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라면 맵탱 '맵탈케어' 캠페인 케이스
소셜 미디어 상에서 생일 선물로 불닭볶음면을 받은 소녀의 눈물이 화제가 됐다.
삼양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미국까지 날아가 소녀에게 1년 동안 먹을 불닭볶음면을 선물했고 이는 다시 화제가 되었다.
기민하고 영민한 마케팅이었다. 소셜 미디어의 생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에서는 감히 실행되지 못하는 케이스다. 대기업의 수많은 의사 결정라인을 따라가면 활활 타오르던 이슈는 이미 꺼지고 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작년, 삼양식품은 삼양라운드스퀘어로 사명을 변경했다. 변한 것은 사명만은 아니었다. 마케팅 방식도 변했고 주가도 실적도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든 '삼양라면'은 우리나라 첫 인스턴트 라면이다. 국내최초 라면을 만든 회사지만 한국에서의 점유율은 3위. 하지만 세계로 시선을 돌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랜 역사 속에 여러 부침이 있었지만 지금은 K라면의 위세를 세계에 보여주는 위대한 회사가 되었다.
불닭 볶음면으로 보여준 매운맛의 기세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른다.
이 쯤되면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국물라면에서도 매운맛의 본 때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 삼양라면의 인지상정.
매운맛으로 글로벌을 평정한 삼양이 야심 차게 준비한 국물 라면이 있다. 바로 맵탱.
맵탱에겐 다른 라면이 갖지 못한 강점이 있다.
한 가지 매운맛에만 국한되었던 매운맛의 재해석을 통해 다채로운 매운맛을 제안한다.
화끈, 칼칼, 알싸, 은은, 깔끔한 매운맛이 맵탱의 강점이다.
펜타클은 제일기획이 담당한 첫 캠페인의 바통을 이어받아 두 번째 캠페인을 준비했다.
삼양라운드 스퀘어에서 준비한 맵탱의 브랜드 아키텍처는 훌륭했다.
맵탱 브랜드는 'Spicy Therapy'라는 비전을 만들고 '일상의 해장템'으로 포지셔닝하고 싶어 했다.
따라서 매운맛이 필요한 다양한 순간을 해결해 주는 솔루션으로서 맵탱을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과제였다.
펜타클이 준비한 1차 제안은 보기 좋게 '킬' 되었다.
역설적이지만 너무 잘 완성된 RFP가 우리 발목을 잡았다. 해장템이라는 키워드 안에 머무르다 보니 다양한 일상을 담기에 한계가 있었다. 해장, 해소라는 솔루션을 보여주려다 보니 스트레스 상황은 필수가 되었고 이는 광고의 톤 앤 매너를 무겁게 만들었다.
매운맛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볍지만 공감되는 일상의 여러 순간들을 위트 있게 풀 수 있는 컨셉이 필요했다.
더불어 아직은 낮은 인지도에 도움이 되도록, 브랜드의 핵심 키워드 'MEP'을 컨셉 카피에 포함시켜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해장템의 의미를 담으면서 맵탱의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컨셉 도출 과정은 쉽지 않았다.
노이즈맵슬링, 심신풀이, 풀이패스, 만병통치 등등 크리팀은 수많은 한글과 영어를 분해하고 조합했다.
어려웠지만 많은 시도를 거쳐 결국 컨셉 키워드가 탄생했다. 바로 맵탈케어.
누구나 쉽게 이해되듯, 매운맛으로 멘탈이 나간 상황을 해결해 준다는 의미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에 있었다.
누구나 공감하는 가벼운 멘탈 붕괴의 상황을 찾아야 했지만 '누구나'의 공감은 '누군가'의 공감보다 항상 날카롭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타겟 모두를 상대하는 TV광고는 모두의 극공감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공감에도 문제는 있다. 누구는 공감하지만 누구는 전혀 공감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티브를 만든 후에 적합 타겟과 미디어를 고려하는 보통의 방식을 벗어나 소재 제작의 전 단계에서 공감 가능한 타겟팅을 선행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모두가 공감하지 않는다면 공감 가능한 그룹이나 미디어에 맞는 타겟팅 소재로 공감을 극대화하는 것이 더 낫겠다 판단했다. 공감을 끌어내면서 동시에 타겟 모수가 큰 '누군가'를 찾기 위해 데이터 분석을 선행했다.
작년부터 일본 여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경험 모수가 많아진 DATA를 확인, 일본 여행에서 멘탈이 나갈 수 있는 상황의 크리에이티브를 개발하거나 국민앱이 된 배달앱의 사용자를 타겟팅해 그들이 멘탈이 나갈만한 공감의 소재를 개발하는 방식이었다.
광고 소재로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토스 사용자가 밤 12시에 가까워진 시간에 만보기를 채우기 위해 폰을 흔들다 폰이 날아가 깨지는 상황의 아이디어도 그런 방향 아래 제안되었다.
처음부터 '어떤 타겟에게 어떻게 노출 가능한가?'라는 답이 만들어지면 해당 타겟의 극공감을 위한 소재 제작이 가능해진다. 이 때 타겟 모수가 적당히 커야 하는 것은 필수다.
이런 접근을 통해 만들어진 캠페인 결과 수치는 고무적이었다.
광고 집행 후 맵탱의 브랜드 인지도와 구매 의도 상승폭은 업계 평균의 2배를 넘어섰다. 유튜브에서의 판매 채널 연결률은 국내 식음료 평균에 3배 가까운 성과를 기록했다. 캠페인 시작 전후의 검색량 비교에서도 맵탱은 비교 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상승치를 보여주었다.
평범할 수 있는 라면 광고 크리에이티브가 타겟의 공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진 것은 어쩌면 1차 제안의 실패 때문이다. 클라이언트가 펜타클에 원한 것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광고 영상이 아니었다. 효과, 효율의 극대화가 가능한 데이터적인 접근과 그에 대한 솔루션, 그것이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펜타클에 대한 기대였다.
미디어를 고려한 크리에이티브 방식을 '미디어 크리에이티브'라 부른다. 영상 광고보다 OOH등과 같이 위치나 형태 등 해당 미디어의 특성을 먼저 고려해 아이디어를 만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영상 광고에서도 미디어 크리에이티브를 고려할 수 있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엘지텔레콤 근무 시절, 당시 대행사인 HSAD와 함께 TV 미디어의 특성을 고려한 광고를 제작한 적이 있다. 15초 광고 1개는 퀴즈를 내고, 15초 광고 1개는 정답을 말해주는 방식의 광고였다. 미디어팀의 고생한 덕에 2개의 15초 광고 사이에 다른 기업의 광고가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는 보통의 크리에이티브 기획 단계에서 미디어를 접하는 타겟의 통계학적 특성만을 살피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보는 시간, 상황, 장소, 관심사, 사용앱이나 단말기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타겟들의 공감을 끌어내거나 설득할 수 있다.
AE와 크리 모두 다양한 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