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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Dec 09. 2024

좋은 광고 대행사를 선정하는 법

"저희 전무님이 광고주 경험을 오래 하셔서 가감 없이 이야기를 하시는 편이세요"


지난주, 한 광고주가 대행사 선정에 앞서 회사 소개를 받고 싶다며 펜타클에 방문을 했다.

광고주는 광고대행사와 일한 경험이 많지 않았다. 광고주의 입장에서 광고대행사를 선정할 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너무 적나라하게 우리 이야기를 해버렸다.

기획본부장님은 광고주에게 한 내 이야기가 너무 구체적이어서 당황하셨던 거  같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기업의 마케팅 실무자가 나의 후배라면 가감 없이 광고주 생활과 대행사 생활을 통해 얻은 '좋은 광고대행사를 선정하는 방법'을 말해주는 게 도리라 생각된다.


예산의 문제


광고대행사를 선정하는 일의 가장 큰 목표는 기업이 갖고 있는 마케팅적 문제를 함께 해결해 줄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일이다.

이때 기업이 쓸 수 있는 마케팅 예산이 많다면 좋은 광고대행사를 뽑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연간 광고 예산이 대략 50억 이상이라면 광고대행사들은 제법 규모가 있는 캠페인이라고 생각한다. 100억을 넘어가는 예산은 여러 대행사가 군침을 흘리는 규모다. 예전에 비해 광고비 규모가 많이 적어진 탓이다.

따라서 적어도 50억 이상의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면 좋은 광고대행사와 만나는 일이 크게 어렵지 않다.

문제는 50억 이하의 연간 예산으로 좋은 광고대행사를 찾는 일이다.


우선 기업의 마케팅 실무자는 RFP를 제시하기 전에 유명하거나 근래에 잘 나가는 대행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지인의 추천을 받기도 하고 검색을 해보기도 한다. TVCF라는 사이트에서 최근의 광고들을 보며 눈길을 끄는 광고가 있다면 해당 광고를 제작한 대행사를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 몇 개의 대행사를 선택하면 대행사 홈페이지의 대표 메일을 통해 경쟁 비딩 참여 가능 여부를 묻는다.


우선 이 시점이 좋은 광고대행사를 만날 수 있냐 없냐를 결정짓는 1차 관문이다.

기업의 광고 실무자들은 대행사들을 경쟁 비딩에 초대하면 대부분 참여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대행사 선정 과정에도 공급과 수요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흔히 잘한다고 소문이 난 대행사들은 그만큼 여러 기업의 캠페인에 초대를 받는다. 그런 광고대행사는 몇 가지 기준에 맞춰 비딩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예산은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당연히 투입되는 인력, 기간에 비해 얼마의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가를 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이다. 적은 광고예산으로 유명한 광고대행사를 비딩에 참여시키는 일은 그래서 쉽지 않다. 하지만 초대 메일은 보내보는 것이 좋다. 예산의 크기 다음으로 광고대행사가 고려하는 비딩 참여 기준은 현재 투입할 기획팀과 제작팀이 있냐는 것이다. 예산이 적더라도 현재 투입할 수 있는 잉여 인력이 있다면 비딩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광고 경험이 많지 않은 광고주 입장에서는 초대 메일을 보내도 참여하는 대행사가 적으면 난감해진다. 그래서 처음 하고 싶었던 광고대행사 풀을 벗어나 유명하지 않은 광고대행사에게도 초대 메일을 보내게 된다.

결국 비딩을 통해 좋은 광고대행사를 뽑아보겠다던 계획은 차질이 생기고 그저 그런 광고대행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비딩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광고 예산이 많지 않은 경우, 마음에 드는 광고대행사를 뽑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경쟁 비딩으로 대행사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많은 회사들이 경쟁 비딩만이 대행사

선정의 공정한 방법이라 여긴다. 하지만 오히려 경쟁비딩이 좋은 대행사를 뽑을 수 없는 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경쟁 비딩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펜타클은 2024년 몇 건의 수의계약을 진행했다. 모두 대기업이었다. 구매팀이 있고 경쟁 비딩의 방식을 모르는 회사들도 아니다. 대기업들도 필요의 경우 수의 계약으로 광고대행사를 선정한다.


