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케이프

(7층 로비)

by 박정옥

명동에 있는 호텔이다.

프랑스 디자이너 자크가르시아가 벨 에포크시대를 연상할 수 있는 파리지엥 느낌 나게 디자인했다고 한다. 요즘 선호하는 미니멀한 화이트 톤이 아니고 중세시대의 궁전 내부를 표현한 영화 세트장 같이 화려하고 우아하다.


구정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 기제사를 지내기에 명절 차례를 생략한 지가 몇 년 되었다.

2025년은 가족 모두에게 유난히 힘든 일이 많았다. 에너지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자식들도 손님인 세상이라 은근히 설명절이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난 엄마다.

"얘들아 올핸 호캉스로 명절을 보내자. 엄마가 쏜다."

"우리 엄마 부르주아예요? 살림 거덜 나는 거 아녀요."

모두 지처 있을 때 잠깐 힐링하고 힘을 낼 수 있다면, 돈을 염두에 둘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가끔 아이들 덕분에 호캉스로 호사스러운 쉼을 누렸는데 이번엔 내가 그 역할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반룸 하나 코너 스위트룸 하나 두 개를 예약했다.

젊을 땐 십원단위까지 맞춰가며 가계부를 썼는데... 이제 그러고 싶지 않다.


명동은 서울의 심장답게 쉬지 않는 곳이었다.

자그마한 중식당이 늘어선 골목에서 줄 선 사람들이 많아 한참을 기다린 후에 점심을 먹고 호텔로 향했다.

바깥에서 본 우뚝 솟은 건물 양식과는 다른, 인터넷에서 잠깐 살펴본 내부가 그대로 눈에 훅 들어왔다.

7층이 체크인하는 로비다. 딸들이 체크인하는 동안 탐정처럼 이곳저곳을 살폈다. 레드 카핏이 깔린 바닥과 꽃무늬패턴 벽지, 우아한 갓등, 명화를 본뜬 액자 등이 독특한 분위기로 클래식함 그 자체다.


(더라이브러리의 일부)

숨겨져 있는 듯한 더라이브러리(도서관)를 보니 고전도 단숨에 읽힐 거 같은 편안하고 지적인 느낌이 물씬 났다. 명색이 글 쓰는 사람이 눈으로 만 보고 나와서 좀 아쉬웠다.


왠만한 카페보다 멋진 라운지


입실 시간이 남아서 차를 마시며 기다렸던 라운지.



침구와 침대가 너무 편안한 침실과 네스프레소머신에 캡슐커피, 조선 호텔 전문브랜드 비벤떼 티와 초콜릿, 음료수가 준비된 미니바, 거실과 욕실은 휴식을 위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짐을 풀고 근처 백화점 가서 아이쇼핑과 면세점 투어를 하고 돌아와서 젊은이들은 와인바를 가고 손주는 게임을 하고 난 유튭을 보며 잠깐이나마 일상의 고뇌를 단절했다.



호캉스 하면 조식을 빼놓을 수 없다. 종류가 많지는 않았지만 각 영역의 전문세프들의 솜씨는 어느 것을 먹어도 맛있었다. 난 딤섬과 채소볶음 요리가 좋았다. 빵과(프렌치토스트도포함) 차도 욕심을 부렸다.


이사진은 미처 찍지못했던 침실 사진 블로그에서 퍼옴



오롯한 하루를 보내고 나는 집으로 오고 그들은 가야 할 곳으로 갔다.

"얘들아, 짓눌린 감정들은 다 털고 새로운 한 해의 시작 앞에 건강하게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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