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아이들의 적응기

by 현성은

제가 아버지 똥 치우는 것에 점차 적응해 가듯이, 아이들도 할아버지 똥을 치우는 것에 적응해 갔습니다. 이때 큰 아들은 직장에 막 들어갔고, 작은 아들은 군대 제대하고 복학해서 대학에 다니던 시기였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아이들이 잘 적응한 것은 아닙니다. 딸인 저도 아버지 똥을 처음 치우면서 엄청 놀라고 힘들어했는데 손자인 아이들이 당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요양보호사님과 제가 똥 치우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소리 질렀습니다. 제가 마음속으로 하던 이야기를 아이들은 소리 내어 외쳤습니다.


“냄새가 너무 지독해! 빨래집게! 코를 막아야 할 것 같아

“으악!!

똥이 기저귀 밖으로 새어 나왔어! 어떡해야 해? “


그리고 자신들이 직접 할아버지 똥을 치우면서는 처음 해보는 일이고 서툴렀기에 1,2주 동안 난리법석이었습니다.


“내 손에 똥이 묻었어... 토할 것 같아….. “

“엄마! 기저귀 가는데 할아버지가 또 똥 싸셔!!!”

……..


물론 비닐장갑을 끼고 했지만, 할아버지 똥이 손에 묻은 묘한 감각에 아이들도 처음엔 당황해하며 무척 어려워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아들이 같이 했기에 서로 비명도 지르고 호들갑도 떨었지만 같이 손을 맞출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둘째 아들은 특히나 어렸을 때부터 비위가 약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아파트 음식물 쓰레기통에 음식물을 버리는 심부름을 시키자 음식물을 버리면서 토했던 전력이 있는 아이입니다. 그렇기에 지금 대학생이 되었다 할지라도 이렇게 할아버지 똥을 매일 치우는 일이 많이 힘들었을 텐데 불평 없이 해나갔습니다.


두 아들은 할아버지 똥을 함께 치우면서 <똥 치우는 동지>가 되어갔습니다. 점차 익숙하게 해 나갔고 나중에는 제가 없어도 아이들 스스로 할아버지 대소변을 치워주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엄마랑 은이(여동생 이름)는 여자니까 할아버지 똥 치우는 것은 남자인 우리들이 할게요 “


고맙고 대견하고 미안하고…

정말 여러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휘몰아쳤습니다.

결국 아이들이 회사와 학교에서 귀가한 저녁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아이들이 할아버지 똥을 치워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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