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국가대표 담론

국가대표에 대한 팬들의 소극성 개선을 통한 리그 발전 방향성

by 여행하는살별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당시 대표팀 단체 사진/출처: NEWS1


한국 야구의 경우, 축구를 비롯한 여타 스포츠들에 비해 국가대표 경기가 가지는 의미가 적은 편이다. 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이유로는 국제대회의 수준과, 팬들의 소극성이 있을 것이다.


전자의 경우, 메이저리거들이 MLB 사무국에서 주최하는 대회인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외에는 출전하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참여할 뿐 아니라 국적이 아닌 혈통으로써 선수들의 대표팀 출전을 허용하는 WBC의 경우, 한국 국적의 메이저리거들과 함께 한국계 메이저리거들까지도 출전하기 때문에 각국 간 다소간 전력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전체적인 대회의 수준은 상당히 올라간다. 저번 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이 너무나도 일찍 탈락한 나머지 다소 과소평가되는 지점이지만, 2023 WBC 당시 한국 대표팀에는 메이저리그 수준의 선수가 다섯 명이나 있었다. 특히 당시에 국내에 복귀했거나 아직 진출 전이었던 세 선수(김광현, 이정후, 김혜성)는 차치하더라도, 당시에도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김하성과 토미 에드먼의 경우 둘 모두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을 정도로 MLB에서도 인정받던 자원이었다. 그뿐 아니라 김광현의 경우에도 직장폐쇄의 여파로 국내에 복귀했을 뿐 기량 부족이나 부상의 여파로 계약에 실패한 것은 아니었기에 당시 기량 자체는 메이저리그 레벨로 인정받았고, 이정후 역시 바로 다음 해 1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킬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고 있었다. 해당 대회의 경우 전략적 실패로 예선탈락에 그치고야 말았지만 말이다.

WBC를 제외한 다른 국제대회의 경우 메이저리거들이 출전하지 않기 때문에, 각국은 올림픽이나 프리미어 12 등의 대회를 각국의 국내 리그 소속 선수들이나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차출하여 치르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 독보적인 수준의 국내 리그를 자랑하는 일본 대표팀에게 상당히 유리한 판이 깔리게 된다. 일본 대표팀을 제외하면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국내 리그를 가진 한국 대표팀이나,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유망주들을 많이 보유한 대만 및 중남미 국가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기는 한다. 물론 때로는 이변이 일어나기도 하지만(우리 대표팀이 겪은 각종 '참사'들과 2006 WBC 미국전, 2015 프리미어 12 준결승 등) 이는 말 그대로 '이변'일뿐, 대부분의 경우에는 대회 결과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전 세계에서 야구 국가대항전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미국, 한국, 일본, 대만, 중남미 국가들, 네덜란드 정도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참여하는 국가들의 절대적인 수가 적고, 그중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을 가진 팀은 더 적기 때문이다.

대회에 참여하는 팀들의 수가 적고, 그 팀들의 기량이 예상 범위 내에 있으며 결과가 그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이는 대회의 흥행을 해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야구 국가대항전에서는 이러한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


