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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색이 있다면 껄끄러운 글

by 백호


내가 대학 새내기가 되던 2008년, 이명박이 제17대 대통령으로 취임을 하였고 그 즈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나는 보수주의 성향의 이념을 존중하고 따르는 사람이다. 요즘 보수 혹은 우파라고 하면 친일, 태극기 부대로, 진보 혹은 좌파라고 말하면 종북, 공산당 등으로 치부한다. 6.25 전쟁 전, 후 이외에 이렇게까지 양극단으로 갈라선 이념 대립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혹 내가 보수주의의 이념을 존중한다는 문장을 보고 '윤석열 내란 옹호자' 혹은 '애국 보수' 중 하나를 떠올렸는가?



작년 12월, 비상계엄 직후 통탄스럽고 개탄스러운 마음을 담아 처음으로 블로그에 정치 관련 글을 올렸다. 2017년 블로그 개설 후 첫 정치 관련 포스팅을 했으니 내 마음이 어땠을지 조금은 가늠이 될 것이다. 그로부터 약 4개월 후인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어 대통령 직에서 파면되었다.


대통령 탄핵안 소추 후 단 한차례도 정치 관련 글은 쓰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도 많았고 잘못된 부분도 지적하고 싶었지만, 이 시기에 의견을 표출하면 왼쪽 아니면 오른쪽 둘 중 한 방향으로 오해를 사기 분명했기에 선고 이후 글을 쓰기로 했다.


탄핵은 이미 비상계엄 순간 기정사실화된 것이었다. 전한길 강사의 집회 참석과 여론조사 지지율이 대통령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당연히 파면이 될 것이고 되어야 한다고 줄곧 말해왔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 대통령은 비상계엄이 아닌 합리적이고 납득 가능한 행동을 통해 충분히 전달할 수 있었고,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내에서 가장 입김이 센 사람은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야당의 22차례의 탄핵과 독단적인 입법 행동, 부정 선거 의혹과 같은 변을 내세웠지만 그것은 한낱 궤변에 불가하다.


이런 민주당의 행보가 옳다 그르다를 따지기 전에,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그 외 다수당 의원들은 누가 뭐라 해도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이다. 대통령 또한 국민이 선거를 통해 선출한 국가의 수장이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 크고 작은 선거를 통해 반드시 응당 대가를 받게 되어 있음에도, 무리한 권력 남용은 정돈이 아닌 혼란을 일으킨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것은 대통령뿐 아니라 다수 의석의 야당도 마찬가지다. 모든 정치인들과 국가 권력을 가진 자들은 더 많이 보고 듣고 공부해야 한다. 국민들 또한 이에 상응할 만큼 관심을 가지고 넓은 눈으로 세상을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완벽한 정답을 찾기 위함이 아닌 보다 옳은 선택을 위해서이다.


만약 밥 한 끼 사 먹을 돈밖에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A는 지금 한 끼를 사 먹고 그 밥심으로 며칠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선택을 한다. 반대로 B는 오늘은 굶고 내일 버는 돈까지 합쳐 더 맛있는 것을 먹기로 했다. 그럼 여기서 올바른 선택은 누구인가?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다. 내일 일자리를 잃는다면 A는 무일푼 거지가 되는 것이고, 다음 날 밥 값이 2배로 폭등하면 B는 또 굶어야 한다.


너무 터무니없는 것 같은가. 그럼 다음 날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누구의 선택이 더 완벽한 것일까?


A가 이미 이틀을 굶은 상황이었다면 지금 밥을 사 먹는 것이 옳은 판단이었을 것이고, 오늘 밥을 먹은 B라면 내일 이후를 도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완벽한 선택이 존재하는가?

이렇듯 어떠한 선택을 함에 있어 시대와 배경, 상황 등을 보는 눈이 명확하다면 완벽하진 않아도 더 나은 선택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더 똑똑해지고 냉철해져야 한다.



민주당의 경우를 보자. 이재명 대표 1인 체제를 완벽히 구축을 하였고, 민주당 내의 대다수 의원들은 친명과 이재명 키즈들로 이루어져 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이 뚜렷하고 정치 경력이 많은 정치인이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입장에선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표를 보는 시선이 극단적으로 나뉘는 것일까?

현재 이재명 대표는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여러 건의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인 상태이다. 그리고 과거 여러 처벌 이력과 인성 문제 꼬리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 부분을 없던 일로 그리고 앞으로 남은 재판의 결과를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으므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어물쩍 넘기는 것은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하고 권력 만능 주의로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전체를 아우르기 어려운 인물의 1인 독주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강력한 팬덤과 최근 총선에서 당선된 대부분의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의 공천으로 국회에 입성했기 때문에, 다른 목소리를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야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역대 진보 성향 대통령들과도 비교해 봐도 포퓰리즘 정책이 강한 색채를 띠고 있어 중도나 보수층을 끌어안는 데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


윤석열의 보수와 이재명의 진보


어떤 이념과 방향이 올바른 것이고 좋은 것인가? 앞서 예시를 든 것과 같이 개인이 처한 상황과 배경,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무엇이 옳다고 말할 수 없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검증이다. 검증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쓰기와 말하기다.


그중에서도 쓰기보다는 말하기, 더 명확하게는 즉흥적으로 말하는 것을 검증의 도구로 삼는 것이 좋다. 정치인이나 유명인들은 자서전 등을 통해 자신의 인생과 생각 등을 활자로 전달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필터링 된 인위적인 내용이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때문에 자서전의 경우 참고용 정도가 적합하다고 본다.



국민의 선택을 받는 선출직인 경우 더더욱 '즉흥적 말하기'가 필요하다. '즉흥적 말하기'는 생각지 못한 흐름과 주제에 답변을 해야 하는데, 이때 본인이 가지고 있던 가치관과 신념, 지식수준 등이 여실히 드러난다. 즉흥적 상황에선 단어 선택의 실수는 있을 수 있지만, 내용에는 실수가 있을 수 없고 아는 것을 모른척할 수도 모르는 걸 아는척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A 씨의 학교 폭력은 어린 시절 혈기왕성함 때문에 그럴 수 있다"라는 말을 유력 정치인이 했다고 가정해 보자. 여기에서 A 씨의 이름을 틀릴 수는 있겠지만, 학교 폭력을 두둔한 내용에 실수가 있을 리 없고, 학교 폭력의 뜻을 몰랐다는 변명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즉흥적으로 말하기는 열린 주제 토론, 출근길 브리핑, 국민과의 대화 등이 될 수 있다. 이런한 것들이 수시, 주기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화자의 의도와 생각을 알게 될 것이고, 나의 생각과 맞는 대표자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라도 국민들은 맹목적인 팬덤 지지보단 단상으로, 토론장으로, 국민 앞으로 그들을 매일 같이 끌고 나와야 한다.


보수든 진보든 어떠한 성향을 가지고 지금의 정치를 논하라고 한다면, 상대 비난과 약점 잡기만 할 것이다. 나의 생각을 말하기 위해 상대를 깔아뭉개는 것은 전쟁일 뿐이다. 귀를 기울어야 한다. 눈을 떠야 한다. 퍼즐 한 조각을 맞추기보다 우리가 맞춰야 할 퍼즐의 완성본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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