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팀장과 미어캣 보안관
또다시 월요일 아침,
우리는 출근길에 선다.
집에 남겨두고 온 강아지를 생각하며 되뇌인다.
'아 강아지로 태어날걸. 그럼 출근안해도 되는데'
과연 동물들은 출근하지 않아서 행복할까?
자연을 들여다보면, 그들도 각자의 월요일을 살아내고 있다.
요일 개념은 없어도, 책임은 분명히 있다.
아프리카 초원, 먼지가 자욱하게 이는 계절.
코끼리 무리가 줄지어 이동한다.
그 선두에는 언제나 가장 나이 많은 암컷, ‘매트리아크’가 있다.
그녀의 업무는 단순해 보이지만 치명적으로 중요하다.
무리를 살릴 물과 먹이를 찾는 것.
가뭄이 닥치면 초원은 금세 사막으로 바뀐다.
이때 매트리아크는 수십 년 전 어린 시절에 어른 코끼리들을 따라갔던 물웅덩이의 위치를 떠올린다.
다른 젊은 개체들은 그곳을 기억하지 못한다. 오로지 그녀의 기억에 무리는 목숨을 건다.
직장으로 치면, 옛날 프로젝트 사례를 꺼내와 이번 위기를 막아내는 부장님 같은 장면이다.
또 하나, 코끼리 사회는 돌봄과 연대의 시스템을 갖춘 조직이다.
새끼가 진흙에 빠져 허우적거리면,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가 달려들어 몸으로 받쳐서 들어 올린다.
직장에서 부서 전체가 똘똘 뭉쳐 막내 직원 하나 챙기는 모습과 닮았다.
코끼리 사회에서 의무는 곧 생존, 그리고 연대다.
남극의 겨울, 영하 40도. 바람이 칼날처럼 불어닥친다.
황제펭귄 수천 마리는 거대한 원형을 만든다.
바깥쪽에 선 개체들은 몸이 얼어붙을 만큼 추위를 견디다가,
시간이 되면 안쪽으로 들어가고, 안쪽에 있던 개체들은 다시 바깥으로 밀려난다.
이 교대가 조금이라도 어그러지면, 무리 전체가 얼어 죽는다.
그리고 더 혹독한 업무가 기다린다.
짝짓기 이후, 수컷들은 알을 배 위에 올려놓고 두 달 넘게 꼼짝하지 않는다.
먹지도 못하고, 바람을 그대로 맞으면서, 그 자리를 지킨다.
수천 마리 수컷이 일렬로 서서, 각자 알을 지키는 장면은 남극의 거대한 사회생활을 보여준다.
야근? 주말 근무? 이들에게는 그저 매일의 생존이다.
아프리카 사막에는 작은 미어캣 무리가 땅굴을 드나든다.
모두가 땅속에서만 산다면 안전하겠지만, 먹이는 밖에서 구해야 한다.
무리가 흩어져 사냥을 하는 동안, 반드시 몇 마리는 땅 위로 올라온다.
두 발로 꼿꼿이 서서, 사방을 살피며 경비를 선다.
맹금류가 하늘을 맴도는 순간, 미어캣은 특유의 경고음을 울린다.
그 소리에 나머지 무리는 재빠르게 땅속으로 숨어든다.
이 경계는 결코 몇몇 부지런한 개체만의 일이 아니다.
철저하게 교대로, 모든 개체가 순번을 맞아 맡는다.
누군가 게을러지고, 자리를 비우면? 무리 전체가 위험에 빠진다.
회사로 치면, 빈틈없이 굴러가야하는 보안팀 스케줄과 같다.
코끼리는 기억으로 무리를 지키고,
펭귄은 교대로 추위를 견디며,
미어캣은 번갈아가며 사회를 지킨다.
직장이 없다고 해서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그들에게도 월요일은 있다. 다만 달력이 아니라, 본능이 알려줄 뿐이다.
대가를 목숨으로 치뤄야하는 잔인한 자연의 섭리 앞에 매일 출근도장을 찍는다.
그러니 오늘 아침, 출근길이 억울하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펭귄도 야근 중이고, 코끼리도 프로젝트 중이며, 미어캣도 보안 근무 중이다.
월요일은 우리만의 숙제가 아니라, 자연 전체의 리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