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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카피에서 전달해야 하는 것

by 김대영

소설을 전공했다.


할 말을 줄여서 해야 하는, '시'는 어려웠다.

말이 많은 성격도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니 말도 줄어든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과 말 수가 줄어드는 상관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나이 듦에 따라 주량도 줄었으니

같은 이유로 말수도 체력과 관계가 있다면 줄어듦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소설 보다 시가 좋아진 건 아니다.


카피라이터로 살아오지 않았다.

마흔이 넘어 광고대행사에서 일을 시작했으나 타이틀은 늘 불문 명하다.

확실한 건 크리실 직원들이 바쁠 때 땜빵 카피를 쓰지만 카피라이터는 아니다.

카피를 배워본 적도 없으니 카피가 이렇다 저렇다 가르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다만 광고 시안 아이디어를 가져올 때 말들이 차고 넘치는 것은 반대다.

할 말이 난무하는 시대다. 광고에서까지 텍스트가 넘치지 않아야 한다.


광고를 만들다 보면 경험한다.

말 없음이 많은 말보다 큰 역할을 할 때가 있으며

중요하지 않은 말들 때문에 중요한 말이 정작 힘을 잃을 때도 있다.


대부분 말이나 글의 양은 전달력과 반비례한다.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누군가의 많은 말은 정작 기억에는 저장되지 않는 것과 같다.

정관장 광고를 할 때 알았다.

홍삼 제품의 가격이 비쌀수록 농도는 진해지고 양은 줄어든다.

카피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말을 줄이고 줄이고 줄여 한 방울 같은 진액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된 한 가지는 일상에서도 말을 줄이는 것이 여러 모로 좋다는 거다.

말을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안 하는 게 정답이다.

카피도 그런 거 같다.

말을 줄이는 것이 여러 모로 좋다.

귀 담아 듣지 않을 것이 뻔한 '광고'라 더 그렇다.

딱 하나 남겨야 할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빼곤 다 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광고 카피는 쓰기보다 버리기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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