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벽에 똥칠하신 아버지

가정 돌봄의 위기

by 현성은

어느 날 아침, 부모님이 계신 방으로 들어가는데 공기가 이상했습니다. 방에 들어가기 전부터 똥 냄새가 너무 진하게 풍기는 것이었습니다.


‘아.. 오늘도 아버지가 대변을 많이 싸셔 기저귀 밖으로 흘러넘쳤나 보구나. 출근하기 전에 빨리 정리하고 이불빨래 하자’

라고 생각을 하며 방에 들어간 순간 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굳어버렸습니다. 아버지가 혹시라도 침대에서 낙상하실까 봐 벽 쪽으로 침대를 붙여놨는데 벽에 온통 똥칠이 되어있던 것입니다. 아이가 물감으로 벽에 낙서하듯이 정말 똥이 벽에 색칠되어 있었습니다. 침대와 이불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냥 눈물이 났습니다…

머리는 하얀 백지가 되었습니다…


잠시 멍하니 바라만 보다가 출근 시간이 다가옴을 인식하고 출근 전에 빨리 치워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들어왔습니댜. 그리고 어떻게 치워야 할지 순서만 생각했습니다.


슬프다. 속상하다. 미치겠다.. 이런 감정들이 아니라

그냥 빨리 치워야 한단 생각만이 머리에 꽉 찼습니다.


바로 고무장갑을 끼고 큰 비닐봉지를 갖고 왔습니다. 똥이 많이 묻은 아버지 옷은 벗겨 비닐봉지 안에 넣어 버리고 적게 묻은 옷은 이불과 함께 손으로 애벌빨래를 한후 세탁기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침대를 방 가운데로 옮기고(환자용 침대에는 바퀴가 달려있어 비교적 쉽게 옮길 수 있습니다) 따뜻한 물을 대야에 받아 비눗물로 똥이 묻은 손과 몸을 부분적으로 씻기고 바로 마른 수건으로 닦았습니다. 새 옷으로 갈아입히고 새 이불을 덮어 드린 후 퐁퐁, 비누, 유한락스 등 집에 있는 온갖 세제를 갖고 와 수세미에 묻혀 벽에 묻은 똥을 지웠습니다.


왜 혼자 치웠냐고요?


남편과 아이들은. 이미 출근해서 집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버지를 집에 모시고 난 후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 벌어졌기에 저 혼자 치우는 것이 오히려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했습니다.


“똥은 촌수를 가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엄마, 아빠는 내 자녀의 똥을 쉽게 치울 수 있지만 이모나 삼촌은 조카 똥 치우는 것이 그리 쉽지 않습니다. 이것처럼 내 아버지의 일이기에, 나 조차도 벅차고 힘든 일이기에 아이들과 남편에게 침대와 이불, 벽에 똥 범벅이 된 것을 치우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남편과 아이들 모두 아침 일찍 출근했기에 집에 저 혼자 이 일을 겪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시간 정도 혼자 정신없이 치우고 정리하자 아버지 방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방의 모습을 확인한 후 바로 저도 화장실로 들어가 비누와 바디워시를 잔뜩 바르고 뜨거운 물로 샤워했습니다.


이때 눈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왜 우는지 조차 모르겠지만 그냥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편한 마음으로 한참 동안 마음껏 울었네요. 그리고 집에 오신 요양보호사님께 상황을 말씀드리고 출근했습니다.


도저히 아침밥은 먹을 수 없었지만, 한참을 울고 난 덕분에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출근길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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