 따사로운 시골길을 사랑한다.

한산하고 고요한 길 위에

맑은 새소리까지 더해지면

단숨에 이곳은 천국이 되어버린다.

오늘도 평화로운 시골길을 걷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낡디 낡은 박스 하나가 보였다.

뭐라고 글씨가 쓰여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허연색 무언가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해서

발길을 옮겼다.

허연색 무언가의 정체는

놀랍게도 새끼 강아지였다.

낡디 낡은 박스 안에

새끼 강아지가 버려져 있었던 것이었다.

세상에 태어나 눈도 제대로 뜨기 전

새끼 강아지가 처음 맞닥뜨린 감정은

두려움과 무서움, 그리고 외로움이었다.

온몸을 달달 떨면서

두렵고 무서운 감정을 표출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배우지 못했을 텐데

누구보다 강렬히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 눈을 보고

도저히 지나칠 수 없었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의 색이 순백색이라는 것도

망각한 채

새끼 강아지를 꼭 품에 끌어안고

무작정 집으로 데려왔다.

무작정 데려오긴 했지만

걱정이 물밀 듯 밀려오기 시작했다.

동물을 무서워하는 동생과

옛날 백구와의 이별의 아픔으로

절대로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는

할머니를 설득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길고 긴 설득 끝에

내가 매일 밥을 주고 똥을 치우겠다는 약속과 함께

우리 집 마당 한켠에서 키우는 것을

겨우 허락받았다.

시골에서는 동물을 집 안에 들인다는 것은

상상치도 못할 일이다.

그래서 기대를 크게 하진 않았지만

막상 마당 한켠 정도의 공간밖에

내어줄 수 없다는 사실이

내심 미안하게 느껴졌다.

대신

내가 더 큰 사랑으로

잘 보듬어주리라 다짐했다.

이름은 뚱이로 지었다.

시골에서 동물이 살졌다는 말은

칭찬에 가깝다.

잘 먹고 푸근하고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걱정과 다르게

뚱이는 온 지 일주일도 안 되어

금세 적응을 했다.

사랑을 주고 잘 먹으니

털에 윤기도 반지르르해졌고

이전에 사람에게 버려졌던 강아지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람을 따르고 좋아한다.

애교는 또 어찌나 많은지

이렇게 사랑스러운 동물은

난생처음이었다.

뚱이는

내가 집에 왔을 때 언제나

가장 먼저 나를 반겨주었고

집을 나설 때면

늘 가장 마지막까지

나를 바라봐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흘려보냈다.

유난히도 빠르게 흘러가는

너의 속도에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땐

우리의 시간은

어느덧 벌써 끝자락에 와 있었다.

그날의 새벽 공기는

유난히도 고요하고 잔잔하고 적막했다.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끝이 나기 전 한 달 동안

쉴 새 없이 너에게 물었었지.

너는 우리 집에 와서 행복했니?

매일 같은 공간, 같은 곳만 바라보며

나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삶이었는데

그래도 행복했을까?

속상하고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그날 새벽

어디선가 아주 작고 조용한 숨결 하나가

피어올라왔다.

뚱이가 나에게 속삭여주었다.

깜깜하고 무섭고 외로운 시골길을

싫어했어.

아무도 모른 채

내가 이 박스 안에서 조용히 사라져도 모를 것 같았거든.

적막한 이곳에서

하얀 물체가

내 눈에 빛처럼 비쳤었어.

순백색의 옷을 입은 천사인가?

나를 데리러 온 걸까?

순백색의 품이

너무 따뜻하고 따사로워서

어딘지도 모른 채

나도 모르게 포옥 안겨버렸어.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따뜻한 온기였어.

천국처럼 느껴졌지.

정신을 차려보니

너의 집이었고

나를 따스하게 품어주었어.

맛있는 음식도 주었고

예뻐해 주었고

아껴주었고

사랑해 주었지.

그렇게 우리는

10년을 함께 흘려보냈지.

맞아, 나는 늘

집 마당만 바라보며

너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기다렸지.

그런데 말야.

한 곳만 바라보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기다리는 일은

생각보다 더 행복하고

벅찬 일이었어.

나는 이제 시골길이 좋아졌어.

너를 만났던

따스하고 벅찬 길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