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수학 수업, 여름(3) 방정식

중학교 수학 수업 - 여름 (3)

by Galaxy샘

'묘비명'

고인(故人)의 삶을 압축적으로 담아내는, 짧은 자서전적 메시지

여러분은 어떤 묘비명으로 남고 싶은가요?


수학자들의 묘비명은 어떨까요?

아르키메데스 묘비명에는 그가 발견하고 너무나 기뻐했다는,

'원기둥 : 구 : 원뿔의 비율 3 : 2 : 1'에 관한 그림이 그려져 있고,

오일러 묘비명에는 가장 아름다운 수학 공식이라는 오일러 공식이 새겨져 있고,

가우스 묘비명에는 그가 열일곱살 때, 그 작도 방법을 찾아냈던 정17각형이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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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식 풀이에 심취했던 디오판토스(246?~289?)의 묘비명에는 아래와 같은 문제가 새겨져 있답니다.


'신께서 허락하신 그의 생애 중 1/6 은 소년기였고,

그 후 생애의 1/12 동안은 청소년기였고,

그 후 수염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생애의 1/7 동안은 미혼으로 지내다가,

결혼한 지 5년 만에 아들이 태어났다.

그 아들은 아버지 나이의 절반이 되는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슬픔 속에서 4년을 더 살다 생을 마감하였다.'


그렇다면 디오판토스는 몇 살까지 살았을까요?

학생들에게 디오판토스의 나이를 미지수 x 라고 해서 식을 세워보라고 하면,

유년기 x/6, 청년기 x/12, 미혼 기간 x/7, 결혼 후 5년 뒤 아들 출생, 아들 수명 x/2, 그리고 4년을 살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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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일차방정식'을 잘 찾아냅니다.

이 일차방정식을 풀어보면 디오판토스는 84세까지 살았습니다.

학생들에게도 자신의 미래의 삶을 예측해서

묘비명에 실릴 나의 인생 방정식을 미리 만들어 보라고 하기도 합니다.


'방정식(方程式)'이라는 이 이름은, BC 250년 무렵에 중국에서 편찬된

중국 고대의 대표적인 수학책 <구장산술(九章算術)>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구장산술>은 제목에 나타난 대로 9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8장의 제목이 ‘방정(方程)’인데,

‘방(方)’은 원래 사각형이라는 뜻으로, 미지수를 네모난 빈칸으로 놓아둔 것이고,

‘정(程)’은 계산 과정을 의미합니다.

8장 '방정(方程)'에는 1차 연립방정식 문제와 그 풀이가 실려 있습니다.


‘방정식’의 역사는 인류 문명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습니다.

1858년 영국 고고학자인 에드워드 헨리 린드(1833~1863)는 요양차 이집트에 갔다가

우연히 파피루스 하나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병으로 일찍 사망한 직후 1864년에 이 파피루스는 영국 대영박물관에 양도되었지요.

그때까지도 잘 몰랐습니다. '린드 파피루스'에 쓰여 있었던 것이 바로 이집트의 수학 관련 매뉴얼 일 줄은요.

'린드 파피루스'를 해독하자, 기록한 시기는 물론 기록한 사람 이름까지도 정확하게 쓰여 있었습니다.

기원전 1650년, 서기관 아메스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무려 84개의 수학 문제와 해법이 담겨 있었습니다.

특히 일차방정식 관련 문제들이 많았는데, 몇 가지 문제를 소개하면요.


'어떤 것과 그것의 1/4을 더하면 15가 된다. 그것의 수량은 얼마인가?' (파피루스 26번 문제)


'어떤 것에 그것의 2/3, 1/2, 1/7을 모두 더하면 33이 된다. 그것의 수량은 얼마인가?' (파피루스 33번 문제)


'바구니에 빵이 있는데, 들어있는 빵의 1/2을 더 넣고, 다시 1/4을 더 넣으면 빵이 모두 7개가 되었다.

그렇게 해서 빵이 모두 7개가 되었다면, 처음 바구니에 있던 빵은 몇 개인가?' (파리루스 37번 문제)


'무게가 같은 금, 은, 납이 들어있는 주머니 한 개를 84샤티에 샀다. 금 1데벤은 12샤티, 은 1데벤은 6샤티,

납 1데벤은 3샤티일 때,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금, 은, 납 값은 각각 얼마인가?'

(샤티는 당시의 화페 단위이고, 데벤은 무게 단위) (파리루스 62번 문제)


3천여년 전 일차방정식의 문제들이 오늘날 중학교 1학년 수학 시험에 출제된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겠지요.

'린드 파피루스'에는 문제들에 대해 정답뿐 아니라 구체적인 해결 방법까지도 자세히 실려 있다고 합니다.


