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골든글러브는 매년 포지션별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를 선정하여 수상하는 상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시상하는 비슷한 이름의 상과는 달리, 수비력을 평가한다기보다는 공격과 수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베스트나인을 선정하는 상에 가깝다. 오히려 수비보다 타격 성적에 비중을 더 두고 있다. 골든글러브는 KBO리그의 상 가운데 MVP나 신인왕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상이기도 하다. 한국의 사이영상이라고 볼 수 있는 최동원상의 수상자에 대한 관심보다도,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이 더 높을 정도로 KBO 골든글러브는 많은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골든글러브는 오래전부터 수상자 선정과 관련하여 많은 비판에 휩싸여왔다. 흔히 말하는 "골글 강탈" 현상 때문이었다. 이는 각 포지션에서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에게 가는 상이어야 마땅할 골든글러브에, 각종 주관적 기준이 개입하면서 성적으로는 골든글러브를 받기 어려운 선수들이 상을 수상하는 현상들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승 프리미엄", "인기팀 프리미엄", "국가대표 프리미엄" 등이 그 예시이다. 올해의 사례를 바탕으로 해당 현상을 보다 자세히 분석해 보겠다.
지난 12월 13일, 2024 시즌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있었다. 선정된 선수는 아래와 같다.
올해 시상의 경우, 성적으로 볼 때는 투수와 3루수를 제외하면 모든 포지션이 박빙이었다. 해당 두 포지션의 경우 수상자인 하트와 김도영이 MVP 경쟁을 했을 정도로 각 포지션에서 압도적 성적을 냈기 때문에 일찍이 수상을 확정 지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타 포지션의 경우에는 치열한 경쟁 끝에 수상자가 결정되었다.
포수의 경우, 강민호와 박동원이 경쟁했다. 타격 성적의 경우 거의 차이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oWAR의 경우 박동원이 0.4 가량 우세했고, wRC+의 경우 강민호가 4.6 가량 우세했다.
1루수의 경우 홈런왕 데이비슨과 타점왕 오스틴이 경쟁을 벌였다. 이 경우에도 두 선수 모두 주요 타이틀을 하나씩 보유하고 있고, oWAR에서는 오스틴이 0.7 가량, wRC+에서는 데이비슨이 7 가량 우세했으므로 타격 성적에서는 어느 하나가 특출 나게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2루수의 경우 박민우와 김혜성의 경쟁이었는데, 이 경우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김혜성은 WAR에서 근소 우위를, 박민우는 wRC+에서 근소 우위를 가졌다.
유격수의 경우에는 박성한과 박찬호의 경쟁이었다. 다만 이 경우에는 WAR에서도 박성한이 1 가량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wRC+의 경우에도 9 가량의 우위를 가졌다. 그 외 클래식 스탯에서도 박성한은 박찬호에게 타율과 안타 수만 각각 6리, 11개 뒤졌을 뿐 출루율, 장타율, OPS 등 대다수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박찬호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는 도루 부문에서도 박찬호가 숫자에서만 앞섰을 뿐 성공률을 고려하면 박성한이 우위를 가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상은 박찬호에게 돌아갔다.
외야수의 경우 레이예스와 에레디아의 경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두 선수가 각각 역사상 최초의 202안타, 역사상 최초의 전구단 상대 3할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고, 또 각각 최다안타왕과 타격왕이라는 주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oWAR이나 OPS, wRC+ 등 종합적인 타격 지표를 나타내는 수치에서는 모두 에레디아가 앞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서건창의 최다안타 기록을 경신한 레이예스에게 수상의 행운이 따랐다.
지명타자의 경우 최형우와 김재환의 경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객관적 타격 지표의 경우에는 김재환이 확실히 우위에 있었다. 다만 이 경우에는 김재환의 약물 복용 전력이 발목을 잡으면서 최형우가 승리를 거뒀다.
포수, 1루수, 2루수의 경우 큰 격차 없이 경쟁하던 두 선수 가운데 한 선수가 수상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큰 이변은 아니었으나 1루수의 경우 데이비슨과 오스틴의 표차가 110표로, 성적으로 비교했을 때보다 훨씬 심한 표차를 보여주며 "인기팀 프리미엄"이 작동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존재했다. 2루수 부문의 경우에도 투표 2위의 자리를 뜬금없이 박민우가 아닌 김선빈이 차지하며, 인기팀 프리미엄에 대한 비판이 역시나 존재했다.
유격수 부문의 경우 해당 논란이 정점을 찍었는데, 각종 지표에서 명확하게 우위를 드러내던 박성한이 아닌 박찬호가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면서 인기팀 프리미엄으로 인한 수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성적으로는 하트가 이미 수상을 확정 지은 것이나 다름없었던 투수 부문의 경우에도, 결과적으로 하트가 시상하기는 했으나 원태인과의 표차가 38표밖에 나지 않으면서 KBO 시상에서 전통적으로 드러나던 문제 중 하나인 외국인 차별 현상과 비인기팀 차별 현상이 또다시 발생한 것 아닌가 하는 비판이 있었다. 각 부문의 경쟁자 간의 비교는 필요한 경우 별도의 글에 구체적으로 작성해 보겠다.
