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그날 저녁

처음으로 벽에 똥칠하신 날 저녁

by 현성은

아버지가 처음으로 벽에 똥칠하신 날, 그 날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정신없는 날“인것 같습니다.


아침에 출근하기 전

‘정신없이’ 아버지 똥을 치웠고

‘정신없이’ 출근한 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퇴근후에는 집에 돌아와 옷갈아 입을 틈도 없이 손만 씻고 ‘정신없이’ 저녁식사를 준비 했습니다.


왜 저 혼자 집안일 다 하는 것 같다구요?

아이들도 가끔 제게 하는 질문 입니다. 엄마도 직장 다니는데 왜 혼자 집안일 다 하냐구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 직장이 집에서 가장 가까와서(자가용으로 15분 거리입니다), 제가 가장 늦게 출근하고 가장 먼저 집에 오기 때문입니다. 집에 와서 남편과 아이들이 퇴근한 후 저녁식사 준비를 같이 하면 저녁이 너무 늦어져 그만큼 쉴 수 있는 시긴도 줄어듭니다. 그렇기에 평일 저녁 식사 준비는 내가 하고, 식사 후에 아이들은 가위바위보로 치우기, 저녁설겆이, 강아지 산책 담당을 정합니다. 3남매이기에 일들을 하나씩 맡아 집안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주말에 주말에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이 모두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에 설겆이를 합니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집안 일을 분담 했습니다. 저녁식사 시간은 우리 가족에게 중요한 시간입니다. 저녁식사를 다같이 하며, 각자 오늘 하루 겪었던 이야기를 나눕니다. 좋았던 이야기, 힘들었던 이야기와 속상 했었던 일들을 함께 나누며 즐거운 일에 같이 웃고, 힘들게 하는 사람들 이야기엔 함께 욕도 해 줍니다.


저는 아침에 할아버지가 벽에 똥바르신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아이들 모두 소리 지르고 웃고 떠들며 한바탕 난리를 치뤘습니다. 그리고 엄마 혼자 어떻게 치웠냐며 위로해줬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나누니 할아버지가 벽에 똥 칠한 이야기도 즐거운 이야기 거리가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할아버지 벽에 똥칠한 이야기를 나눈 후, 혹시라도 엄마나 요양보호사님이 안 계실 때 똑같은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치워야 할지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이 이야기를 나눌 때만 하더라도, 집에 아이들만 있을 때 할아버지가 또 다시 벽에 똥칠 하는 날이 올거라고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날이 왔습니다.


이전 11화11. 벽에 똥칠하신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