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쓰는 동물들
우리가 “불은 인간만 쓴다”고 배운 건 절반짜리 진실이다.
호주 북부의 건기 숲에서는 믿기 힘든 장면이 카메라에 찍혔다.
까마귀나 솔개 같은 맹금류가 불타는 나뭇가지를 부리나 발톱으로 집어 들어,
수십~수백 미터 떨어진 풀밭에 ‘툭’ 하고 떨어뜨린다.
풀에 불이 옮겨붙는 순간, 불길을 피해 뛰쳐나오는 작은 포유류와 파충류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맹금류는 그 찰나를 기다렸다는 듯 곧장 내려와 먹잇감을 낚아챈다.
분명히 그건 사냥이다.
동시에, 계획적인 방화다.
연구자들은 이 현상을 《 Fire-spreading raptors》라 부르며,
적어도 3종의 새가 이런 행동을 한다고 기록했다. 사람 말고도 불을 이용하는 존재가 있다는 얘기다.
【 불개미 】라는 이름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불개미는 몸속에 포름산을 비축했다가 위협을 받으면 한 방에 뿜어낸다.
물린 지 몇 초 안 돼 화끈거림이 퍼지고, 그 자리는 빨갛게 부어오른다.
그 고통이 마치 불에 덴 듯해
‘Fire ant’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기에 수천 마리가 한데 모이면,
몸의 대사열이 모여 집단 발열을 일으킨다.
둥지 온도를 높여 알을 지키거나,
스스로를 방어하는 전략이다.
작은 몸에서 나오는 뜨거움이 불길은 아니지만,
벌레 세계에서만큼은 히터 역할을 하는 셈이다.
불개미 입장에서는
“날 건드리면 뜨겁게 후회할 걸?”
이라는 경고를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우리가 어렸을 때 했던 장난처럼
햇빛 + 유리 조합처럼 열을 모아 미니 화재를 만드는 녀석들도 있다.
장수말벌 둥지 안에서는 자체 발열이 일어나고,
벌들은 날개로 부채질해 산소를 공급하며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비록 불꽃은 없지만, 원리는 인간이 난로를 쓰는 것과 비슷하다.
또 일부 딱정벌레 유충은 숲에 불이 나면 그 열과 연기를 감지해 불길 쪽으로 날아간다.
재가 된 나무 속은 부드럽고 경쟁자가 적어, 알을 낳고 유충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된다.
불을 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불을 향해 날아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인간이 불로 문명을 쌓았듯, 동물들도 불과 열을 환경 편집의 도구로 쓴다.
인간이 “겨울이 춥네, 난방 틀자”라면,
불 옮기는 새는 “저 풀밭에 불 붙이면 쥐들이 튀어나오겠군”이다.
같은 불이지만, 쓰임과 동기는 종마다 다르다.
불은 삶을 주기도하고, 빼앗기도 한다.
호주의 ‘불 옮기는 새’에게는 기회의 무기지만, 다른 생명에게는 삶의 터전을 앗아가는 재앙이다.
어쩌면, 불에 매혹되는 건 인간만의 속성이 아닐지도 모른다.
수십만 년 전, 인류가 불 앞에 모여 앉아 음식을 굽고 이야기를 나눴듯,
정글 어딘가에서는 새가 불길 너머를 노리고, 곤충이 연기를 향해 날아간다.
불은 오래전부터 모든 생명이 느껴온, 뜨겁고 위험한 유혹이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