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영화 제작을 마치고

연출자 입장 중심으로

by Channel Orange

(2025 .4.1 ~ 2025. 6. 6 ) 프로덕션 단계까지의 사후 보고서


영화 제작은 프리 프로덕션 (사전 제작)- 프로덕션 (제작) - 포스트 프로덕션 (후반작업) 단계로 구성된다.




1. 프리프로덕션


(1) 시나리오와 콘티

허상. 내 영화의 이름이다. 사실 내가 내 시놉시스를 영화화 시킬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내 친구들 또한 그러했다. 내가 감독을 맡기까지 속으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내 영화를 잘 이끌어 낼지가 미지수였다. 괜히 연출을 맡았다 망해서 내 자신감은 고사하고 주변 친구들과 동료에게까지 민폐끼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들이었다. 하지만 프로덕션이 끝난 현 시점에서 그때를 되돌아보면 왜 그런 고민을 했나 싶다. 결국 완벽하게 끝나지 않았더라도 여러모로 배운게 많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막상 쓰려고 하니 자판위에서 손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여러 갈래로 글을 던져 봤지만 다시 지우고 쓰고의 반복이었다. 쓰다보니 내가 원래 하려고 했던 이야기인가에 대한 생각도 들었고 1고, 2고 , 3고.. 퇴고를 거칠 때마다 시나리오도 이렇게 힘든데 앞으로 어떻게 만들지 걱정이 밀려왔다. 퇴고를 할때면 항상 새벽 4 시는 기본으로 작업을 했고 6시까지 쓰던 주도 있었다. 학업과 영화연출을 병행하려니 미칠 것만 같았다. 시간이 정말 촉박했고, 시나리오 뒤에는 바로 콘티 작업을 마쳐주어야 팀원들이 제작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기 때 문이었다. 책임감은 무거워졌고 방황도 하고 연출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래도 내 시나리오고 영화고 연출자이니 왜인지 모르게 애착과 집착이 생겼다. 끝내 내 마음에 쏙 드는 시나리오는 아니었지만 7고로 마무리했다. 후에도 여러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수정하곤 했고 쓰면서 확실히 작녕에 비해 시나리오를 쓸 때 무엇에 집중해야하는지 대사를 어떻게 구성하고 인물을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대해 이해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깊이 느꼈던 건 채우는 것 보다 덜어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이었다.

콘티를 만드는 과정도 정말. 정말로 힘들었다. 시나리오처럼 새벽 늦게까지 잠을 줄이면서까지는 아니었지만 구도에 대해 머리를 앓게 한건 콘티가 더 그랬던 것 같다. 15분 정도의 러닝 타임을 모두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그림을 그린다는게 전혀 쉽지 않았다. 나는 아직 구도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고 실제 구도에 맞춰 그림을 그리는 것도 정말 어려웠다. 촬영기법 또한 다양하게 사용하고 싶었지만 시간이나 장비의 문제로 그러지 못한 경우도 더러 있었다. 긴 트랙도 없었고 스태빌라이저도 없었음.

구도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그림으로 그린 것을 실제 카메라로 대보니 별로인 컷들도 많았고 잘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내가 구도를 잡을 때 프레임에서 어떤 것을 보여주 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지 않은 것이 패착인 듯 하다. 나는 이러한 문제점을 위해 내가 래퍼런스로 삼았던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구도를 많이 학습했고 편집이나 촬영기법도 다시 많이 익혔다.

특이한건 그랬던 탓인지 밥 먹을 때 샤워할 때 길을 걸을 때 심지어 멍을 때릴때도 갑자기 구도나 연출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톡톡 떠올랐다. 그럴때면 바로 핸드폰을 켜서 구도를 그리고 연출을 정리했다. 좋은 아이디어를 다음 촬영에 적극 반영하기도 했지만 이미 촬영을 한 컷들에 대해서도 이후에 더 좋은 연출이 떠올랐기에... 새로 생각해낸 그때 연출을 적용했으면 어떨까한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2) 배우

사실 초반부터 배우 섭외는 순조로웠다. 영화를 기획할 때부터 주연 민재와 상윤의 이미지는 학교에서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해 외부배우를 가용할 생각이었다. 필름메이커스에 배우 공고를 올리고 약 20명 남짓한 사람들이 지원하고 그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정말 오디션하는 것처럼 글로 정리해가면서 이미지 캐스팅을 했다. 처음 내가 생각했던 민재는 정말 연기가 중요한 인물이었다. 내 영화자체가 이전의 단편영화들에 비해 대사량이 훨씬 적고 인물의 행동과 표정 중심으로 이루어져 민재의 감정선이 잘 표현되지 않는다면 영화의 몰입이 깨질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상윤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학생 마피아(?)로서 여타 드라마 속 일진과는 차별화된 범접할 수 없는, 마치 대부의 오프닝 시퀀스에서의 비토 코를레오네 같은 이미지가 보여야했다.


