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아홉
회사에선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한 명뿐이다.
작고 젊은 회사다 보니 그렇다.
나보다 나이 많은 한 분이 상사라 짐작하겠으나
사업부에서 나 보다 직급이 높은 한 분의 나이는 여섯 살 아래다.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김연자의 '아모르파티'에 나오는 가사다.
광고대행사에서야 말로 나이는 숫자다.
어쩌다 보니 나이를 먹었고 어쩌다 보니 캠페인을 총괄하는 리더가 되었다.
하지만 아이디어 내는 능력을 계량화 한다면 막내 수준이다.
'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나보다 스무 살도 더 어린 친구들이,
광고 경험으로 치자면 까마득한 후배들이,
깜짝 놀랄 아이디어를 갖고 온다.
머리가 느끼는 감탄을 표현이 따라가지 못해 칭찬에 인색한 편이다.
하지만 어린 친구들에게도 존경의 마음이 가득하다. 그런 존경심은 직급이나 나이와 상관없다.
밥 상머리 아내와 아들에게 까지 침 튀기며 자랑한다.
'들어봐.. 들어봐... 오늘 OOO이 아이디어를 냈는데 말이야'
내 아이디어도 아니면서 말이다.
번뜩이는 생각 하나로 경력, 연차, 직급을 무력화시키는 직장이 있을까?
머리를 굴려봐도 광고대행사 만한 곳은 없는 거 같다.
진리의 회봐회, 팀바팀이라고 모든 대행사가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내 경험 상은 그렇다.
경험이 많아질수록 좋은 아이디어를 낼 확률이 올라갈 수는 있으나
좋은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데 많은 나이나 경험이 필수는 아니다.
회사의 후배들이 증명해주고 있다.
모자란 경험치를 메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차고 넘친다.
얼마나 몰입하느냐 차이가 아이디어의 차이를 만들 뿐이다.
어떤 정치인이 '고개 드는 순간 선거에서 진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자만심을 버리라는 얘기다.
광고대행사에서는 늘
내가 최고가 아님을
지금이 정상이 아님을
이것이 최선이 아님을
몸 소 늘 체험하게 해 준다.
그렇게 겸손을 잊지 않아야 함을 깨우쳐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