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발자 모드 속 일흔아홉 번째 이야기
혼자 살면 불편한 점. 캔을 따줄 사람이 없다. 손톱이 짧아서 원래도 캔을 잘 못 땄다. 독립하기 전에는 엄마가, 밖에서는 그가 따줬다. 이제는 안팎으로 혼자라서 따개 사이에 행주를 끼고선 캔을 딴다. 이 글을 쓰면서 우연히 찾았는데, 오천 원이면 만능 캔오프너를 살 수 있단다. 남자친구는 오천 원에 못 사니까 가성비 갑이다. 배송비가 아까워 아직 사지는 못했다.
가구를 살 때도 마찬가지다. 작년 연말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올려두려고 장식장을 샀다. 몇 해 전까지는 연말에 바빠서 트리 꺼낼 시간도 없었는데, 부쩍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트리를 세우고 조명과 오너먼트를 달았다. 소파에 누워 정면의 트리를 응시하고 있다가 뭔가 부족함을 느껴 트리보다 몇 배 비싼 장식장을 샀다. 며칠 후 배송기사님과 방문 시간을 조율했으나, 연말인지라 시간 맞추기가 여의치 않았다. 이때도 약속이 있었던 게 아니라, 연말 연휴에 엄마 집에 장기간 머물러서였다. 배송기사님은 둘이서 충분히 들 수 있다는 무게라면서 문 앞에 가구를 두고 간다 했다. 내 딴에도 낯선 사람을 집에 들이는 게 신경 쓰이는 찰나, 그의 제안이 반갑다가도 과연 혼자서 집안에 들여놓을 수 있을지 걱정됐다. 그는 배송 당일에도 꼭 남성분과 같이 들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가구 구매도 혼자서는 쉽지 않다.
한국인은 삼을 좋아하니까 불편한 점 세 가지로 맞추기로 했다. 여행 가고 싶을 때 숙소 패키지가 둘이고 배달음식을 시켜 먹어도 기본이 이 인분이다. 혼밥 용도 있으나, 양이 많다. 이 둘은 모두가 다 아는 내용일 거라 고민을 더했다. 진짜 마지막, 소화벨이 울렸을 때 집에서 뛰쳐나가서 아파트 주차장에서 홀로 서성거려야 한다. 다른 집은 삼삼오오 모여있는데, 나만 뻘쭘히 혼자 있을 수 있다. 어제 쓴 ‘땅콩 두 알’이 떠올랐다. 내가 땅콩 두 알보다 못한 것 같아 울적해졌다. 다음번에는 혼자 살면 편한 점을 찾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