사실 굉장 히 긴 회차와 무페이라는 악조건에서 선뜻 내 이미지 기준에 맞는 배우가 대거 지원할 생각이 라곤 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의 기대를 했다. 역시 . 영화처럼 기적이 일어나진 않았다. 기준에 맞는 배우가 거의 없었다. 그래도 나름 괜찮은 배우를 몇 명 나열해 연락을 돌렸다. 하지만 보통 회차와 교통비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고 나면 캐스팅이 취소되기 일쑤였다. 결국 시작부터 배우에 대해 어느정도 타협을 하기로 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어느정도 타협을 해야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시작부터 이런 포기를 허용해야 할 줄을 생각지도 못했다.


결국 민재역과 상윤 역을 기준을 내려서 캐스팅 하고 삼송역에서 간단한 미팅을 했다. 정말 황금같은 주말. 토요일. 당일 날 비가 거세게 내렸음에도 꿋꿋히 참여해준 팀원들에게 내심 고맙고 미안하기도 했지만 나름 배우들의 이미지가 내가 생각했던 바와 맞아서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갈지 머릿속에 다 그려지는 듯 했다. 하지만 문제는 주연 배우였던 민재역 배우가 본격적인 촬영이 이루어지는 6월 4회차 정도를 나오시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분명 공고에 일자와 회차가 명시돼있었는데ㅜㅜ 결국 4회차 참여가 어려울 것 같다고 당일날 통보식으로 말씀을 해주셨다.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이제와서 먼거리를 와주신 배우님께 바로 돌아가라고 말씀드리기도 죄송했기에 최대한 민재가 나오지 않는 일정으로 배치하기로 하고 마무리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후였다. 모든 로케이션과 주조연 엑스트라 , 섭외가 끝나고 모든 일정을 맞추어보니 아무리 회차를 잘 배치한다 한들 도저히 현재 민재역 배우가 나오는 회차만으로는 거의 8,90%에 달하는 영화의 민재씬을 다 촬영할 수가 없었다. 나와 팀원들은 고심 끝에 결국 배우분께는 죄송하지만 현재 민재역 배우를 대체하기로 했고 급하게 다시 공고를 올리게 되었다. 다행히도 공고를 올리자 열댓분이 연락을 주셨다. 한번은 배우님께 욕도 한 번 먹었다. 지원서에 포트폴리오와 함께 회차가 너무 많고 학생 수준에서는 지인을 사용하는게 낫다는 말씀을.. 따끔한 충고였다. 정말 뼈를 맞았다. 뭐 다시 정신 차리고 정말 아마추어 수준에서는 전문배우를 가용하는게 실례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주연은 결국 비전문 배우. 그냥 내 친구.. ㅎㅎ 결국 주연 민재역은 조연이었던 준혁역을 맡기로 했었던 제작부 친구가 맡기로 했다. 고맙고도 미안했다. 결국 여러 시간과 비용에 나름대로 타협을 거친 끝에 조연은 한 명만 외부배우를 사용하기로 하였고 주연은 거의 1, 3 학년과 학년 선배로 채우게 됐다.

(3) 연기 및 디렉팅

회차가 거듭될수록 연기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커져갔다. 내가 너무 수준 높은 명 배우들의 연기만을 봐와서 무의식중에 학생 수준의 연기를 과대평가했던건지, 배우들의 역량은 뛰어난데 내 디렉팅이 하나부터 열까지 잘못된건지, 사실 둘다 였던 것 같다. 최대한 현재 수준에서의 배우들의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내 머릿속 이미지의 인물들의 행동을 묘사해보며 디렉팅 해보았지만 내 표현이나 인물의 완성도가 부족했기에 원하는 만큼의 연기를 얻어내긴 어려웠다. 매우 바쁜 현장에서는 다들 예민하고 미숙한 탓에 내가 온전히 디렉팅에만 집중할 수 없었고 미술이나 구도를 보러다니는 시간이 허다했다. 정말 그러면 안되는데..

