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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Feb 01. 2024

이타심

광고대행사의 리더 3

"이제 경력 10년 차가 되는데 저도 팀장 달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밑에 애들이 제가 팀장이 아니어서 저를 무시하는 거 같아요"

"저 팀장 안 시켜주면 퇴사할래요"




주기적으로 팀장을 달아달라고 졸랐던 그는 퇴사를 했고 다른 대행사에서 팀장이 되었다.

가끔 안부 속에 고단함과 힘듦이 배어있으나 리더로 제 몫을 하고 있는 듯하여 다행이다.


유교 문화가 남아 있어서일까? 여전히 나이는 사회생활의 무기가 될 때가 있다.

자랑으로 들릴 수 있으나 살짝 동안의 얼굴과 어른스럽지 못한 옷차림으로, 나이보다 어리게 보는 광고주들이 있다. 어쩌다 대화 속에 나이를 까게 되면 미묘한 차이로 대하는 행동과 말이 달라진다.


나이나 연차는 절대 훈장이 될 수 없다.

경험이 우리 일에 큰 도움이 되지만 높은 연차가 실력과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다.  

크리에이티브로 실력을 인정받는 광고대행사라면 더 그렇다.


최연소 타이틀 같은 건 없으나 나 역시 다소 어린 나이에 팀장을 해보고, 임원을 해봤다.

처음엔 버겁고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아 힘들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을 리드하는 버거움은 여전하다.

하지만 어차피 맞을 매를 빨리 맞아서일까? 버겁긴 해도 웬만한 매는 안 아프다.




회사에는 어린 팀장이 있다.

실력이 있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인턴 생활을 할 때부터 달랐다.

남들이 작은 개념에 허우적 될 때, 그는 큰 전략의 방향을 이해했고 그에 맞는 컨셉을 뽑아냈다.

그때부터 나는 그의 연차와 나이를 잊었다.

하지만 그가 실력만 있기 때문에 팀장이 된 것은 아니다.

사실 그는 잘 모를 것이다. 실력 이외에 무엇 때문에 어린 나이에 리더가 되었는지...


그는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자질을 갖고 있었다.

실력에 더해 다른 이들을 챙기고 공감하고 배려하는 성정이 그것이다.

한 마디로 그는 '실력'과 '이타적 마음'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이십 몇 년간 일해왔으나 '실력'과'이타심'을 동시에 갖은 리더를 만나본 적이 많지 않다.

모든 업이 그러하겠으나 광고대행사의 리더라면 더 크게 '이타'의 마음이 필요하다.


왜 광고업을 할 때 이타심이 필요할까?


첫 번 째는 광고의 본질 중 하나가 남을 돕는 일이기 때문이다.

광고를 만들 때 제일 먼저 하는 일 중 하나는 소비자들의 'Pain point'를 찾는 일이다.

우리는 광고를 만들 때 소비가가 불편해하는 지점을 찾아 제품의 솔루션과 연결한다.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일, 기업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일이 우리의 일이다.

그러니 답이 나온다. 이타적인 사람이라면 진심을 갖고 소비자와 기업의 문제를 해결해 줄 가능성이 높다.


두 번 째는 우리의 일이 대부분 협력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기심은 ‘나만 좋으면 된다’라는 마음 가짐이다. 이타심은 ‘나를 희생해서라도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생각이다. 이기심으로 판단해 일을 추진하면 협력을 얻기 어렵다.

자기부터 잘되고 보자는 생각은 판단을 그르친다. 하지만 이타심으로 일을 추진하면 남들도 기꺼이 협력해주려고 한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서 좀 더 지혜로운 판단을 할 수도 있다.


그는 마다 했으나 억지로 팀장을 시킨 이유는 그가 가진 이타의 마음이 조직에 퍼지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될 성 부른 떡잎이니 온실에 있기보다 들판에 나가야 더 크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는 기대만큼 씩씩하고 당차게 팀을 잘 이끌고 있다.

나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나는 궁금하다.

그가 나이 듦에 따라 더  많은 경험 속에 생각이 자라고 실력이 자라면 어떤 큰 리더가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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