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백그라운드 새로고침

by 김대영

아이폰 설정에는 백그라운드 새로고침이라는 메뉴가 있다.



사람들은 이 기능을 꺼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다.

켜 놓으면 앱이 필요한 정보를 최신 상태로 업데이트해 알려주지만 그만큼 계속 네트워크에 접속해야 하니 배터리를 잡아먹기 때문이다.


사람의 머리도 마찬가지다.

머리를 쉬지 않고 어떤 생각에 몰입하면 육체를 직접 쓰지 않아도 에너지가 고갈된다.

해결하고픈 문제에 대해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 상태는 백그라운 새로고침을 활성화해 놓은 것과 같다.

그래서 배터리가 빨리 닳듯, 머리도 피곤하다.


잠든 사이, 꿈 속에서 세기의 아이디어가 나왔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있다.


존레논은 1964년 어느 새벽, 잠든 상태에서 처음으로 '예스터데이'의 멜로디를 들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스티븐 킹의 소설《미저리(Misery)》 등도 꿈에서 영감 얻었다.


지어낸 이야기 같으나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


오래전 유명했던 대우중공업 김규환 명장의 이야기에는 이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인 설명이 나온다.


'하루 종일 쳐다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해답이 나옵니다. 저는 제안 2만4천6백12건, 국제발명특허 62개를 받았습니다. 저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건 무엇이라도 개선합니다. 하루 종일 쳐다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해답이 나옵니다. 가공기계 개선을 위해 3달간 고민하다 꿈에서 해결하기도 했지요'


꿈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는 것은, 실은 고민 과정의 결과다.

'3달간 고민하다'와 같은 말들이 전설 같은 이야기들에서는 삭제되었을 뿐이다.


모두가 아이디어의 결과만 멋지다 한다.

하지만 과정 없이 나오는 아이디어 역시 없다. '좋은' 아이디어는 그만큼 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해답이 나옵니다'


존레논, 아인슈타인, 스티븐킹의 역대급 결과물들은 모두, 위대한 '무엇'을 위한 엄청난 갈망의 결과물이다.

갈망의 강도는 고민의 강도와 비례한다.

역설적이게도 꿈에서 까지 열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머리는 계속 돌아갔던 것이다.


많은 이들이 광고하는 것을 창의적인 일로 여긴다.

좋은 아이디어는, 타고난 창의성의 발현이라 생각하는사람도 많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단언하건대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하'지 않고도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은 없다.


아이디어는 많은 유기적 상호 속에 나올 때가 많다.

연구실에서 이 것 저 것을 섞다가 우연치 않게 중요한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순간과 같다.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다양한 성분들이 잘 결합할 때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러기 위해선 '문제 해결에 대한 열망의 감각'을 늘 켜놓고 있어야 한다.

백그라운드 새로고침을 켜놓듯 말이다.

당연히 배터리가 많이 닳듯 머리는 피곤할 것이다.


하지만 열망의 감각이 꺼져 있으면 아이디어가 될 주변의 모든 클루들은 포착되지 않는다.


열망의 감각이 활성화되어 있을 때 비로소야 텍스트에서 컨텍스트를 발견하며, 풍경이나 주변의 소리, 쓸데 없어보이는 대화들 조차 아이디어의 단초가 된다.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배터리가 닳더라도 늘 머릿속의 백그라운드 새로고침을 켜놓아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구구절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