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대영 Jan 26. 2024

참 잘했어요_1

이노션 서든어택 캠페인

"참 잘했어요"


싱어게인 3가 끝났다. 

아내, 딸과 함께 매주 목요일을 기다려왔는데, 이제 무슨 낙으로 사나. 

싱어게인이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심사평을 듣는 일이었다. 

8명의 심사위원들은 모두 진심을 담아 음악을 듣고 피드백을 해주었다. 

가수들의 음악을 듣는 것도 물론 좋았지만, 심사위원들의 성심, 성의를 다한 심사평이 나는 좋았다. 

단순한 지적질이 아니라, 더 좋은 가수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해 주었으며

단점의 평가 보다 더 많았던 것은 좋은 노래에 대한 칭찬이었다. 


특히 임재범은 정말 좋은 노래를 들었을 때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참 잘했어요"라는 이야기로 모든 평을 대신했다. 




광고인들이라면 모두 아는 TVCF라는 사이트가 있다. 

국내에서 온에어하는 거의 모든 광고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광고를 평가하는 기능이 있고 댓글을 쓸 수 있다. 

펜타클이 만든 광고의 댓글에는 많지는 않으나 악플도 종종 볼 수 있다. 

악플을 볼 때, 공들여 만든 광고에 '굳이 이런 댓글을 써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나 역시 다른 대행사가 만든 광고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던가, 생각하면

악플만 달지 않았을 뿐 나 역시 크게 다른 종류의 사람은 아니었던 거 같다.




최근 TVCF에는 이노션이 만든, 서든어택 광고가 올라와 있었다.

"참 잘했어요"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긴 광고를 싫어한다. 길게 말하는 것은 쉽고 짧게 말하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3분이 넘는 서든어택 광고는 끊지 않고 다 보았다. 

나는 게임을 하지도 않는 사람이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도 게임하는 사람이 많이 공감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 참 잘 만든 광고다. 

게임 중 채팅으로 서로의 부모님을 욕하는 순간, 부모님이 나타난다는 설정, 

부모님 욕할 때, 전형적 레퍼토리에 부모님을 등장시켜 공감을 끌어내고 위트 있게 내용을 이끌었던 점들이 

3분 넘는 광고를 계속 보게 만들었다. 



소규모의 대행사들은 영업의 일환으로 SNS에 수주 소식을 올리곤 한다. 펜타클도 마찬가지다. 

한 때 잘 나가던 어떤 대행사는 꼭 수주 소식에 PT에 같이 참석했던 대행사들을 소환시켰다. 


'저희가 어느 어느 대행사를 경쟁 PT에서 이기고 000 브랜드를 수주했습니다"


목적이 무엇인지는 알겠으나 마음이 불편했다.

같은 기간 밤낮없이 고민하고 고생했을 경쟁사 직원들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한 적이 있다.




사실 광고 업계는 매우 좁다. 

나와 동고동락을 같이 했던 동료들이 이직을 하면 금세 경쟁 PT에서 만나기도 한다.

경쟁 PT에선 적으로 만나지만 모두 동료다. 누구보다 서로의 고생을 잘 알고 있다. 

경쟁 PT에서 지면 시샘이 나지만 더 많이 고민했을 그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우리가 이기면 같은 기간 동안 똑같이 고생했으나 패배의 아픔을 느낄 

경쟁 대행사 동료들을 생각해 주는 게 맞다. 

TVCF에 올라온 좋은 광고에 박수를 쳐주고, 크리에이티브를 뽑아내기 위한 온갖 고생과 온에어를 위해 광고주를 상대한 고난들을 칭찬해 주는 게 맞다. 


오늘도 광고를 만드는 내 동료와 이름 모를 업계 동료들에게 "참 잘하고 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자기가 빛나야 하는 사람 vs 남을 빛낼 수 있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