동서양 모두 방정식이 이렇게 일찍부터 사용된 까닭은,

인류에게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방정식이 그만큼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방정식의 역사는 곧 수학의 역사라고 할 정도로 오래되었지요.


방정식을 본격적으로 연구했던 고대 수학자는 바로 위에서 소개한 디오판토스 입니다.

디오판토스는 자신의 수학 연구를 집대성하여 총 13권으로 구성되었다고 전해지는 책,

<산술(Arithmetica)>을 서기 250년경에 저술했습니다.

이 책에 '디오판토스 방정식'을 비롯한 '대수학의 아버지'라고 불릴만한 수학 문제들이 실려있지요.


하지만 <산술> 원본은 모두 소실되었고, 남아 있는 것은, 번역본과 필사본 6권만 전해져 왔습니다.

17세기 피에르 페르마(1601~1665)가 본업인 판사직을 수행하면서도, 틈틈이 수학 연구를 매진했는데,

이때 늘 애독했던 책이 바로 이 <산술> 6권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명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산술> 2권 9번 문제 옆 여백에 기록해 놓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1968년 이란에서 아랍어로 번역된 <산술> 4권이 추가로 발견되어, 총 10권이 남겨져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방정식은 세계를 움직이게 하는, 시간을 초월한 동력입니다.

수학 대중화에 큰 기여하고 있는 이안 스튜어트(1945~ )의 <세계를 바꾼 17개의 방정식>이라는 책을 보면,

이 방정식들이 없어진다면 세계가 금방이라도 멈춰 버릴 것 같습니다.

* 금융 시장에서 옵션 가격을 계산하는 '파생 금융 방정식'

* 통신 기술에서 전자기파 성질과 관련된 '맥스웰 방정식'

* 항공 역학에서 유체의 운동을 기술하는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

* 음향 및 진동 분석에서 '파동 방정식'

* 신호처럼 영상 처리를 가능케 하는 '푸리에 변환'

* 열역학에서 '엔트로피와 볼츠만 방정식'

* 양자역학에서 입자의 상태를 설명하는 '슈뢰딩거 방정식'

*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방정식'

* 생태학 연구에서 '로지스틱 방정식'

* 통계학에서 '가우스 분포(정규분포)를 나타내는 방정식'

* 재료 과학 엔진 설계에 필요한 '열전도 방정식'

* '데이터 분석의 최소 제곱법'

* 기상학에서 '비선형 혼돈 방정식(로렌츠 방정식)'

* 측량에서 반드시 필요한 '피타고라스 정리'

* 역학적 시스템 상태를 기술하는 '해밀턴-자코비 방정식'

* 생물학 유전학에서 '유전의 법칙 (하디-바인베르크 방정식)'


이름도 어려운 방정식들이지만,

이러한 방정식들 때문에 세계가 오늘도 돌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중학교 수학 시간, 일차방정식 단원에서는 운동선수가 기초 체력을 키우는 훈련을 반복해야 하듯이,

학생들도 일차방정식 관련 문제들을 반복해서 연습합니다.

일차방정식의 해법의 열쇠는 단 하나, '등식의 성질'이기에

학생들이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단시일에 능숙하게 풀이를 하고,

수학에 대한 나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답니다.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한 번이라도 경험하게 하는 것,

중학교 수학 수업에서 수학 교사가 힘써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복 연습이 귀찮지 않을 수 없으니,

일차방정식을 풀어서 나온 해들을 색칠하여 캐릭터 그림이 나오게 하기도 하고,

일차방정식을 풀어서 그 해를 연결하여서 만드는 일명 '꼬리잡기 문제 풀이'를 하기도 하고,

일차방정식을 모둠별로 풀어서 어느 모둠이 먼저 푸는지 시합을 하기도 하고,

일차방정식의 해를 모아서 조각 퍼즐을 푸는 '타지아 게임'을 하기도 하고,

일차방정식의 해와 글자를 연결해서 암호를 해결하기도 하고,

일방정식의 해를 자물쇠의 비밀번호로 하여, 자물쇠를 열면 과자 선물을 받게 하기도 하고

일차방정식 숙제를 내줘서 멘토와 멘티가 함께 풀게 하기도 하고...

어쨌든 여름을 당겨오는 것은, 일차방정식 풀이의 열기라고나 할까요.


한 학기가 끝나고 수학 수업에 대한 평가를 받을 때,

그래도 가장 재밌었던 단원이 어디였냐고 물어보면, 예상외로 방정식의 풀이을 꼽는 학생들이 꽤 있습니다.

아마도 방정식을 풀어서 답이 하나로 결정되는, 그 느낌이 좋기도 하고,

방정식 풀이가 능숙해지면서 느껴지는 자신감이 좋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열치열, 교실은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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