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라는 예행연습 2

by 시준아빠

오늘도 유제이는 퇴근길 따라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차 안은 석양과 잘 어울리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잔잔한 팝송으로 가득했다.


수석엔 그날 읽던 책 한 권과, 반쯤 마신 커피컵이 놓여 있었다.

운전석에 앉은 그는, 눈앞에 펼쳐진 도로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 정적의 시간 속에서, 그는 가장 자주 ‘미래’를 상상했다.


수백 명 앞에서 강연하는 자신,


투자 실패담과 회복의 과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누군가의 방향이 되어주는 모습.

혹은 작가로서 책 출간 기념 북토크에 참여해


“당신의 글을 읽고 용기를 냈어요”라는 말을 듣는 장면.


어떤 날은, 자신이 만든 재단의 지원을 받는

청년과 함께 식사를 나누며 그의 꿈을 경청하는 모습도 그려졌다.

그는 그 상상 속에서, 늘 조금 더 따뜻하고, 단단한 사람이었다.

조심스럽지만 뿌리 깊은 확신을 가진 채,

자신이 걸어온 길을 나누고, 다음 사람의 길에 빛을 건네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상상은 점점 가족에게로 확장되었다.


그는 여미행을 떠올렸다.

병을 이겨내고, 공익재단의 이사장으로서 청년 멘토링을 이끄는 그녀.

그녀는 늘 무대보다는 사람 곁을 택했다.


현장에 직접 가서 청소년을 만나고, 상처 많은 부모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여보, 나 이 일 할 수 있어서 좋아."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말하던 목소리가 귓가에 떠올랐다.


그리고 유지원.

학교 대신 국제학교에서 자유로운 학습을 경험하며,

영상을 찍고 글을 쓰며 자신의 삶을 실험하는 모습.


어느 날엔 사회적 이슈를 다룬 영상을 올리고,

또 어느 날엔 자신만의 공부법을 정리해서 또래들과 나누는 모습


“아빠, 나는 남들이 뭐라든 나답게 살고 싶어.”


유지원의 말에 유제이는 더 이상 ‘이상적’이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았다.

그건 너무나 현실적인 꿈이었기 때문이다.


유제이의 상상은 이제 혼자만의 미래가 아니었다.

가족과 함께 걷는 길,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되, 중심은 같다는 걸 느끼는 삶.

그는 이 상상을 반복할수록 한 가지를 더 깊이 깨달았다.


‘내가 이룬다고 끝이 아니다. 함께 이뤄야 진짜다.’


이 모든 상상은 막연한 바람이 아니었다.

삶이 너무 무거울 때, 현실이 너무 복잡할 때,

그는 이 상상을 꺼내 들고 마음을 다잡았다.


“미리 살아보는 거야.

그 사람이 된 듯이 오늘을 살아보는 거야.”


유제이는 volvo 차는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토요일 연재
이전 15화상상이라는 예행연습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