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제, 최저 임금, 워라밸.
정의는 다르지만 추구하는 바는 일맥상통한다. 대한민국은 언제부터인가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것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기 시작했고, 일을 더 많이 하라는 말은 늙은 세대의 꼰대 짓이 되었다. 일을 더 많이 하는 것은 악(惡)이고, 일을 적게 하는 것이 선(善)인가?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우리는 어떠한 자세로 일을 대하는 것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일까?
세계 강국 미국은 일을 더 많이 할수록 세금을 깎아주며, 업무 인센티브를 강하게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기업가이자 세계적인 부호 중 한 명인 일론 머스크는 헤비 워커로 유명하다. 주 80시간을 일하며, 새벽3시까지 일하는 직원의 SNS에 'nice'라는 댓글까지 남길 정도다. 이런 일론 머스크를 힘들게 만드는 나라가 있는데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일을 가장 적게하는 나라 중 하나다. 특히, 병가 일수가 상당한 수준인데, 연 평균 20일에 달하고, 100일까지도 사용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병가 사용 기준은 근로자가 판단하는 것이지 다른 기준은 없다. 이 때문에 회사에서 집을 불시에 찾아가거나 병가 사립 탐정까지 있을 정도라고 한다. 독일 내의 한 외국계 기업은 정규 근로 시간 5% 내로 결근을 하는 경우 한화 160만 원 가량을 주지만 병가 일수가 줄어드는 일은 없다. 실업 급여, 복지 급여, 아동 수당 등 국가에서 지원하는 기본 소득만으로도 최저 임금 노동자와 큰 차이가 없다. 실제 독일인의 52%는 '근로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과 독일의 연 근로 시간은 550시간 가량 차이가 난다. 물론 미국이 더 많이 일한다.
4.5일제, 최저 임금, 워라밸은 단순히 젊은 세대들의 표를 얻기 위한 정치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휴식 시간을 보장하여 더 많은 소비 진작과 일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우리 인간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시간이 없어서 소비를 못한다는 이야기는 듣도 보도 못했다. 젊은 사람들 특히, 근로의 코어 층으로 분류되는 세대들이 4.5일을 원하는 이유는 단순히 쉬고 싶어가 아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공무원처럼 자리만 지키고 있는 상사들만 배불리 살아가니 나만의 시간이라도 보장 받으려는 것이다.
노동의 가치에 대한 인센티브 항상 존재해야 한다. 그것이 시간이든 결과든 어떤 방식이든 제한을 두지 않아야 한다. 정부는 노동 시간으로 그들을 생각해주는 '척'을 하지 말고 그들의 노력과 가치를 생각하는 정책을 내야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가지각색의 에너지를 내고 힘을 쓰기 위해서는 고용의 유연화도 반드시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 최저 임금, 정규직 전환 등을 외치는 소리보다 기업들이 노동의 가치를 대우해 줄 수 있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어차피 일 해도 돈은 똑같고, 어차피 대충 시간 떼워도 돈을 주는데 뭣하러 열심히 일을 하냐"와 같이 '어차피'라는 말은 국가 뿐 아니라 우리 인생에서도 안타까운 말이다. 가치를 느끼고 창출하는 것은 정치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방향을 아는 사람들에게 노를 젓게 해야지 모든 사람에게 노 젓는 횟수만 공평하게 나눈다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이 배가 싫은 사람은 다른 배를 타면 되는 것이고, 배를 타기 싫은 사람은 타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선택은 미국이냐, 독일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