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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Nov 29. 2024

상 받는 광고 돈 버는 광고

동시에 4개의 신규 경쟁 비딩, 4개의 실행 제안


정신없이 바쁜 걸 보니 연말이 실감된다. 2024년도 달력 한 장만 남아 있다. 

2024년의 달력이 시작될 때, 나의 머릿속은 온통, 올해는 돈을 벌자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경기가 좋지 않다는 전망이 많았고 이전 해의 실적도 그리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캠페인 부분을 맡으면서 늘 동료들에게, 좋은 캠페인을 하자고 독려했지 돈을 많이 벌자고 적이 없었다. 광고주의 이익을 위해 고민하자고 했지 우리 이익을 위해 노력하자고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광고인이 아니라 경영자로서의 사명 같은 것이 일 년 내내 나를 짓눌렀다.

좋은 캠페인을 할 수 있다면, 클라이언트 기업에 새로운 가치를 찾아 도움을 준다면, 돈이 되지 않아도 하고자 노력했었다. 올해는 다른 마음가짐 하나를 추가했다.  

'좋은 캠페인을 하자', '기업에 도움이 되는 전략을 만들어주자', '새로운 가치를 찾아주자'라는 목표가 사라지지 않았지만 '돈을 잘 벌어서 동료들과 나누자'라는 목표가 더 크게 자리를 잡아갔다. 




늘 한, 두 개씩은 상을 타왔던 대한민국광고대상에 올해는 회사의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아쉬운 소식을 듣고 퇴근하는 차 안에서 생각했다. '괜찮다'

한 해를 정리하는 연말, 대한민국광고대상은 타지 못했지만 그보다 더 좋은 상은 탔으니 만족한다. 

회사 기획본부장님이 늘 이야기하는, '올해의 밥상'은 든든하게 수상했으니 말이다. 

만약 광고제 '수상'과 이익이라는 '밥상' 중에 선택하라면 올해는 당연히 '밥상'이다.

그 어느 해 보다 모두 어렵다고 넋두리했던 2024년, 캠페인 부문은 최대의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아쉬운 마음이 위로되었던 건 그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하지만 수많은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상을 많이 받은 캠페인이 돈을 버는 경우는 없었다. 업계 동료들에게 좋은 광고라 칭찬받고 소비자들도 좋아해 준 광고들은 상을 많이 받았지만 광고주와 대행사 모두에게 돈을 많이 벌게 해주진 않았다. 

광고인의 입장에서 혹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마음의 울림을 주거나 포복절도할 재미를 주는, 기발하고 신선한 광고가 반드시 성과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지점은 '좋은 캠페인'으로 소비자를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광고인 입장에서의 '좋은 캠페인', 소비자 역시 주체가 아닌 객체로서 반응하는 '좋은 캠페인'이나 소비자가 주체로서 직접적 구매행동을 유발하는 '좋은 캠페인'은 저마다의 차이가 존재했다.


오래전 TVCF 사이트에서 광고인들이 좋아하는 광고와 일반 소비자가 좋아하는 광고에 차이가 있다는 지점을 발견한 적이 있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광고인은 '기발함', '창의성'이 좋은 광고의 기준이었고 소비자는 '내 이야기 같다'는 공감이 기준이었다. 물론 소비자 공감을 기발하고 창의적으로 푸는 광고도 존재하며 이런 광고는 광고인, 소비자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광고 아이디어가 흔하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에 함정이 있기도 하고 때로는 창의성이 공감성을 헤치는 것도 사실이다. 


현실에서 광고 아이디어를 내고 선택하는 순간, 광고를 만드는 대행사나 광고를 선택하는 광고주 모두 '크리에이티브함'에 조금 더 치우치는 경향을 발견한다.  어쩔 수 없이 '광고가 가져야 하는 절대 덕목은 창의성'이라는 고정된 생각을 갖고 있어서다. 


하지만 광고인이면서 동시에 소비자로서의 우리는 어떤가? 크리에이티브한 광고를 만나면 '재미있네'라고 반응하지만 그렇다고 매번 구매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크리에이티브'함과는 거리가 먼 SNS의 허접한 영상이 나의 필요와 상황에 맞을 때 구매 버튼을 누르고 있는 우리를 발견하기도 한다.  


단기적 구매를 유발해 기업에 이익이 되는 광고, 브랜드 철학을 전달해 장기적 영향을 고려하는 광고. 상황에 따라 좋은 광고의 정의는 달라지며 우리의 선택도 달라질 것이다.


생각해보고 싶은 건 광고대행사가 돈을 많이 버는 캠페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업계 누구도 이런 질문을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내내 비슷한 규모의 여러 회사들이 구조조정을 한다는 소문을 접했다. 그래서 돈을 벌고 월급을 나누는, 동료들의 안정을 보장하는 기본적인 일이 올해 나에게 최우선 순위의 고려사항이었다. 어떤 캠페인을 해야 광고주는 물론 우리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는가? 라는 관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한 관점은 인바이팅을 받고 광고주를 선택하는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던 것 같다. 


-돈은 없는데 너무 많은 것을 하고 싶어 하는 클라이언트의 캠페인

-약속된 예산을 쓰지 않는 클라이언트의 캠페인

-기준 없이 많은 대행사를 초대해 무한 경쟁을 유발하는 클라이언트의 캠페인

-기획, 제작비, 수수료를 깎아 대행사의 이익은 생각하지 않는 클라이언트의 캠페인

-문제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딩을 하는 클라이언트의 캠페인


이런 광고주의 캠페인은 광고대행사의 이익관점에서 좋은 캠페인이 될 수 없다. 이런 캠페인을 맡게 되면 필연적으로 광주에게 좋은 캠페인의 결과 역시 줄 수 없다. 

이런 캠페인은 '좋은 캠페인'의 기준에서 삭제하고 인바이팅에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년의 농사를 짓기 위해 모두 고생하는 시기다. 저녁 있는 삶을 반납하고 휴일을 미루며 다들 고생하는 시기다. 광고주는 RFP의 미끼를 던져놓고 한 놈만 걸리길 기다리지만 물속에서는 수많은 광고대행사 동료들이 뼈를 갈아 미끼를 먹으려 발버둥 치는 시기다. 

내년의 농사를 위해 모두 안간힘을 쓰지만 그래도 올해는 따뜻한 연말을 보낼 수 있어 펜타클에겐 다행이다. 하지만 반대로 좋지 않은 실적으로 마음 고생할 업계 동료들이 있다면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내년 이맘때는 부디 모두 따뜻한 연말을 보낼 있기를 너무 이른 바람이지만 욕심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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