위에서 광고대행사를 선정하는 일의 가장 큰 목표는 마케팅적 문제를 함께 해결할 좋은 파트너를 찾는 일이라고 했다. 경쟁 비딩의 방식은 몇 개의 대행사 중에 누가 가장 좋은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제시하는가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한정적 예산이나 기간으로 비딩에 참여할 대행사들의 수준이 낮아지면 결과적으로 좋은 광고대행사를 선택할 수 있는 확률이 줄어든다.


수의 계약


비딩의 방식을 취하지 않고 괜찮은 대행사를 찾아 수의계약을 진행하는 것은 좋은 대행사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다. 비딩의 참여를 결정하는 일은 광고대행사에게는 매우 큰 기회비용을 쓰는 일이다. 영상 시안을 만드는 비용만 2000만원 정도의 실비가 발생하며 인건비를 합치면 투입비용은 억대가 넘는다. 기회비용을 쓰더라도 수주 가능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비딩의 참여 결정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딩 없이 계약이 가능하다면 광고주의 예산과 상관없이 대부분 캠페인을 진행하게 된다. 불투명한 수주 여부에 억대의 기회비용을 투입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수의 계약이 가능할 경우, 아무리 적은 예산이어도 광고대행사는 인력을 배정해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다.

수의 계약은 적은 예산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평소 일해보고 싶었던 대행사를 만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수의계약을 위해서는 몇 개의 광고대행사와 미팅을 진행해 더 구체적으로 회사 소개를 받고 회사가 처한 마케팅적 문제에 대해 간단하게 논의를 해 보는 것이 좋다. 몇 회사와 미팅을 해보면 어떤 대행사와 일하는 것이 좋을지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다.


시기의 조정


적은 예산을 극복하고 좋은 대행사를 만나는 다른 방법은 비딩의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보통 다음 해의 마케팅을 준비하기 위해 11월과 12월에 광고대행사 선정을 준비한다. 조직 개편이 늦은 회사들은 1월과 2월에도 당해 마케팅을 위해 대행사 선정을 추진한다. 따라서 이 시기는 기업들의 수요가 늘어난다. 예산이 많지 않다면 비딩 시기를 성수기(11~2월) 에 잡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RFP의 심플화


비딩은 여러 대행사 중 어떤 대행사가 기업의 과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가를 보는 과정이다. 하지만 몇 주 만에 광고주가 원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몇몇 광고주들은 비딩의 과정을 통해 회사에 산재한 마케팅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마케팅 전략, 크리에이티브, SNS채널 운영전략, 바이럴 방안 등등 하나의 비딩 안에 수많은 해결과제를 꾹꾹 눌러 RFP를 만든다.

하지만 비딩의 절차를 산적해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대행사들이 비딩 참여 여부를 결정할 때 RFP에서 제시하는 과제의 양도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광고주는 비딩 기회를 통해 여러 대행사로부터 많은 문제 해결의 방법을 들어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과제의 양이 많을 경우 상대적으로 비딩 참여를 꺼리게 된다. 난해하고 많은 과제는 결과적으로 좋은 광고대행사의 참여를 사전에 막는 셈이 된다.

이러한 점을 알고 있는 광고주들은 RFP를 매우 심플하게 작성한다. 단순한 과제로 변별력을 테스트하고 선택된 광고대행사와 함께 실행 과정에서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 가면 된다.


대행사 초청


우리 회사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해줄 적당한 대행사를 찾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100억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 경우, 공개 입찰이나 초대 메일을 보내는 것만으로 인바이팅 참여 회사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좋은 대행사를 선정하기 위해 어떤 대행사가 우리의 과제를 잘 풀어줄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모호함도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광고대행사는 몇 가지 내용과 형식으로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하다.

