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PR하는 주니어 이야기 #첫 번째 과제
정말 감개무량했습니다. 약 1년 전 입사 최종 면접에서 서른 살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콘텐츠를 만들고 있을 거라 했죠. 그게 영상이든, 행사든, 글이 든 뭐든 간에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 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 고3 대학 입학 면접에서 비슷한 대답을 한 적이 있습니다. 면접관(교수님)은 자소서에 꿈이 없다 적은 ‘제게 꿈이 없다고요?’라고 반문하더군요. 기획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무엇을’을 못 정했기 때문에, 꿈이 없다 적었다고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무엇을’의 범위는 지독하게도 ‘콘텐츠’였네요.
아무튼 약 10년 전 시작된 ‘콘텐츠 만드는 사람’이 되는 길이 열렸습니다. 커뮤니케이션팀 블로그 담당자가 되면서요.
커뮤니케이션팀으로 처음 출근한 주 어느 날, 제게 문서 하나가 공유되었습니다. 드라마 기획 의도 같은 짧은 소개문이 쓰여 있었습니다. 팀장님은 제가 PM이 되어 앞으로 발행할 오리지널 시리즈라고 소개해 주었어요. 블로그의 첫 오리지널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산업의 인사이트를 담은 콘텐츠와 온드미디어가 성행하면서(대표적으로 토스피드가 있습니다) 온드미디어의 영향력이 증명되었는데요, 팀에서는 기존 사내 커뮤니케이션과 채용 관점으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영향력 있는 저널리즘 매체로 확장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었습니다. 블로그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영향력이 커진다면 회사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무기가 될 테니까요.
오리지널 시리즈를 온드미디어 강화의 한 방법으로 선택했습니다. 시의성, 단발성의 글이 아닌 두고두고 사람들이 찾아올 만한 잘 기획된 시리즈 만들기가 우리의 미션이었죠.
전달된 문서를 해석하니 오리지널 시리즈의 주제와 목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우리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시리즈를 만들어 산업 이해도를 높인다.
2. 우리 플랫폼으로 입점을 유도한다. (이전 회차에서 밝혔는데요, 저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있는 플랫폼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 전문성은 곧 믿음으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입점을 유도할 거예요. 특히 우리 회사의 비전 키워드는 ‘도전’인데요, 결국 이 시리즈는 도전하라(=입점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정해진 건 주제와 목적뿐. 제 역할은 세부 방안을 짜는 것이었어요. 컨셉진에서 진행하는 에디터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성격이 완전하게 비슷한 콘텐츠는 아니지만, 수업에서 배운 기획서 쓰는 법을 복기해 세부 방안을 잡았습니다.
1. 목적 2. 연재 주기 3. 채널 4. 확산 방법 5. 타깃 6. 콘셉트(형식) 7. 소재 선정 기준 8. 구성
이 중 제일 공을 들였던 것은 6. 콘셉트(형식)이에요. 다큐, 예능, 드라마 등 글의 성격이 메시지가 타깃에게 잘 닿도록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한 줄만 읽고 이탈할 것인지, 흥미롭게 계속 읽어 나갈 것인지 결정하는 ‘키’ 일 수도 있고요. 화자인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고, 세계관을 구축했습니다. 타깃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말이죠. 생명이 살고 있는 어떤 세계를 만든다는 것, 꽤 재밌더군요?
그다음은 수월했어요. 시리즈 소개 문구와 3회 차까지의 주제, 소재를 쭉 적어 내려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입점 브랜드를 카테고리 등 공통점을 기준으로 분류해 나열했는데요, 입점 심사 업무를 했던 것이 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머릿속에 심사했던 수많은 브랜드가 있었으니까요.
오리지널 시리즈는 약 6개월을 지나 11화를 끝으로 종료했습니다. 블로그의 운영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에 콘텐츠 정리 작업이 필요했거든요. (이 이야기는 다섯 번째 과제 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11화까지 끌어오면서 과연 이 시리즈가 지속가능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회차마다 다른 소재, 다른 입점 브랜드를 소개하고 인사이트를 전달하려 했으나, 결국 메시지는 ‘도전’으로 귀결되는 것이 ‘콘텐츠가 획일적인가?’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오직 입점 브랜드 상세페이지만을 보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 또한 제작 방식의 한계였죠.
덕분에 11화까지 똑같은 콘텐츠만 만들지 않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 기획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생각하고요. (어쩌면 정신승리..?) 카테고리별로 사례를 모으기도 하고, ‘디깅’, ‘워케이션’ 등 트렌드에 맞는 키워드로 사례를 묶기도 했습니다. 회사 내부에서 서포터를 찾아 인터뷰 형식의 콘텐츠도 시도해 보고요!
팀 이동 후 처음 맡게 된 과제, 만들어 낸 결과다 보니 많은 분께 ‘글 쓰는 게 재밌냐’, ‘즐거워 보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요 오리지널 시리즈를 시작으로, 본격 콘텐츠 만드는 일을 하니 알게 되었어요. 저는 글 쓰는 것보다 기획하는 걸 더 즐긴다는 것을요. (글쓰기를 싫어한다 해석하면 크나큰 오해. 지금도 전 글을 쓰고 있으니까요.)
트렌드, 이전 콘텐츠가 만들어 낸 데이터를 분석해 why(목적), how(콘셉트), what(소재), when(발행 일정), where(게시 카테고리)을 건설해 나가는 것. 아직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업무 영역 중 하나입니다.
다음 화 예고편 : 기획은 내가 할게, 글은 누가 쓸래? 필진을 찾아라!
<콘텐츠로 PR하는 주니어 이야기>
프롤로그 : 내 직무는 블로그 키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