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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 A Jul 06. 2023

상실의 시대

거주의 부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공간은 주위 세계와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공간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공속하고 있는 존재이다. 우리는 집을 통해서 거주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세계 속으로 성장해 나아갈 수 있다. 집은 모든 공간 관계의 중심 영역이고, 낯익은 곳에서 낯선 곳으로 나아가게 만들어 준다. 거주함은 단순히 머무름의 의미가 아니다.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 의식주(衣食住) 중 주거는 물리적 주택의 범위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가족의 생활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자 자녀 양육과 보호, 휴식 및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공간이다. 집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고, 기능 또한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집은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의 거주공간인 집은 단순히 ‘머무름’의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가내수공업 형태의 일이 많았고, 이에 따라 집이 얻는 의미는 단순 머무름 그 이상이었다. 집에서 온 가족이 모여 같이 일하고 생활하는 이른바 ‘작은 세계’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이 말은 현대사회에서는 적용되고 있지 않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이른 새벽, 잠에서 깨어 직장으로 출근하고,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밥을 먹고 씻고 자는 삶의 패턴을 수행하고 있다. 거기에 잦은 회식과 야근이 더해져 집은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을 넘어서지 못한다. 집의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폭등하고 있는 집값은 현대인들에게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사회초년생들은 집은 애초에 살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주택 소유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오아시스 같은 개념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에게 집은 더는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 아니라 ‘결핍’을 마주하게 하는 공간이자 ‘상실감’을 가져다주는 공간이 되어간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회초년생은 말 그대로 ‘상실의 시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살면서 내가 나만의 집을 소유해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만 더더욱 올라가고 있다. 월세를 내지 못하면 언제라도 길바닥에 내쫓길 수 있는 삶을 사는 지금, 우리는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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