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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Feb 04. 2024

요행

광고를 하면서 요행을 바랄 때의 결과

정조 시대를 다룬 영화 '역린'에는 사서 중 하나인 '중용' 23장을 중요하게 인용한다.

중용 23장은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경쟁 비딩에 초대하면 참여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결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비딩들은 결정의 선이 선명하게 그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임에도 비딩 참여를 결정할 때가 있다.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참여를 결정하는 건, 실낱 같은 승률의 기대 때문이다.

몇 년의 짧은 경험이지만 실낱 같은 기대로 최선을 다하지 않고 운 좋게 수주를 한 경험은 전무하다.


경쟁 비딩 참여에 요행은 통하지 않았다.

요행은 알다시피 '뜻밖에 얻는 행운'이라는 뜻이다.

경쟁 비딩에서 왜 요행이 통하지 않았을까?

간단하다. 모두가 요행을 바라고 경쟁 비딩에 들어오건 아니기 않기 때문이다.

모두가 똑같이 요행을 바라는 로또와 경쟁 비딩은 다르다.

나는 요행을 바랐지만 누군가는 사활을 걸고 최선을 다해 참여하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최선을 다할 수 없으면서 요행을 바라는 결과는

동료들을 고생시키는 쓸데없는 낭비가 될 뿐이었다.




경쟁 비딩을 준비할 때 발표 한 시간 전에도 문서를 수정시킬 때가 있다.

영상시안도, 콘티도, 키비주얼도, 볼 때마다 조금이나마 좋아질 수 있다면 수정을 요청한다.

'진작에 수정시키지...'라는 말이 나오니, 일을 시키는 입장에서 미안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수정했던 것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대충 하고도 좋은 결과는 절대 만들어지지 않았다.




중용 23장에 나오는 구절은 '작은 일을 무시하지 않으면'으로 시작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로 끝난다.

'작은 일을 무시하지 않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는 말은 감흥을 주지 못하지만 전체 문장을 모두 이해하면 왜 작은 일을 무시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동의된다.


광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작은 것들을 무시하면 결과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힘들다는 핑계로 더 고민하지 못한 카피 하나가,

시간을 핑계로 만족하지 못하고 OK 한 모델의 연기 하나가,

성우에게 미안해 그냥 넘어간 녹음실의 나레이션 하나가,

그런 것들이 모이고 모이면 결국엔 만족스럽지 못한 광고로탄생한다.



모든 일이 그러하겠으나 광고를 하면서

작은 일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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