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참수)

참수

by Jrlee

참수


관객들이 가득한 광장 한가운데에서

오로지 시행될 나의 죽음은

지평선 너머로 보이는


모든 부조리와 부조화를 겉으로라도

알맞고 합당하며 조화롭게

피어나게 할 매우 억지스러운 꽃


나의 죽음을 선고한 권위자가

나를 삼아 부리는 강제적 예술행위에

모두가 관람하며 권력의 승리자를

찬양하니 나 또한 아무 기분을 느낄 수 없다.


희망이 없게 내리쬐는 햇빛

키가 제일 짧아지는

정오의 뜨거운 그림자들은

소리치며 분노하고


본능적인 들숨으로

마구 뱉어대는

그 최고의 모욕적인 괴성으로


나의 삶의 끝과

죽음의 시작을 관람할 때

그들은 매우 열광하며

진실과 거짓의 정중앙쯤에

환호성으로 화답한다.


나는 잠시 동안은 산자로서

굴러가는 나의 머리가

어딘가에서 멈췄을 때


사방으로 둘러싸인

경멸의 원한 많은

무수한 눈들에게

시선이 쏠리다가

의식이 점점 흐려진다.


영혼이 없는 나의 목은

나의 정의의 처참한

패배의 상징으로


썩어 문 드러 질 때까지

어느 저잣거리 입구에서

삿대질을 받겠으나


그 치욕은 오직 나의 거죽의 몫이니

더 이상 쓸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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