거의 앞에 반절정도의 회차는 인물의 다양한 감정변화나 비트감에 치중하려고 했기보단 사실 시간에 매달려 단지 행동 , 중심의 컷만 촬영하느라 디렉팅에 소홀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초반부터 세부적인 디렉팅을 내려주지 못했기에 배우들도 인물에 대한 선형적인 감정 갈피 를 잡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주연이었던 민재는 처음에는 소심하지만 내면 속 상윤 무리에 대한 열망과 권력과 돈에 대한 욕망이 인물을 변화시킨다는 입체적인 모습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까라는 고민을 했었는데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았다. 상윤과 민재가 좋아하는 서아라는 인물이 얽혀있는 상황 속에서 각각 인물 연기를 어떻게 조정해야할지 참 난감했었던 것 같다. 어찌저찌 어떤때는 디렉팅에 집중하고 미흡했던 씬들이 있었지만 차치하고 보면 전부 어느 정도는 나름 순조롭게 끝났다.


(4)의상 및 소품

나는 이 허상을 제작하게 된 이후로 내 영화에 어떤 키컬러와 톤앤 매너를 가져갈지 이미 머릿 속으로 여러번 구상을 해두었었다. 또한 래퍼런스 구상을 위해서 가장 먼저 본 것이 포드 코폴라의 대부였고 이를 통해서 조직의 음습함이라던가 조명 색온도 복장에 대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장르는 갱스터 범죄이지만 학교가 주 무대인 만큼 학교 일진 무리의 이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상이라던가 관습도 살리려고 많이 고민했다. 한국 드라마 중에서도 모범택시라던가 선의의 경쟁을 참고하기도 했고 나아가 프로덕션 중간에도 약한 영웅을 보면서 인물과 영화의 이미지를 재정립했다. 이탈리아 마피아와 한국적 일진의 요소를 혼합하려 하니까 이미지가 잘 생각이 나지 않기도 했다. 설령 어느 정도 이미지를 구축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재현해낼지가 미지수였다. 고민을 거듭한 결과 나는 범죄와의 전쟁, 악인전를 참고하며 같이 학생 마피아라는 나만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내가 처음 생각했던 모습은 가난에서 부와 권력을 잡은 민재를 보여주기 위해 낡아 헐은 가방 과 신발 옷을 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정말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교복은 다른 학교의 학생 소유였기에 미술이 함부로 건들 수가 없었고 신발도 마찬가지였다. 가방 또한 새로 헐게 하기 위에 새로 사기엔 현실적으로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다. 기본적으로 상윤의 무리들도 모두 마피아가 정장을 맞춰 입듯이 교복에 마이를 입히려 했으나 프리 기간 동안 수에 맞는 교복 수 를 구하지를 못했다. 정말 난감했다. 시작부터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얻을 수가 없었고 그렇 게 테이크가 들어갔다. 2차 포기. 하지만 미술과 상의한 끝에 현실적으로 타협할 부분은 타협하고 내가 끝까지 살리고 싶었던 상윤의 교복 마이와 명찰은 갖고 갈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의상 미술이 빠지게 되어 지금 살린 미술도 미적으로 크게 빛을 발하게 되진 않았지만 내가 끝까지 고수한 몇 미술과 미술감독의 역량 덕에 그래도 어느 정도의 구색을 살리게 됐다.


3씬

2. 프로덕션

(1) 1회차

1회차 촬영부터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이른 시각부터 장비 반출을 하고 모두가 나와 촬영준비를 마치고서 순조롭게 한 씬을 끝냈지만 SD카드 보관 유무에 대해서 팀원 간 불화가 발생해버린 것이었다. SD카드 이미 다른 인원에게 건냈지만 연출부가 이미 건네받은 것을 인지하지 못했고 결국 연출부와 촬영부와 감정싸움으로 이어졌다. 심지어 한 팀원은 눈물을 보였다. 당장 촬영한 컷을 다 함께 확인해보고 다음 테스트 촬영을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 첫 날부터 불화가 발생하니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최대한 모두의 의견을 들어보고 팀원 모두를 불러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팀원간의 소통과 감정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을 강조했고 모두가 수용해주었는지 이후 당일 촬영은 서로 조심하며 넘어갔다. 그래도 다시 돌이켜 보면 이런 과정이 한 번 있었기에 추후 발생할 갈등에 대해서도 나 나름대로 대처방안을 얻었으니 그것을 위안삼기로 했다.

