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가 생기면 그때 해야지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다. '그때'가 언제지는 모르지만 언젠간 올 거라 믿고 미루는 것이다.
헬스장에서 운동 가르치는 일을 5년간 했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하기만 했지 전문적으로 가르쳐 본 것은 처음이라 쉬는 날도 없이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한테도 시간을 조금 내서 교육도 받으러 가고 신문물을 배우는 것이 좋겠다고 말을 자주 했었다. 그러면 하나같이 '아직은 아니다', '돈을 좀 더 벌면..'과 같이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 그렇게 5년이 지나 내가 퇴사할 때까지 '그때'가 온 사람은 없었다.
회사 일이 바빠서, 월급이 적어서, 휴일이 없어서. 우리는 늘 부족함을 느끼며 더 여유로운 상황을 꿈꾼다. '여유가 오면, 그때는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며 살겠다'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 여유는 웬만해선 오지 않는다. 수입이 늘면 저축을 많이 할 것 같지만 그만큼 지출도 많아진다. 휴일이 많아지면 하고 싶은 걸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황금연휴가 되면 더 많이 놀 뿐이다.
나는 오래도록 가족과 건강 그리고 나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지금 더 많은 일을 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더 나은 미래, 안정적인 내일의 '그때'가 올 거라 믿었다. 그런데 나를 뒤로 미루다 보면, 가족도 건강도 없는 때를 마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때'는 마주칠 수 없는 존재가 아닐까. 마치 하늘에 있는 신처럼.
그래서 미루지 않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환하게 웃는 얼굴, 처음 보는 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쉬고 싶은 마음과 울고 싶은 마음 또한 미루지 않는다.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 오랫동안 마음속 메모장에 적어둔 작은 계획들 그리고 스쳐 지나갈 나의 30대.
'그때'는 항상 내 옆에 멈춰 있었다.
지금이 그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