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150년 만에 다시 만난 마네의 그림
1877년, 에두아르 마네는 파리지앵들의 단골 카페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았다. 그림이 거의 완성되어 가던 차, 그는 그림을 두 조각으로 나누어버린다. 원래 한 폭의 그림이었던 이 두 작품은 현재 런던 내셔널 갤러리 인상주의 관에 나란히 걸려 있다. 150년 만에 다시 만난 "카페에서 (Au café)"와 "카페 콩세르의 한 구석(Corner of a Café-Concert)"이다.
마네는 1872년부터 1883년 생의 마지막까지 파리의 로컬 레스토랑과 카페 내부를 캔버스에 담았다. 당시 파리에 거주하던 많은 예술가들처럼 음악과 술, 춤과 공연을 즐기는 '카페 콩세르'로 불리는 유흥주점의 모습을 자주 그렸다. "카페에서"와 "카페 콩세르의 한 구석"도 파리 몽마르트 지역 어느 바에서의 장면을 묘사한다.
회화의 전통 규범을 깨고 도전적인 작업으로 혹평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던 마네는 구도에 있어서도 혁신적으로 접근했다. 여러 차례 구도를 수정했음에도 만족하지 못한 마네는, 결국 그림을 잘라 두 개의 독립된 작품으로 완성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카페 콩세르의 한 구석"은 1924년 내셔널 갤러리 컬렉션에 편입되었고 "카페에서"는 스위스 컬렉터인 오스카 레인하르트(Oskar Reinhart)가 1953년에 구매해, 지금은 미술관이 된 그의 자택에 줄곧 전시되어 왔다. 스위스 소재의 작품이 런던에 오게 된 건 얼마 전에 폐막한 코톨드 갤러리(Courtauld Gallery)의 특별전을 위해서였는데, 스위스로 회수되기 전 잠시나마 이곳에서 함께 전시되고 있다. 원래 하나였던 두 작품이 함께 전시될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두 컬렉션 측의 합작으로 마치 이산가족 상봉처럼 이 둘의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왼) 카페에서(Au café), 1878, oil on canvas, 78 x 84 cm. The Swiss Confederation, Federal Office of Culture, Oskar Reinhart Collection, Winterthur
(오) 카페 콩세르의 한 구석(Corner of a Café-Concert), c.1878-80, oil on canvas, 97.1 x 77.5 cm. National Gallery, London
두 그림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어지는 부분과 개별적으로 완성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테이블을 비롯해서 오스카 소장작 속 긴 머리 여성의 손 일부가 내셔널 갤러리 작품 왼쪽 끝으로 연결된다. 반면 오스카 소장작 속 유리창과 내셔널 갤러리 작품 속 무대의 모습은 전혀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분리된 이후 각각 발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개별 작품으로 완성된 두 그림은 같은 카페의 다른 공간을 보여주는 것 같다. 거칠고 빠른 붓질 때문일까? 상하좌우 여백 없이 화면을 꽉 채운 인물들 때문일까? 내셔널 갤러리 그림에선 전체 구도 덕분에 역동적이고 분주한 분위기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우리 바로 앞에 앉아있는 파란색 옷을 입은 남성이 파이프를 피우고, 그 앞에서 종업원은 한 손에 맥주잔 두 개를 들고 얼굴은 살짝 찡그린 채 주위를 살핀다. 그녀의 자세와 표정에서 정신없는 이곳의 업무 환경과 약간의 짜증이 읽힌다. 조금 더 멀리 시선을 옮기면 오케스트라의 연주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고 그 너머에는 무대에 선 발레리나의 움직임이 그대로 전달된다. 이 크지 않은 그림 한 폭에 카페 콩세르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액티비티가 묘사되어 있다.
반면 왼쪽 오스카 소장작에서는 탑 햇(Top hat: 위가 높고 평평하며 챙이 있는, 주로 남성의 정장으로 사용하는 모자)을 쓴 신사와 여성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그들 사이의 모호한 관계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중심인물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도, 같은 방향을 보고 있지도 않으며, 그들이 보고 있는 곳에 무엇이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이처럼 그림을 자르지 않았다면 관람자가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을 테지만, 인물들만 클로즈업되어 이들 간의 관계와 심리상태에 집중하게 된다.
천재적인 구도를 완성한 이 화가도 처음부터 이렇게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마네가 로컬 카페나 바에 자주 들고 다니던 포켓 스케치북에서 초기 구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스케치에서는 탑 햇을 쓰고 있는 남성과 반대편에 종업원들만이 등장한다. 이후 마네가 캔버스에 옮길 때, 다수의 인물들을 추가해서 화면을 꽉 채웠다.
(왼) "카페 콩세르의 한 구석" 디테일 / (오) 마네, 맥주를 나르는 웨이트리스(Waitress serving beer), 1878-79, oil on canvas, 77.5 x 65 cm, 오르세 미술관, 파리
또한 마네는 캔버스를 잘라낸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구도를 위해 천을 덧대기도 했다. 내셔널 갤러리 그림의 오른쪽을 잘 보면 수직으로 4분의 1 가량이 덧대어진 흔적이 보인다. 남성의 파란 옷 위에 그어진 선을 중심으로 미묘한 색의 차이를 볼 수 있는데, 그 부분부터 무대 위 커튼까지 수직으로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캔버스 천을 이어 그림의 가로길이를 넓혔고, 그렇게 함으로써 맥주를 나르는 종업원을 작품의 중심으로 가져다 놓았다.
이 그림의 습작으로 알려져 있는 "맥주를 나르는 웨이트리스"와 비교해 보면 배경도 재 작업해 상단의 무대와 무용수, 오케스트라도 추가했음을 알 수 있다. 두 작품을 1대 1 비교해 보면 구도의 변화로 관람자가 작품을 이해하는 관점이 바뀌고, 그에 따라 작품의 주제까지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언뜻 크로키처럼 빠르게 완성한 것 같지만 그 안엔 보이지 않는 시간과 노력이 있다. 거의 다 완성된 그림을 두동강내는 대담함. 느슨함 속에 감춰져 있는 화가의 완벽주의.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흔적들이 이를 드러낸다. 한 점의 - 또는 두 점의 - 작품을 통해 마네의 헌신과 집념을 확인할 수 있다.
언제 다시 이 두 작품이 나란히 걸릴 기회가 올지 알 수 없다. 12월 전까지 런던에 머무를 계획이 있다면 내셔널 갤러리를 찾아 이 특별한 상봉을 직접 감상하길 권한다.
참조:
"A Manet Masterpiece, Divided for a Century, Is Reunited in London" by Jo Lawson-Tancred, May 30 2025, https://news.artnet.com/art-world/manet-paintings-reunited-2608628
"Edouard Manet - Corner of a Café-Concert", National Gallery London, https://www.nationalgallery.org.uk/paintings/edouard-manet-corner-of-a-cafe-concert
*원문은 아트인사이트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