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로 조각을 만들 수 있을까? - 이사무 노구치

by 숨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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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로 조각을 만들 수 있을까? 유(有), 부피, 공간성을 본질로 삼은 조각의 한계성을 어떻게 해체할 수 있을까? 모든 조각이 지닐 수 밖에 없는 그림자를 빛으로 해체한 아카리akari를 만들어낸 이사무 노구치. 조각가인 그는 의아하게도 글라스 피라미드라는 건물을 디자인했다.


'의자는 가장 작은 단위의 건축'이란 말의 연장선상에서 집은 큰 조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즉, 큰 규모의 조각이란 건축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글라스 피라미드는 조각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노구치의 시도 중 하나였다.


글라스 피라미드는 한쪽은 건물과 맞닿아 있으니, 3면이 유리라 볼 수 있겠다. 그로 인해 우선 가장 특이한 것은 당연하게도 안에서 밖이, 밖에서 안이 매우 잘 보인다는 것. 이는 조각을 쳐다만 볼 수 있을 뿐 그 안에서 반대 방향으로 바라볼 수는 없는 시각의 일방향성인 조각의 본질 중 하나를 뛰어넘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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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이상 높이의 엄청난 규모인 피라미드 내부는 1층 바닥을 시작으로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면적이 줄어든다. 3층부터는 일종의 발코니처럼 바닥이 줄어든다. 즉, 유리를 지탱하는 벽은 물론 기둥도 존재하지 않는다. 일종의 철골구조라 해야 하나? 그런 것으로 유리를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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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1층부터 4층 꼭대기까지의 피라미드는 하나의 공간이자 엄청난 층고를 지닌 환상적인 공간이 된다. 그러한 건축 테크닉 자체가 놀라울 뿐만 아니라, 결국 층계의 개념이 온전치 않다보니 공간에 대한 지각 자체를 해체해낸다. 특히, 4층에서 사진을 찍으면 사진이 지닌 평면성은 그 감각을 더욱 극대화시켜 공간의 본질을 더욱 깊게 바라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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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니쉬 카푸어는 조각을 거울로 만들어 공간을 확장해 조각이 공간을 차지하는 본질을 새롭게 해석했다. 그러한 측면은 노구치와 비교해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이 있을 듯 하다. 노구치가 더 오래된 사람인 걸로 아는데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는지는 모르겠다. 또, 서양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의 현대 예술 중 한 갈래는 결국 노구치, 이우환의 모노, 꼼데가르송 등 상당수가 기존 관념을 무너트리고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해체주의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지점에 무언가 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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