KBO 규정집에서 골든글러브 시상에 관한 부분을 찾아본다면 수비와 공격 외에도 인기도라는 주관적인 수치를 기준에 포함하고 있다. 주관적인 수치는 배제하고 가장 좋은 활약을 한 선수가 수상하는 것이 적절하기는 하나, 인기도가 굳이 반영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특정 시즌에 센세이셔널한 돌풍을 일으킨 선수에 대한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인기도"는 그저 인기팀의 선수에게 주는 가산점이 된다. 전자의 예시로, 올해의 레이예스가 있다. 객관적인 종합 타격 지표를 비교한다면 OPS, wRC+, WAR 등에서 에레디아에 미치지 못했고, 고전적인 지표에서도 타율, 홈런 모두 에레디아에 뒤쳐졌다. 그러나 올해의 레이예스는 2014년 서건창을 뛰어넘는 202안타를 기록했고, 이에 힘입어 골든글러브 수상에 성공했다. 이처럼 신기록을 작성하거나, 어떠한 이유로 센세이셔널한 주목을 받게 된다면 이러한 사항이 시상에 반영되는 것은 감안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인기도 가산점을 특정 활약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저 "인기 팀" 소속의 선수라는 이유만으로 받게 된다.
2루수 부문 2위를 김선빈이 차지한 것이나 유격수 부문 수상을 박찬호가 한 것에 있어 "우승 프리미엄"을 언급하는 팬들이나 기사를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이 우승 프리미엄이라는 개념은 일관되지도, 합당하지도 못한 기준이다. 우선 골든글러브란 개인 시상이다. 선수 개인이 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팀스포츠인 야구 특성상, 개인 시상에 팀 성적을 반영한다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된다. 두 선수의 개인 성적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한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반영할 수는 있겠지만, 개인 성적에서 명확한 차이가 보임에도 "우승 프리미엄"으로 역전이 가능한 것처럼 이야기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또한, 우승 프리미엄이라는 개념은 매년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흥참동"(SSG, NC, kt, 키움 등의 상대적 비인기 팀들을 이르는 용어이다.) 팀들이 우승을 차지하는 해에는 우승 프리미엄이 매우 미미하거나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인기 팀"이 좋은 성적을 차지하는 경우에는 골든글러브 시상뿐 아니라 MVP 시상에까지 우승 프리미엄이 적용되기도 한다. 우승 프리미엄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기팀 프리미엄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예시로는 2015-2016년 유격수 부문 김재호, 2017년 외야수 부문 버나디나, 투수 부문/MVP의 양현종, 올 시즌 유격수 부문 박찬호 등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비인기 팀의 경우에는 팀 성적과 개인 성적이 모두 뛰어나더라도 수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2018년 3루수 부문이 있는데, 이 해 최정은 3루수 가운데 유일하게 0.9대의 OPS를 기록했으며, wRC+ 120을 넘긴 유일한 3루수였다. 뿐만 아니라 한국시리즈에서도 극적인 동점 홈런으로 소속팀의 업셋 우승을 이끌었지만, 결과적으로 골든글러브 수상에 실패했다.
골든글러브는 각 포지션에서 "정규시즌"에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에게 주는 "개인상"이어야 마땅하며, 개인상에 소속팀의 가을야구 성적이나 최종 순위, 팀의 인기도 등이 반영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결정권자들이 그러한 기준이 반영되어야 할 합리적 기준이라고 판단한다면, 최소한 그 기준은 매년 모든 팀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일관적 기준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은 합리적 기준도, 일관적 기준도 아닌 주관적 잣대로 수상을 결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근본적인 문제는 선정 방법에 있다. KBO 골든글러브는 기본적으로 기자들의 투표를 통해 선정하는데, 세이버메트릭스를 비롯해 야구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 없이 단순히 주관적 기준만으로 투표하는 기자들의 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또한 기자 투표로 수상자를 선정하기는 하지만, 이 경우에는 야구 전문 기자 협회(BBWAA) 소속 기자들에게만 투표권을 준다. 따라서 KBO리그의 각종 수상자 선정 역시도 이처럼 특정한 기준을 마련하여,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고 여겨지는 집단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투표인단의 수가 과도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하지만, 메이저리그의 투표인단이 500명인 데 비해 현재 KBO 골든글러브 투표인단의 수가 300명 가량이라는 점을 보면, 리그의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투표인단의 수를 줄이는 것 또한 필요한 조처일 수 있다.
2024년 KBO 리그는 최초로 천만 관중을 돌파하며 리그 창설 이래 최고 수준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KBO의 대표 시상이라고 할 수 있는 골든글러브 선정에 있어 계속해서 잡음이 나오는 것은 리그의 권위를 해친다. 리그 시상의 권위와 팬들의 적극적인 관심 유도를 위해서는 이러한 방식의 반드시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