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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un Dec 03. 2024

죽음의 수용소를 통해 배우는 대학원생의 삶의 성찰

빅터 프랭클 박사의 로고테라피를 통해 배우는 삶에 대한 인식 전환

우리가 앞으로 맞이할 문제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해결할 수 없는 문제

2.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


1번의 문제들을 2번의 문제들로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죽음의 수용소'의 작가 빅터 프랭클 박사는 나치 수용소에서 '로고테라피'를 창안하여, 1번의 문제들을 2번의 문제들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과 수용소 동료들의 삶을 이어나갈 수 있게 했습니다.


로고테라피의 핵심은 '주어진 상황에 대한 인식 전환'입니다. 빅터 프랭클 박사는 신체가 구속된 환경에서도 상황을 인식하고 대처하는 '생각의 자유'만큼은 절대 빼앗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저 역시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들과 마주했고, 다음 세 가지 방법으로 주어진 상황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1. 상황에 대한 정확한 해석

2. 주어진 상황에 대한 인식 전환

3. 긍정적 행동의 습관화


이 3가지 방법을 소개하기에 앞서 제 이야기를 잠시 들려드리겠습니다.


저는 석사 졸업 후 31살에 박사과정을 시작했습니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는 압박감에, 주말을 포함해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실험실에 있었습니다. 망가져가는 정신과 건강을 외면하다 견딜 수 없는 무기력함과 우울감이 찾아왔고, 결국 정신의학과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약물 치료로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되었지만, 감정의 변동폭이 커져 결국 약물 복용을 중단했습니다. 저는 낮은 집중력과 우울함의 근원을 정확히 알고 싶어서 ADHD, 우울증 관련 논문을 읽고 뇌과학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며 [1. 상황에 대한 정확한 해석] 을 시도했고, 자기 이해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우울함과 낮은 집중력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의 분비 이상입니다. 신경전달물질은 신경 말단에서 분비되어 다른 신경에 정보를 전달하는 미세 물질로, 세로토닌, 도파민, 아세틸콜린, 노르에피네프린 등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도파민 수용체나 도파민 분비의 부족이 우울증과 낮은 집중력에 크게 관여합니다. 도파민은 인간의 의욕과 흥미를 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 행동의 동기부여와 지속성에 영향을 줍니다. 도파민 수용체나 분비가 부족한 사람은 모든 일에 흥미를 빨리 잃고 집중력이 저하됩니다. 또한, 일상의 의욕이 없어 우울증도 악화됩니다.


여러 서적과 임상 연구 논문을 통해 제 증상이 도파민 수용체 부족이나 도파민 분비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인을 찾던 중 유산소 운동을 통한 도파민 수용체 회복에 대해 알게 되었고, 유산소 운동과 우울증, ADHD의 관계를 다룬 논문들을 읽으며 해결책을 찾는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doi: 10.1186/s40479-019-0115-2


ADHD, 우울증과 운동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들에 따르면, 중강도의 유산소 운동이 어린이의 인지능력과 ADHD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었고, 성인의 경우에도 우울증 완화와 인지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유산소 운동과 우울증, ADHD 개선의 정확한 기전은 다음에  칼럼에서 다루겠습니다.)


이를 통해 [2. 상황에 대한 인식 전환]이 가능해졌습니다. 전에는 우울증과 낮은 집중력이 절대 바꿀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해결할 수 없는 1번의 문제가 해결할 수 있는 2번의 문제로 바뀔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실험실 생활과 함께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할 방법을 찾는 것이었는데, [행동 묶기] 를 통해 [3. 긍정적 행동의 습관화]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행동 묶기] 란 기존의 습관과 새로 만들고 싶은 습관을 연결해 시작의 벽을 낮추는 방법입니다.


아침 샤워는 대부분에게 당연한 일과입니다. 여기에 '달리기'를 더하면 어떨까요? 많은 사람이 운동을 시작하기 어려워하는 이유는 헬스장에 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출근 전 헬스장에서 샤워하러 간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운동하러 간다고 할 때보다 망설임이 훨씬 덜할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헬스장에서 가벼운 스트레칭만 하고 샤워했지만, 곧 헬스장 방문이 습관이 되어 유산소 운동도 함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우울증이 개선되었고, 완벽하진 않지만 집중력도 좋아져서 약물 없이도 학위 과정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운동을 게을리하면 다시 힘든 시기가 찾아오겠죠...


꾸준한 반복으로 행동이 습관이 되면 의지력이 덜 필요해집니다. 즉, 적은 노력으로도 나에게 도움 되는 긍정적인 행동을 습관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상황에 대한 정확한 해석, 인식 전환, 그리고 긍정적 행동의 습관화라는 세 가지 방법으로 저는 주어진 상황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해결 불가능해 보이는 많은 문제를 만날 것입니다. 그럼에도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에게 상황을 인식하고 대처하는 '생각의 자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앞으로의 학위 과정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분께도 도움될 만한 방법들을 계속 나누고 싶습니다 :)


아직 경험이 부족한 대학원생이지만,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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