프로덕션 (2) 中

프로덕션 과정에 있어서 내 예상을 빗나갔던건 과정에서 큰 걸림돌으로 생각했던 것이 기술적 문제보다 팀원과 의 소통문제였다는 것이다. 멘토의 말을 빌리자면 팀원 개개인은 좋은 실력의 소유자이지만 팀으로 뭉치니 정말 오합지졸 그 자체였다. 사실 프로덕션 중간중간 조연출이 내게 다른 팀원의 태도와 진행에 대해서 불만을 많이 표시했다. 사실 나 또한 팀원들의 태도에 융통성적인 부분에서 많이 실망했다. 사실 촬영장에서 모두가 힘들텐데 자신만이 힘든 것 처럼 본인의 고단함을 표현했다. 그래도 그럴 때마다 조연출의 의견을 반영해서 회의시간과 촬영 당일 주도적으로 나서서 얘기를 나누어 많이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나는 어느정도 팀원들의 태도나 연출부와 촬영부로 이원화된 제작방식이 개선됐다고 느꼈다. 조연출도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계속 불만이 많았던 것 같은데. 미안하다.

난 총 프로덕션 기간 동안 팀원 간 감정 조절 구도와 미술배치 등을 현장에서 보느라 연기 디렉팅 지시에 집중할 수 없어서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갈지 난감했다. 이대로라면 내 영화의 연기적인 부분에서 퀄리티를 장담하지 못할 터이니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했다. 그래서 나는 새로 회의를 하나 열어 서로에게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에 대해 피드백하는 시간을 가지게 했다. 나도 내 나름대로 마음을 담아 장문의 편지를 보내주기도 했다. 난 항상 팀에서 꿋꿋하고 딱딱하고 무서운 감독보다는 팀원들의 말을 최대한 받아주고 많은 것을 포기해왔다. 그래서. 줏대가 없다는 말도 많이 들었고 - 근데 팀원들이 가끔씩 낸 아이디어가 진짜 좋아서 수용한게 대부분이었다. 내가 능력이 없어서,. - 내가 힘들다는 응석까지 모두 받아주는 바람에 촬영장에서 진지 함이라곤 많이 찾아볼 순 없었지만 현장 분위기는 좋고 본인이 맡은 바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 하려는 팀이 된 것 같다. 결국 중간중간 추가 촬영 컷들이 추가되고 일정이 밀리고 배우 시간이 안맞고 결국 촬영에 전반적인 문제가 생긴건 전적으로 총 책임자인 내 책임이니 다른 내 팀원에게 책임소재를 전가하긴 싫었다. 그냥 나 내 탓.

(3) 9회차

9회차 촬영 즈음에 일정부분에서 문제가 하나 생겼다! 남은 추가 촬영 일정을 배우분들끼리 맞출 수가 없었다. 찍어야 하는 씬은 4씬 가량이었고 아무리 제작부와 머리를 맞대도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나와 조연출 미술감독은 함께 남은 씬을 컷 별로 분류하여 계산 하고 배우들의 일정을 테트리스처럼 끼워맞춰보았다. 추후 추가된 일정과 함께 다행히 남은 씬들을 모두 촬영할 수 있는 일정을 제작할 수 있었다.

(4) 11회차

특히 기억에 남았던 회차는 아무래도 마지막 회차 였던 6월 6일이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현충일.

돌이켜 보면 이 영화를 4회차만에 끝내려고 했다니 정말 어리석었고 터무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아무래도 마지막 촬영이니 만큼 나 또한 정신적, 물질적인 준비를 많이했다. 조연출 과 함께 아이스크림과 배우님들께 선물할 꽃 선물과 편지도 준비했다. 촬영감독과도 전날 구도에 대해서 정말 많이 상의하고 준비했다. 그리고 팀 모두가 파이팅을 외치며 시작했다.


첫 컷부터 마음에 들게 컷을 촬영할 수 있었고 11회차 촬영 중 제일 유쾌하고 여유있게 촬영했다. 마지막 촬영이고 시간적 부담이 없어서인지 촬영도 순조로웠고 메이킹 필름또한 여러개 촬영할 수 있었다.

7씬 몽타주의 한 컷

3. 포스트 프로덕션

휴 드디어 프로덕션이 끝이 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사실 아직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반절이나 남았다는 것이 비록 절망적이긴 하지만 그것대로 내 영화를 더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인물의 행동과 감정선을 극대화 하기 위한 음향작업과 편집 작업을 통해서 내가 직접 영화의 전과정를 주도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떻게 편집할지에 대해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겠지만 프로덕션에서 그랬던 것 처럼 포스트 프로덕션에서도 또한 배울점이 있을 것이다. 아마?