사실 더 큰 이유는 두 번째 요인, 팬들의 소극성이다. 야구, 정확히 말해 KBO는 국내 프로 스포츠 가운데에는 경쟁자가 없는 압도적인 '1등'이다. 관중 규모만 보더라도 그렇다. KBO는 2017년 840만 명의 관중을 기록한 이래로 코로나19를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관중 수가 점점 감소해왔지만, 2024 시즌에는 사상 처음으로 천만 관중을 돌파하고야 말았다. 연간 총 관중 규모가 큰 것은 많은 경기 수 때문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경기당 관중 수를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축구(K리그)와 비교하더라도, 하루 동안 모든 축구장에서의 관중 수 합이 그날의 야구 경기 하나의 단독 관중 수를 넘어서지 못하는 일도 부지기수이다. 이처럼 KBO가 국내 프로리그 가운데 압도적 인기를 자랑하는 데 반해, 야구 국가대표 경기는 월드컵 등에 비해 인지도와 주목도가 모두 낮다. 국내 리그의 흥행도만 본다면, 한국에서의 야구는 국기(國技)라고 하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데, 국제전의 주목도는 왜 낮을까? 이는 국내리그의 팬들이 국제전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군 면제 혜택이 없는 대회의 경우, "우리 팀 선수는 나가지 말고 쉬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는 야구팬을 찾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리그가 중요하지 국제전이 왜 중요해?"라고 이야기하는 팬들 역시 꽤나 자주 보인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리그의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축구 팬들의 경우, 해외 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선수들을 중심으로 경기를 시청하거나, 국내 리그와 관련 없는 해외 팀의 팬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야구의 경우 팬덤의 대부분이 국내 리그의 팀을 응원하기 때문에, 팀의 시즌 성적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야구 국제전의 경우 대부분 정규 리그가 시작되기 전, 혹은 포스트시즌이 끝난 이후 치러진다. 이때, 국가대표로 차출될만한 기량을 가진 선수라면 팀 내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일 것인데 혹여 이 선수가 시즌 전후 휴식을 취해야 할 때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국제전 출전의 여파로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팀의 정규시즌에 큰 손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부상 이력이 있는 선수를 국제전에서 과도하게 기용하다가 선수의 커리어에 손상을 준 과거 사례가 존재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정규리그 경기에 출전했거나, 부상 이력이 있는 자팀 선수를 국가대표로 차출하는 것에 반대하는 팬들 역시 많다.

하지만 리그 발전을 위한 신규 팬 유입 및 야구계 활성화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국제전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국제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을 떠올려보자.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한국 야구 중흥기의 신규 팬을 일컫는 대표적인 단어인 "베이징 뉴비"나, 당시 대회를 보고 야구선수의 꿈을 키운 선수들의 세대를 일컫는 말인 "베이징 키즈" 등의 용어는 아직까지도 쓰인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매년 8월 23일을 "야구의 날"로 기념하고 있는데, 이 날짜 역시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승한 날짜이다. 이뿐 아니라, 베이징올림픽 이전, 프로야구는 1995년 이후 2000년 초반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관중 수의 감소를 겪으며 위기를 겪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이징 올림픽의 우승이 프로야구의 중흥기를 이끄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있는 야구팬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여전히 우리는 15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베이징올림픽 우승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KBO리그 연도별 관중 수 통계

이처럼,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얻는 것만큼 야구계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계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국제전에 소극적인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베이징 때와 같은 기회를 얻기란 힘들 것이다. 이러한 소극적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리그 차원에서의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 우선, 국가대표에 참가하는 것이 손해가 아니며, 필요한 일임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는 국가대표팀 상비군을 운영하며 국제전이 없는 해에도 대표팀을 소집하여 평가전을 치르는 등의 방식으로 국가대표 소집 자체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KBO리그에서는 국가대표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FA 일수 등에서 혜택을 주고는 있지만, 이는 선수들에게 체감되는 혜택일 뿐 팬들과 구단의 입장에서는 혜택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 같은 부분에서도 개선이 필요할 수 있다. 팀 차원에서 느낄 수 있는 혜택의 경 국가대표에 차출된 선수의 연봉 일부를 야구발전기금 등을 이용해 리그 차원에서 보조하는 등의 방안이 가능할 수 있다. 팬 차원에서 체감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지난 프리미어12 때 KBO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했던 것처럼 각 팀 유튜브 채널과 같이 대표팀 역시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 팬 친화적인 마케팅을 이어가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전체적인 인프라 구축 및 선수 풀 확장, 전력 평준화를 통해 국가대표에 차출되는 선수들의 팀 비중이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좋은 국가대표 성적을 거두고 이를 긍정적인 사이클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전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리그 차원에서 다양한 층위의 개선 방안을 고안하여 적용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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