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 많은 사람.
잠깐 왔다 가는 인생, 무소유와 가벼운 살림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느껴진다. 차를 굳이 소유하지 않고도 가까운 주차장에서 10분 단위까지 쪼개 차를 빌릴 수 있는 시대. 또, 카더라로는 애플도 폰을 사지 않고 구독으로 빌려주는 서비스를 낸다고 하더라. 구독과 공유경제, 두 키워드의 부상은 무소유가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음을 뜻하는 게 아닐까.
나는 근데 이런 트렌드와는 정반대로, 해가 넘어갈수록 소유하는 것들이 많아지는 맥시멀리스트의 삶을 살고 있다. 차와 스쿠터, 점점 늘어나는 책, 소파와 조명 같은 인테리어 가구들까지. 맥시멀리스트는 점점 넓은 곳으로 이사 가도 집이 점점 좁게 느껴진다.
소유해지는 것이 많아지면 이사를 할 때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데, 덕분에 나는 매 이사 때마다 어머니에게 잔소리를 듣는다.
“혼자 사는 애가 짐이 왜 이렇게 많아. 누가 보면 가족 다 같이 이사 가는 줄 알겠어.”
그리고 난 자취방을 총 3번 옮기는 동안, 난 매번 한결같이 속삭였고.
‘다 쓰는 것들인데.’
내가 소유하는 것들은 모두 쓸데가 있다. TV는 고요한 날, 아무도 날 방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날에 나의 취미가 되어주고, 아이패드와 맥북은 글쟁이인 내게 없어서는 안 되는 놈들이다. 매주 늘어나는 책들은 매주마다 내게 새로운 시각을 심어주고, 스피커는 같은 책을 읽어도 떠오르는 경험을 시시각각 바꿔준다. 또, 꾸며놓은 인테리어 가구들은 집에서의 나를, 예쁜 옷들은 집 밖에서의 나를 행복하게 한다. 하나하나 다 내 취향이고 취미인데, 날 행복하게 해 줬던 추억이자 친구들인데 이걸 어떻게 줄이며 살겠는가.
맥시멀리스트라는 단어는 정작 쓰지도 않으면서 소비만 잔뜩 하는 사람이라는 어감이 느껴진다. 세상의 많은 것들을 사랑하는 것뿐인데. 또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싶을 뿐인데.
이사 갈 때마다 도와주시는 어머니께는 죄송하지만, 이번 주도 책을 한 권 사야겠다. 사고 싶었던 테니스 라켓도. 그리고, 앞으로 난 맥시멀리스트 앞에 단어를 하나 더 붙여야겠다. ‘취향’ 맥시멀리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