먼저 대기업 계열 종합광고대행사가 있다. 많은 인력이 있고 그만큼 평균 이상의 광고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TV광고의 호황시절부터 이름을 알리던 독립광고대행사들이 있다. 여전히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내기도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변화에서 예전 보다 각광을 받지 못하는 회사들도 있다. 10년 전 유튜브 영상 광고가 인기를 끌면서 디지털 기반의 광고대행사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규모 면에서 종합광고대행사와 비교되지 않지만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로 좋은 캠페인을 선보이는 회사들이 꽤 된다.


대부분 광고대행사를 선정할 때 회사의 네임 벨류를 최우선에 둔다. 유명한 광고대행사가 좋은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

광고주 시절, 박웅현 CD에게 일을 맡기고 싶어 TBWA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했지만 제법 큰 광고주였음에원하던 CD에게 광고를 의뢰할 수 없었다.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솔직히

당시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지 못해 아쉬웠다.


물론 이름 있는 광고 회사들은 평균 이상의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줄 수 있는 확률이 있다. 하지만 모두 그렇지 않다. 큰 광고회사일 수록 많은 기획팀과 제작팀이 있고 해당팀들의 실력차이가 큰 것도 사실이다.

만약 현재 처해진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합한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포함한 캠페인 레퍼런스가 있다면 해당 캠페인을 진행한 기획팀과의 미팅을 진행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경쟁 비딩을 전제로 할 겨우 해당 팀과 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다. 수의 계약을 통한다면 캠페인 진행의 확률이 올라가겠지만 비딩이라면 참여할 수 있는 팀을 선정하는 것은 회사의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임벨류가 있는 큰 종합광고대행사에 비딩 초대를 하면 때에 따라서는 실력 좋은 팀이 붙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당연히 예산이 작으면 좋은 팀이 붙을 가능성도 적어질 것은 당연하다.


대기업 계열의 종합 광고대행사는 아니지만 여러모로 실력 있는 독립광고대행사들도 많이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좋은 캠페인을 하기 위해선 결국 어떤 기획, 제작팀이 캠페인을 맡느냐가 중요하다. 대기업 종대사가 아니어도 수년간 괜찮은 캠페인 레퍼런스를 갖고 있는 회사들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따라서 TVCF 사이트나 해당 회사의 홈페이지등을 통해 최근 2~3년의 캠페인 레퍼런스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사전 미팅을 통해 더 자세한 회사의 강점을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국내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의 한국 지사 중에는 비딩 전에 케미스트리 미팅을 통해 비딩에 참여할 대행사를선정하는 선행 작업을 하기도 한다.


인바이팅의 숫자

광고주가 이번 비딩에 얼마나 많은 대행사를 초대하는지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당연히 많은 광고대행사가 모이면 수주의 확률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역시 수백억에 이르는 큰 마케팅 예산을 내세운다면 수주율이 낮더라도 도전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비딩에 인바이팅한 광고대행사가 많으면 당연히 비딩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예산이 적지만 그래도 좋은 대행사가 비딩에 참여하길 바란다면 대략 3개 정도의 대행사를 고르고 해당 대행사만을 초청한다고 공개하는 것도 방법이다.


광고주로 일하던 시절 몸 담았던 회사는 수백억의 광고비를 썼다. 많은 광고대행사들이 수주를 위해 몰려들었기에 대행사를 고르는 일에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광고주의 비딩 초청을 받으며 느낀 것이 있다. 좋은 대행사를 만나 좋은 캠페인을 하는 일을 위해 광고주도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큰 예산을 가지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한정된 예산에서 좋은 대행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나름의 전략이 필요하다. 아무 생각 없이 대충 대행사를 찾고 대충 초대 메일을 보내면 우리 캠페인을 대충 해버릴지 모를 대행사와 만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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