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보다 중요한 것, 다시 처음처럼

창업자에게 하는 조언

by 백반증CEO 박충국


창업한 지 5년이 넘었다.

시장에 제품을 내놓고, 고객 리뷰를 받고, 유통 채널을 넓히고, 팀원들과 수없이 전략을 짜왔다.
그런데 요즘 자주 생각나는 조언이 있다.

“Do things that don’t scale.”
“확장 가능하지 않은 일부터 시작하라.”

YC의 폴 그레이엄이 했던 이 말.
창업 초기에 봤을 땐, '그래, 고객을 직접 만나라는 거구나' 정도로 이해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이 말이 다시 깊게 다가온다.


왜 지금도 “확장 불가능한 일”을 해야 할까?

회사가 성장하면, 시스템이 생긴다.
고객센터가 생기고, 자동화된 마케팅 툴이 생기고, 데이터가 쌓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객과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고객의 숨결이 안 느껴졌다.

우리는 메디컬 커버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태닝족, 탈모 커버, 어린이 선케어 등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럴수록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손이 가는 일, 비효율적인 일, 자동화되지 않은 일을 직접 해야 한다.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

작은 샘플을 보내고

손으로 리뷰를 정리하고

1:1로 묻고, 또 묻는 일

이런 비효율적인 과정을 통해서만 제품의 본질, 고객의 진짜 문제, 그리고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이 보인다.


숫자보다, 사람을 본다는 것

“우리 제품을 사랑하는 10~100명의 팬을 먼저 찾으세요.”
이 조언도 마음에 남았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 숫자를 넘겼다면, 이제는 다른 지표로 전환해도 되는 걸까?”

아니다.
오히려 더 주의해야 한다.
성장의 숫자 속에, 사람의 목소리를 잃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매출, KPI, 투자자 리포트를 넘어서
지금도 내 브랜드를 사랑해주는 10명의 고객이 누구인지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경쟁사가 아니라, 고객을 바라보기

최근 들어 비슷한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경쟁사를 모니터링하고, 그걸 나에게 보고한다.
처음엔 나도 흔들렸다.
‘우리를 따라오네, 가격을 낮췄네, 영상 톤이 우리랑 비슷하네...’

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우리가 선도해야 할 것은 경쟁이 아니라 ‘고객의 행복’이다.
그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누구보다 깊게 이해하고 가장 먼저 전달하는 것.
그게 진짜 리더의 역할이다.


고객이 없어서 망한다

폴 그레이엄은 말했다.
“대부분의 회사는 돈이 바닥나서 망하지 않는다. 고객이 없어서 망한다.”

사업은 고객에서 시작해 고객으로 끝나는 예술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오늘도 한 명의 고객과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다시 처음처럼, 손으로, 느리게, 깊이 가는 일이다.


확장보다 깊이가 먼저다.
고객보다 가까운 건 없다.


https://www.ycombinator.com/library/4D-yc-s-essential-startup-ad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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