내 팀은 편집 담당 인원이 따로 없어서 연출자인 내가 편집을 전적으로 맡기로 했었다. 그런데 조연출이 내 편집을 도와주었다. 나이스. 난 정말 고마울 따름이었다. 사실 내 영화를 내가 100% 온전히 편집권을 받는 것이 연출적인 측면에서는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 팀의 누군가가 후반작업까지 함께 도와준다는 것이 의미가 더 컸다. 현장편집까진 아니었지만 대신 촬영이 끝나고 같이 백업을 하고 영상 확인, 어느정도의 가편집까지 진행했다. 현장에서는 괜찮은 컷이었지만 나 중에 편집을 하니 고쳐쓸수 없는 구린 컷들이 많았다. 다시 컷을 찍어야 할 때면 조연출이 함께 있었기에 제작일정을 바로바로 수정하는데 수월했다.


4씬의 한 컷


4. 프로젝트를 마치며 ..

프로젝트를 마치며 내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가 사람의 생각을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임을 공고히 하게 됐다.


<허상>은 단순한 학원 범죄물이 아니라 학교를 배경으로 권력 구조와 부패 그리고 권력 앞에 서의 도덕적 딜레마를 그린 작품이다. 시놉시스 단계에서 시나리오 단계로 발전할 때 물음표의 중점이 많이 바뀌었다. 이 영화를 기획하면서 나는 책 시지프스 신화로부터 출발한 ‘왜 많은 문 제들이 공론화되지 못하고 묻히는가 ?’, ‘왜 부조리는 반복되는데 아무도 말하지 않을까?' 와 같은 질문을 중심에 두고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학생 마피아' 라는 장르적 틀 속에 은유적으로 내 의중을 녹여내는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래퍼런스를 참고하고 고민하며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새벽까지 계속된 퇴고와 비트감을 위한 대사 조정은 ‘어떻게 말해야 보는 사람이 이 이야기를 받아들일까?' 라는 고민의 연속이었다. 설계 없는 감동을 만들 수 없기에 참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 기간이 내가 살면서 제일 생각을 많이 했던 기간이었던 것 같다.

배우 섭외와 디렉팅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와 갈등을 겪으며 현장에서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소통으로 풀어가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주연 배우의 중도하차, 팀원 간 갈등, 부족한 예산이나 실력 상황에서도 결국 문제를 해결하고 타협했던 순간들이 그 능력을 얻을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좋은 콘텐츠는 결국 한 사람이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나 혼자서는 절대 이 영화를 만들 수 없었다. 조연출 촬영감독 음향, 미술감독 배우들 . , , , 하나하나의 의견과 피드백 그리고 감독인 내가 그걸 어떻게 수용하고 다시 팀을 이끌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 의견만 고수하는 사람에서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모으는 사람 으로 바뀌었다.

내가 1 학년 때 5분짜리 단편 영화를 만들 때에는 정말 미숙하고 영화제작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주변 선배와 멘토께서 많은 것을 도와주시고 주도해주셨다. 영화에 출연한 인원만 해도 10명 남짓에서 50명으로 늘었고 오히려 예산, 조력자와 스태프는 줄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며 정말 많은 사람들 만났고 함께 이야기했다.


물리적으로는 더 복잡해졌고 책임져야 할 일도 많아졌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연출자이자 팀의 리더로서 성장함을 느꼈다. 단순히 영화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할 지 어떻게 사람들의 생각을 움직일지를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예전엔 무언가를 기획할 때 어떻게 재밌게 만들까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사람의 생각을 흔들 수 있을까?' 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허상 프로젝트는 그 고민을 처음으로 하게해준 출발점이었다.


글을 쓰다 보니 내 사후보고서가 너무 비관적인 서술로만 가득차있는 느낌을 받는다. - 실제로 좀 그렇긴 했지만 - 하지만 사실 영화라는 것이 과정을 보자하면 내 보고서가 현실적으로 밟게 되는 수순인 것 같다. 그래도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정말 재미있는 일도 많았고 나 나름대로 팀원들에게 배울점도 많이 얻었다. 결국 현재 내게 영화를 만듦에 있어서 단순히 결과론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만이 결과가 아닌 전체적인 과정 속에서 내가 성장하며 배운 것들이 결과다. 정말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것들이었다.

이제 정말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본 편집이 진행될 예정인데 잘 마무리되어 영화를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Thanks to every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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