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구매 여정에 대한 과거의 기준은 단선적이었다.
단선적 구매 여정을 대표하는 이론은 AIDMA나 AISAS였다. 현재도 살짝 이름을 바꿔 소비자 구매 여정의 단계를 풀퍼널로 이해시키는 사례가 많다. 구글은 소비자가 복잡한 중간단계를 거친다는 이론을 내놨다.
복잡한 중간 단계(Messy Middle)는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내리기 전에 겪는 복잡하고 비선형적인 탐색 과정을 의미한다.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탐색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여러 단계와 변수로 인해 혼란스럽고 복잡한 여정을 겪는다는 것이다.
폰 하나만 있으면 오프라인에서도 물건을 구매하기전 리뷰를 보거나 가격을 탐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스마트폰이 손에 있다는 것은 사고자 하는 제품의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제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하면서 일관된 하나의 선형적 측면에서 구매를 고려하지 않는다. 복잡한 중간 단계 이론에서 보여주는 것 처럼 수 많은 탐색과 평가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단순히 일직선으로 흐르지 않고, 서로 반복되며 소비자의 여정을 복잡하게 만든다.
520,349,165건, 한 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엄청나게 검색하는 키워드 바로 '추천' 이라는 단어다. 날씨라는 단어를 약 2억 건 정도 검색하는 것에 비교하면 추천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많은 검색량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물건을 구매할 때 추천이라는 검색을 활용한다. 그럼 왜 추천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게 되었을까?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온라인 쇼핑몰에 비슷한 제품이 너무 많이 증가했다. 한국 소비자원의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2018년 대비 2022년에 선택가능한 제품의 수가 2.5배 증가했다.
두 번째. 한 설문조사에서 소비자의 81%는 정보나 제품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서 구매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고 하소연했고 84%의 소비자는 브랜드간의 기술적 차이의 체감이 어렵다고 답했다.
세 번째. 최근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증가했고 제품 구매시 더 신중한 결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소비자는 정보가 많아짐에 따라 제품 선택에 도움을 받지만 역설적으로 많은 정보는 소비자를 피곤하게 만든다. 무한한 정보로 인해 탐색과 평가과정을 너무 많이 거침에 따라 구매 결정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정보 과부화가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의사 결정을 지연한다는 것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인지편향을 이용해 결정의 지름길을 택한다. 구글의 최근 연구에서는 31만 건의 구매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해서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인지 편향을 발견했다.
소비자들은 가만 있지 않는다. 탐색과 평가 과정의 의사결정이 힘들어질 때 정신적 지름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과거, 구매를 유도하는 광고 전략의 접근은 인지도를 높이고 관심을 증대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방식은 변화해야할 필요가 있다. 수많은 정보 탐색과 평가의 과정을 거치는 소비자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들의 결정에 도움이 되는 방식의 접근을 고려하는 것도 변화의 방법이다.
최근 광고에 소비자 리뷰를 보여주는 방식은 이렇게 소비자가 탐색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소비자 리뷰를 직접 보여줌으로서 해결해주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사실 과거에도 광고는 소비자의 인지 편향에 기대는 다양한 접근들을 시도해 왔다.
유명한 모델을 쓰거나 소비자 테스트모니얼을 이용하거나 차별적 USP를 제안하는 것들은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지름길을 제공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소비자가 선택하는 인지 편향도 변화했다. 소비자의 리뷰가 좋다거나 리뷰의 숫자가 많다는 것들이 변화된 인지 편향에 하나다.
브랜드 마케팅은 이러한 소비자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며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
소비자에게 정보의 주도권이 이동하면서 브랜드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많다. 결국 소비자가 다양한 정보를 탐색하고 평가해서 제품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브랜드는 큰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그런데 달리해석하자면 소비자는 점점 구매 결정을 어려워하고 있고 인지편향에 기대어 쉽게 구매를 결정하고자 하는 흐름도 사실이다.
많은 정보로 인해 구매 결정에 도움이 되었던 소비자들은 이제 많은 정보 때문에 오히려 구매 선택을 힘들어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오히려 브랜드의 믿음이나 구매 경험의 믿음들을 이용해 구매 결정을 쉽게 하려는 소비자가 많아질 수 있다. 실제 서울대에서 진행한 [선택 과부화 상황의 소비자 휴리스틱 연구]에 의하면 소비자의 70% 이상은 브랜드의 믿음과 구매후의 경험을 구매 결정의 근거로 사용했다.
광고 전략을 고민할 때 이렇게 최근의 소비자들이 겪는 고민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보가 많다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를 힘들게 한다는 공감은 소비자를 움직이게 만드는 또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