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수학 수업, 여름(9) 이차 함수

중학교 수학 수업 - 여름 (9)

by Galaxy샘

공 하나를 들고 교실로 들어갑니다.

그 순간 이미 교실은 난리가 나지요.

웬 공이냐고, 자기한테 한 번만 던져 달라고 하네요.

공 하나면 수학 수업 시간에 자던 학생도 일어나게 합니다.


학생 한 명을 불러 교실 뒷 쪽에 서게 하고, 준비해 간 공을 던집니다.

공은 교실 앞에서 뒤쪽으로 천천히 곡선 궤적을 그리며 움직이다가

탁, 학생이 공을 잡습니다.


"이게 포물선(抛物線, Parabola)이다!" (북한에서는 ‘팔매선’)


지구 중력에 의해 모든 공은 올라갔다 내려오고,

올라가는 부분과 내려가는 부분이 완전히 똑같은, '좌우 대칭' 입니다.

그래서 포물선에는 '대칭축'이 있고, 대칭축과 포물선이 만나는 유일한 점, '꼭짓점'이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일상생활에서 포물선을 찾아 사진을 찍은 후,

그 포물선의 궤적을 그래핑 계산기에 넣어서 함수식을 찾아보게 합니다.

그러면 야구공, 축구공, 농구공, 배구공, 골프공, 탁구공... 갖가지 공들의 궤적이 등장하고,

그 궤적은 모두 포물선이고,

포물선에 대하여 찾은 함수식은 모두 '이차 함수'입니다.

즉 '이차 함수'의 그래프는 지구 위 모든 움직임의 원초적 형태인 것입니다.


수업 시간에 가장 필기를 많이 하는 과목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학생들은, 단연코 수학이라고 말합니다.

한 시간 수학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도 팔이 아프겠지만, 샘의 손에도 분필 가루가 가득 묻어있곤 했지요.


그런데 최근 '이차 함수의 그래프' 관련 수업 시간에는,

필기를 거의 안 합니다. 칠판도 전혀 안 씁니다.

수학 수업이 끝나도 마치 수업을 하지 않은 교실처럼 칠판이 깨끗합니다.

왜냐하면 분필과 칠판 대신, 마우스와 크롬북을 사용하는 수업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지요.

칠판에 가로축과 세로축, 원점을 표시하여 좌표평면을 그리고,

이차 함수의 식에서 한 점, 한 점을 찾아 그 좌표를 하나씩 찍은 후, 그것을 연결하여 그래프를 그리다 보면,

밖에선 여름날 아지랑이가 올라가고, 밥그릇 모양의 이차 함수 그래프를 보면 점심시간이 더욱 기다려지고,

꼭짓점을 지나는 대칭축을 기준으로 좌우가 똑같다는데, 칠판에 그려진 이차 함수 그래프는 약간 엉성하고,

이차 함수의 그래프의 평행 이동에 관한 설명을 학생들은 듣는 둥 마는 둥,

그야말로 학생들에게 가장 힘든 수업 중 하나가 이차 함수 그래프에 관한 수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교실마다 크롬북(Chromebook)이 학생수만큼 있습니다.

수학 수업이 시작되면, 자기 크롬북을 꺼내서 '알지오 매스'나 '데스 모스' 등의 그래핑 계산기를 엽니다.

그래핑 계산기에서 이차 함수의 식을 입력하고, 엔터(Enter)를 칩니다.

그러면 컴퓨터 화면에서 이차 함수 그래프가 그 즉시 그려지고,

그려진 이차 함수 그래프는 마치 '슈트 입은 말끔한 도시남'처럼 완벽합니다.


이차 함수 y=ax^2 + bx + c 에 대하여

a, b, c 의 값을 바꿔 보면서 그래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학생들은 곧장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차 함수의 그래프의 꼭짓점에 마우스를 갖다 대면, 꼭짓점의 좌표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차 함수의 대칭축도 그래프에 추가할 수 있습니다.

x의 값의 범위를 주면, 그 범위에서의 이차 함수의 최댓값과 최솟값을 찾는 것도 식은 죽 먹기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래핑 계산기에서 이차 함수의 그래프를 그리는 학생들의 손놀림이 정말 광속입니다.

수년간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다져진 손놀림이니 어련하겠습니까. ^^


이차 함수의 그래프에 대해 어느 정도 배우고 나면,

그래핑 계산기에서 함수식을 사용한 ‘캐릭터 그리기’ 수행 평가를 실시하곤 합니다.

이 수행 평가를 하다 보면, 세상에 있는 모든 형태들이 함수식으로 충분히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은 저절로 이해하게 됩니다.

image.png


학생들이 제출한 수행 평가 결과물은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곤 합니다.

일차 함수를 이용하여 직선을 표현하고, 이차 함수를 이용하여 곡선을 표현하면서

수행 평가 기준은 15개 이상의 함수식을 사용하라고 하는데,

많게는 500개 이상의 함수식을 이용하여 정교한 캐릭터를 그려오곤 합니다.

이 수행 평가를 하다 보면, 꼭 마니아가 생기는데요,

밤을 꼴딱 새우고 작업을 해서, 자신이 어렸을 때 너무나 좋아했던 '토마스 기차'를

무려 1500개 이상의 함수식을 이용해서 그렸던 학생도 있었습니다.

오로지 일차 함수만을 이용하여 고려청자의 곡선을 너무나 멋지게 표현한 학생도 있었는데,

그 학생에게 나중에 미술을 전공하면 어떻겠냐고 제가 권할 정도였습니다.


그래핑 계산기인 '데스모스(Desmos)'에서는 그래핑 계산기를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는,

'아트 콘테스트'를 전 세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최근 그래핑 계산기 '아트 콘테스트' 수상작을 보니, 그 수준이 어마 무시합니다.

image.png 출처 : https://www.desmos.com/calculator/vfeogqzm8y?lang=ko (만 15~16세 수상작)


이제 이차 함수 그래프에 관한 수업은, 여름날 가장 힘든 수업이 아니라,

여름날의 더위를 잊게 하는, 가장 흥미진진한 수업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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