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책을 사고 싶을 땐 서점에 간다. 작은 책방에 가기도 하고 대형서점에 가기도 하지만 인터넷 서점보다는 책방 가는 걸 즐긴다. 신간들도 구경하고 내가 관심 없었던 분야의 책도 눈으로 보는 재미가 있다. 책방에 가면 피곤할 때 비타민 한 알을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얼마 전 서점에서 만난 책이 <너를 기억하는 풍경>이다. 손홍규 작가의 연작 소설집이다. 딸의 그림으로 디자인했다는 표지가 참 따뜻하다. 저녁노을을 연상케 하는 색감과 그것을 바라보는 검은 고양이가 볼수록 정감이 간다.
제목을 보면서 한 번도 생각지 못한 생각을 해보았다. 나를 기억하는 풍경이 있다면 어디서 언제인 나일까? 나의 유년과 중년과 노년, 나와 함께한 풍경은 나를 기억할까? 내 기억 속의 풍경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풍경 속의 나와 나 속의 풍경은 바로 나다.
작가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날 깊은 슬픔이 무엇인지 알아버린 것만 같았던 날 내 것인 줄 몰랐던 감정이 내 것임을 알게 된 날이었다."
소설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이 나의 유년과 흡사해서 등장인물의 한 사람이 되어서 소설 속으로 빠져 들었다.
책을 읽고 나서 나를 기억하는 풍경들을 소환해서 잊지 않고 있다고 오래 기억하겠다고 손을 내밀었다.
어제 맛집이라고 아이들이 가자고 해서 간 곳은 탕수육과 짬뽕등 서너 가지 중요 메뉴로 인기가 있는 음식점이었다. 줄을 길게 서서 기다려야 하는... 강한 향신료와 짜고 자극적인 맛이 단번에 입에 짝 감기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배는 부른데 자꾸만 소박한 한식이 생각났다. 씀 씀 한 냉이된장국이 상위에 있는, 뚝배기 어디쯤인가 조개 몇 알이 들어있는 그래서 냉이 향이 더 좋은 밥상이 그리웠다.
작가의 소설 <너를 기억하는 풍경>도 내겐 냉이 된장국 같은 느낌으로 남았다.
따뜻하고 그리워질 것 같은 언어들이 오래 가슴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