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이직”)

에세이

by Jrlee


이직(에세이)


퇴사 후 6개월 동안 나는 백수였다.

그러나 단순한 공백이라기보단, 내겐 다층적인 시간이기도 했다.


매일 아침 운동을 하고, 음악과 글쓰기에 몰두했고, 청년센터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동시에 인터넷 의류 쇼핑몰 창업도 준비했다.

포장은 다양했지만, 결국 ‘무직’이라는 현실은 피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예술적 영감은 흐려지고, 하루가 허무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래서 청년센터를 통해 연계된 기업에 취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무렵, 이전 회사에서 했던 일과 유사한 포지션의 채용 공고를 잡코리아에서 발견했다.

회사의 이름은 ‘SS시스템’(가명).

바로 이력서를 작성해 제출했고, 당일 저녁에 면접 일정 조율을 위한 연락이 왔다.


면접 날, 차를 타고 오산까지 향하는 길 위에서 나는 묘한 긴장과 짜릿함을 느꼈다.

누군가 아직도 나를 불러주는구나, 하는 고마움 때문이었을까.


도착한 면접장은 예상보다 조용했고, 면접관은 시간이 지나면서 2명씩 차례로 들어와 총 4명이 나를 마주했다.

40분 가까이 이어진 면접의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개발 업무를 해보셨나요?”

“설비 지원 업무도 가능하신가요?”


설비 지원 관련 질문은 같은 내용을 다르게 바꿔가며 반복되었다.

나는 순간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저를 뽑아주신다면, 해보겠습니다.”


경력직이었지만, 신입처럼 패기를 담아 말했고

면접관들은 그 대답에 미소를 지었다.


연봉 협상 과정에서 나는 과장 직급을 희망했고, 이에 맞는 연봉을 제출했지만

회사 측에서는 “조금 낮출 수 있냐”고 물었고, 나는 “괜찮습니다”라고 답했다.


과장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히 면접은 마무리되었고, 나는 ‘붙을 것 같다’는 확신을 가지고 돌아왔다.

왜냐하면, 내가 과거에 얼마나 책임감 있게 일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나는 깊이 실망할 틈도 없이, 어머니와 함께 준비하던 인터넷 쇼핑몰 ‘베이직 프로젝트’에 다시 집중했다.


내가 직접 피팅모델이 되어 사진을 찍고, 어머니는 동대문에서 옷을 고르고

소매업 경험을 살려 함께 운영했다.

‘올드한 모자’가 함께 만든 ‘젊은 브랜드’는 그 자체로 즐거운 도전이었다.


그렇게 몇 주쯤 지났을까.

어느 이른 아침,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

SS시스템이었다.


“합격을 번복하고자 연락드렸습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어리둥절했고, 어머니와 상의 후 연락드리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나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지금 이 기회를 받아들이는 게 더 큰 가능성임을.


아버지와 상의하고, 나는 다시 전화를 걸어 입사하겠다고 전했다.

자취방도 구하고, 서류도 제출하고, 그렇게 새 출근일을 기다리며 복귀했다.


놀랍게도, 나의 포지션은 ‘영업팀 – 기획 및 기술지원’이었다.

예상했던 테스트 업무 외에 ‘기획’이 붙어 있는 것이었다.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나에게 기획이라는 타이틀을 주었을까?


검색도 해보고, 선배나 지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결국 나는 회사쪽으로는 묻지 않기로 했다.

나는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회사든, 창업이든, 예술이든

나는 늘 과정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이번 합격도 우연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는 단 하나의 이력서만 냈고, 극적으로 합격했다.

그건 단순히 ‘운’만은 아닐 것이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사건을 여러 방향에서 바라보며, 대화에도 신중하고

어떤 상황이든 전략적으로 해석하는 편이다.


이런 나의 사고방식이 ‘기획’이라는 포지션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스케치한다.

이 기회를 어떻게 나만의 방식으로 채워갈지,

몇 년 뒤 완전히 달라질 내 모습을 그려본다.


혹시 수습기간을 못 버티고 다시 창업을 하게 되더라도

그건 실패가 아니라, 한 편의 이야기다.

그건 누가 죽고 못딸 ‘자격증’이 아닌,

똑같은 사건이지만 특별한 사고로 맞춰버린 나의 경험이다.


이건

누군가에겐 평범한 이직의 서사일지 몰라도

나에겐 단단하게 다져지는 ‘인생의 층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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