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씨앗을 가슴에 품고
아이들은 매년 학교에서 증명사진을 찍는다.
그 사진으로 만든 앨범이 Yearbook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순서대로 간직할 수 있어 좋다. 아이들도 해마다 달라지는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의 모습을 기억하기 좋은 것 같다. 한국의 졸업 앨범을 매년 조금씩 나누어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얇은 소프트
커버로 되어 있다. 마지막 장에는 그 해 이벤트 사진들이 담겨 있는데, 활기찬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내 얼굴에도 미소가 스민다.
“엄마, 내 그림이 올해 yearbook 표지로 뽑혔어요!”
“와~ 우리 아들 대단하다.”
“Together we make a difference. 이건 무슨 뜻이야?”
“우리 함께라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거지.”
첫째가 자랑스럽게 말한다.
‘우리 아들, 언제 이렇게 컸나.’
19달러였나? 29달러였나? yearbook 가격을 세이브했다고 난 혼자 뿌듯했다.
“이건 너희들 장가가면 엄마 집에 두고두고 볼 거야.”
아이들마다 각자 yearbook을 하나씩 사주고 싶었지만, 같은 앨범이니까 한 해 한 권씩만 간직하기로 했다.
‘WSSC’s 2013 Art Contest’에서 초대장이 날아왔다.
WSSC Water(수도 회사)에서 열린 그림 공모전에 큰아이의 작품이 당선되었단다. 저녁 리셉션에 참석하라는 것이었다. 잘 차려진 뷔페와 시상식이 펼쳐졌다. 커다란 케이크 커팅식도 하고 근사한 저녁을 먹으며 시상식을 즐겼다. 수상자 12명의 그림을 그대로 담아 만든 달력을 선물로 받았다.
온 가족이 출동해 저녁을 해결하고 왔다. 아들 덕분에 이런 시상식도 와 본다고 또 혼자 아들이 대견해 어쩔 줄 몰랐다.
큰아이가 수업시간에 그린 자화상도 외부 그림 대회에 입상해 전시회에 갔다. 이것은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학교에서 오는 안내장을 잘 읽어야 한다는 걸 이때 깨달았다.
시험 전날에는 특히 일찍 재우라는 안내장, 방과 후 수업 신청서, 학부모 참관 수업 등 안내장이 많이 왔다.
여러 안내장들을 습관처럼 훑어보고 버렸는데, 안내장 같지만 전시회나 시상식의 초대장일 수도 있었다.
우리 그린벨트 공립초등학교는 3학기 제였다. 학기가 끝날 때마다 우등생들에게 시상식을 한다. 전교생이 모인 강당에서. 무대에는 선생님들이 줄줄이 서서 수상자에게 악수를 건네고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상장을 수여한다. 졸업식 때나 볼 수 있는 장면이 학기마다 열리고 있었다. 학부모들이 참석해 기념사진도 찍고 축하하 세리머니를 한다. Principal's Honor Roll 시상식이다.
큰아이가 2학년 때, Principal's Honor Roll이 있다는 안내장을 받았는데 학부모가 오라는 초대장인줄은 몰랐다. 그냥 '우등상을 받는구나.' 했다. 학부모가 참석해 축하 세리머니를 한다는 것도 금시초문이었다. 큰아이가 상장을 들고 와 이야기를 해 줘서 알았다.
전 과목 올 A를 받았면 우등생 명단에 오른다. 2학년 때부터 상장을 받고 시상식 단상에 오른다. 그다음 학기부터는 꼭 참석해 사진을 찍어 주었다.
어느 학기에는 아들이 '우등생이 된 비결'에 대해 강단에 서서 연설을 했다. 재치 있게 웃음을 자아내는 아이의 다른 면을 보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질 않던가. 학교는 아이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것이 꼭 잘했다고 주는 격려만은 아니었다.
4학년부터는 1인 1 악기를 배울 수 있다. 이것은 선택이다. 피아노를 좋아했던 큰아들이 엄청 기대했던 프로그램이었다. 아들은 비올라를 골랐다. 악기는 대여할 수 있다.
악기를 9월에 배우기 시작했는데, 12월에 학부모를 초대해 오케스트라 공연을 했다. 연말 행사라 잔뜩 기대를 하고 갔다.
넥타이와 셔츠, 까만 정장바지까지 근사하게 차려입은 학생들이 연주를 시작했다. 더듬더듬 악보를 봐가며 병아리 걸음마 수준의 초보 곡들이 흘러나왔다. 아주 귀여웠다. 사랑스러웠다.
'나는 뭘 기대 했을까.'
관람석 학부모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 갈채가 쏟아졌다. 입으로 피리소리를 내면서 멋지다고 함성이 날아든다. 나는 스스로 반성하며 기립 박수를 보냈다.
시작이 중요하고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무대 위에서 박수갈채를 받은 경험으로 어쩌면 꿈의 씨앗을 가슴에 품고 자라면서 언젠가 터뜨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지지를 받으며 아이들은 아름답게 성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