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레기 사과

by moonlight


음성에서 주말농장을 하는 처남이 사과를 보내왔다. 3년 전부터 주말마다 틈틈이 밭을 일구어 사과나무를 심었고, 올해 두 번째 수확을 했다. 겨울에는 사과나무를 전지하고, 봄이 오면 나무줄기를 따라 뭉게뭉게 피어나는 사과꽃을 솎아낸다. 키울 꽃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따내는 작업이다. 병충해와 가뭄, 장마와 태풍을 걱정하며 정성을 다해 키운 사과들이다.

처남의 농장은 음성 시내에서 떨어진 산 구릉지에 있다. 중간 지점의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 농장은, 낮은 기온과 큰 일교차 덕에 사과 농사에 적격이다. 그곳에서 자란 사과는 껍질을 벗기면 설탕주머니 같은 달콤함을 품고 있어 당도가 높다. 그래서인지 농장 주변의 모든 땅도 사과나무로 가득하다.

사람의 발길이 드물고 바람과 새소리만 들리는 그 농장에 있다 보면, 하루쯤 머물러 밤하늘의 별을 조용히 바라보고 싶어진다. 푸른 창공을 가로지르는 새소리와 산기슭에 이는 바람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바쁜 농사철에는 가족들이 일손을 거든다. 봄에는 사과꽃을 따고, 가을에는 수확을 돕는다. 일을 하다 보면 점심 준비를 위해 음성 시내에 나가 시장 구경을 하곤 한다. 팥이 가득 들어간 커다란 수제빵을 사고, 인심 좋은 시장의 활기를 만끽하며 잠시나마 웃음을 나눈다.

올해도 수확철이 되어 가족들이 농장에 모였다. 정성껏 사과를 따고 박스에 담아, 수확한 사과를 지인들에게 팔아준다. 하지만 가져온 사과가 부족해 더 보내달라고 하니, 처남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치레기 사과 한 상자를 덤으로 보내왔다.

치레기 사과는 크기가 일정하지 않다. 어떤 것은 검은 점이 있고, 어떤 것은 떨어져 멍들었거나 크기가 작고 못생긴 것들이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깨끗이 씻어 흠집 난 부분을 도려내고 나면, 나와 아내는 마주 앉아 그 사과를 즐긴다.

한쪽은 병들고 상처 난 모습이지만, 다른 한쪽은 햇빛을 받아 노랗게 잘 익은 색을 띤다. 한 입 베어 물면 깊은 풍미와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치레기 사과를 바라보며 문득 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도 어쩌면 치레기 사과 같지 않을까. 돌고 돌아 험난한 시내를 지나고, 깊은 숲을 헤치며, 흰 백사장을 돌아가는 삶의 여정을 살아가는 중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의 어느 한쪽은 여전히 햇빛을 받아 노랗게 익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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