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수학 수업, 여름(5) 수학 '멘토-멘티' 활동

중학교 수학 수업 - 여름 (5)

by Galaxy샘

학교 담장에 빨간 장미가 넝쿨째 피고,

나날이 더워지는 초여름,

일차방정식을 100문제도 넘게 풀고,

연립일차방정식도 가감법, 대입법, 치환법으로 다양하게 연습하고,

이차방정식 문제도 지겹도록 반복해서 풀었습니다.

아, 더 이상은 풀고 싶지 않은데, 여전히 반복 연습이 필요할 때,

이럴 때는 선생님이 아닌, 친구가 나와서 문제를 풀고 설명해 봅니다.


칠판에 문제를 쓰고, 누구를 부를까요?

학생들은 '아, 내 번호만은 부르지 마세요.' 속으로 생각할까요?

오늘이 6월 25일이니까, 25번, 아니 6+25는 31, 31번은 없으니까, 3+1은 4번!!

4번 학생 당첨, 나와서 풀어보세요~


내 번호가 불려질까 봐 마음이 두근두근, 그러다 내 번호가 불려지면 얼굴이 화끈화끈.

아... 수학 시간 정말 싫다, 오늘 학교 오지 말걸 그랬나...

칠판 앞에서 풀지 못하고 서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내 뒤통수를 지켜보는 많은 눈들,

아, 이게 부디 꿈이길...

그렇게 교실 앞에 나오는 걸 힘들어 할 학생이 있으면 안 되기에,

또 요즘엔 수학 수업 시간에 나와서 발표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기에,

굳이 번호를 부르지 않아도 됩니다.

자청해서 나온 학생이 문제를 풀고 신나게 설명해 주는 것이 때론 수학 수업의 청량한 활력소가 됩니다.


수학이 두려움이 되어 버리면 안 되기에,

수학은 싫지만, 수학선생님은 안 싫었으면 싶고,

수학은 싫지만, 친구랑 수학 공부하는 건 괜찮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 수학 수업 시간을 버티는 힘은,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 때문이기를 바래봅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다 보면, 선생으로서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뽑아도 다시 생겨나는 여름철 잡초처럼,

수학 수업 시간에 이 학생의 모르는 부분을 해결해 주다 보면,

저 쪽에서 못 하고 있는 학생이 보이고,

또 다른 쪽에서 해 보려고 하다가 잘 안 되니 그냥 엎어져 버리는 학생이 보입니다.

선생은 한 명인데, 도움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은 여럿이지요.

그야말로 손오공처럼 샘이 복제되어 여러 명이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수학 ‘멘토(Mentor)-멘티(Mentee) 활동'입니다.

멘토는 보통 경험과 지혜가 풍부한 조언자이고, 멘티는 멘토로부터 지도와 도움을 받는 사람을 뜻하지요.

수학 교과는 학생들 간의 편차가 심한 과목들 중 하나이기에

'멘토-멘티 활동'이 효과가 있곤 합니다.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이 ‘멘토’인지 ‘멘티’인지 잘 압니다.

수학 문제를 꽤 잘 푼다고 여겨지는 학생이 때로는 멘티(mentee)를 하고 싶다 하기도 하고,

수학 문제에서 계산 실수는 많지만, 가르치기를 좋아하는 학생이 멘토(mentor)를 하고 싶다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멘토-멘티’ 짝꿍이 자발적으로 정해 지면, '멘토-멘티 활동 노트'를 받습니다.


'활동 노트' 맨 앞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배움은 묻는 것에서 시작하고, 가르쳐 주면서 내가 더 깊이 배우게 된다.'


'멘토-멘티 활동'은 수업 시간 밖에서 주로 이루어집니다.

멘토인 학생이 '활동 노트'에 문제를 내 주면, 멘티인 학생이 집에서 그 문제를 풀고 와서는,

다음 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함께 답을 맞춰 보면서 수학 공부를 합니다.

때로는 주말에 동네 도서관에서 만나 '멘토-멘티 활동'을 하기도 하지요.

시험이 가까워지면 '멘토-멘티 활동'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수학 시간 연습 문제를 풀 때, 멘티가 잘 풀고 있는지 멘토가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많고요.

성격 급한 멘토는 자기 문제를 다 풀어놓고는 끙끙 매고 있는 멘티 옆으로 달려가서 도와주기도 하지요.

선생이 한 명이라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곳곳에 멘토들이 도움을 줍니다.

수학 시간 마치 여기저기 작은 등불이 켜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중학생들은 언제 누구에 의해서 변할까요?

20여 년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면서 내린 결론은, 중학생들은 나날이 변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아니라 친구의 한 마디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멘토인 친구의 설명을 들을 때,

멘토인 친구의 ‘힘내’ 라는 한 마디를 들을 때,

'나도 수학 공부 해야겠다'는 결심을 아마도 가장 많이 할 것 같습니다.


'멘토-멘티 활동'을 할 때, 샘의 학창 시절도 곁들여 얘기해 줍니다.

수학 시험을 보는 날에는 어김없이 샘 자리에 친구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곤 했다고요.

수학 문제를 물어보려고 나를 기다리던 친구들이었는데,

그때부터 샘은 친구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걸 꽤나 좋아했었다고.

그렇게 친구들이 질문하는 수학 문제들을 풀어주다 보면,

내 공부를 할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것만큼 나에게 좋은 공부도 없었다는 것을,

그때 샘은 이미 알게 되었다고요.

가르쳐주면서 내가 더 깊이 배운다는 것을요.


봄이 오는 게 참 느리지요. 봄을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 것입니다.

3월이 되어 봄이 와야 하는데, 꽃샘추위가 여전하고,

나무들도 도무지 변할 생각을 안 합니다.

언제 저 나무에서 꽃이 필까 싶은데,

3월 지나고 4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갑자기 봄이 와 있습니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주위 나무들마다 봄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어느 누구 한 사람이 나무 하나 하나에 봄빛을 입힌다고 하면 이럴 수는 없겠지요.

모든 나무들이 각자 자기만의 봄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멘토-멘티 활동'이 그런 것 같습니다.

선생이 없는 데도 여기저기서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가,

어느 순간 확~ 학생들이 달라져 있습니다.

수학 수업 시간 지루한 설명에도 좀 더 집중하려고 하고, 수학 문제 풀이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합니다.

학교 교정에 나무들이 뜨거운 햇빛 아래 찬란한 초록빛으로 확~ 변해 있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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