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자연산 폭탄, 총

자연의 무기고들

by 공구리

총, 폭탄, 자폭 특공대.
우리는 이런 단어를 들으면 전쟁터와 병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정작 이 무기들의 원형은 자연 속에서 오래전부터 쓰이고 있었다.

인간은 도구 사용에서 독보적이라 믿어왔지만,

후발주자였을지도 모른다.


⁘ 자폭 개미: 살아 있는 폭탄병

동남아 열대림의 나무 위에 사는 개미는,
몸속에 길게 발달한 독샘을 품고 있다.

학명: Colobopsis saundersi

적이 접근하면 개미는

온몸 근육을 강하게 수축시킨다.
그 압력으로 독샘이 터지며 끈적한 노란색 독액이 사방에 흩뿌려진다.
몸통은 찢기고, 개미는 즉시 죽는다.

그러나 그 독액은 적의 몸을 굳히고,

턱과 다리를 봉쇄한다.
자기 한 몸을 희생해 무리를 지키는 전략.
군사학적으로 치면 자살 폭탄병인데,
개미 사회에서는 이미 수천만 년 전부터 실전 배치된 무기였다.



⁘ 권총새우: 바닷속의 저격수

Alpheus heterochaelis

작은 몸집의 권총새우는

집게발 하나를 엄청나게 비대하게 발달시켰다.
이 집게를 순간적으로 닫으면 약 시속 97km(27m/s) 속도로 물을 밀어내며,
그 압력차로 인해 캐비테이션 기포가 생긴다.

그리고 이 기포가 붕괴할 때,

순간적으로 수천 도(약 4,700℃)의 열이 발생하고,

음속에 가까운 충격파가 수중에 퍼진다.
심지어 섬광까지 포착된다.

작은 물고기와 게는 이 보이지 않는 총격에 기절하거나 즉사한다.
화약도 총알도 없지만, 원리는 총과 다르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총잡이는, 총을 발명하기 훨씬 전부터 바닷속에 있었다.



⁘ 폭탄 딱정벌레: 살아 있는 화학 병기

Brachinus crepitans

겉보기엔 평범한 곤충이지만,

이 딱정벌레의 몸속에는 이중 화학 저장고가 있다.
한쪽 방에는 하이드로퀴논,

다른 쪽에는 과산화수소.

위협을 받으면 두 물질을 섞어

산화 반응을 일으킨다.
이 반응으로 생긴 액체는

섭씨 100도 가까운 온도까지 가열되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분사된다.

뜨거운 화학 스프레이는 천적의 피부를 태우고,
작은 곤충이나 거미를 치명상으로 몰아넣는다.
소형 곤충 하나가 스스로를 이동식 화염방사기로 바꿔버린 셈이다.



자폭하는 개미, 총을 쏘는 새우, 폭탄을 발사하는 딱정벌레.
인간이 쥐어준 무기가 아니라 숲과 바다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우리는 무기를 발명했다고 자부하지만,
사실 자연은 이미 총·폭탄·자폭을 오래전부터 실험하고 있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자연의 무기에는 전쟁의 의도가 없다는 것.
그저 살아남기 위한 끝없는 발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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