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나의 적응기

by 현성은

강아지 똥을 치우면서 아버지 똥에 대한 어색함(?)과 두려움을 떨쳐 버렸지만, 요양원에서 집으로 오신 아버지를 포함한 모든 가족이 한동안 적응 기간을 가져야 했습니다.


우리 가족의 하루 일과를 보면,

먼저 제가 아침 일찍 일어나 아버지에게 아침 인사를 하며 기저귀를 교환합니다.


“아빠~ 좋은 아침!!”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요”


그러면 아버지도 살짝 눈을 뜨고 나를 바라봅니다. 비록 말은 못 하셔도 우리는 매일 아침 이렇게 인사를 나눕니다. 이 간단한 인사를 매일 아침 아버지와 할 수 있는 것이 참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점차 문제가 생겼습니다. 거의 매일 아침 아버지의 바지와 이불이 넘쳐나는 대소변을 감당하지 못해 아침마다 이불 빨래를 돌려야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기저귀를 갈아도 아침에는 빨래가 생겼습니다. 결국 밤에는 속기저귀를 두 개씩 해야 했고, 아버지의 기저귀를 갈아야 한다는 생각에 한밤중에도 잠을 자지 못하고 한 두 번씩은 깨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마치 젖먹이 어린 자녀를 키우던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새벽마다 아이가 울어 정말 잠 한번 푹 자는 게 소원이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힘들어하는 저를 스스로 다독이며 붙잡았습니다.


‘맞아… 우리 부모님도 나를 이렇게 키우셨어.

그리고 아빠는 지금 갓난아기와 같아’


인간의 전생애 발달을 공부하다 보면,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다가 어느 순간부터 몸도 마음도 다시 어려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지금 저희 아버지는 영아기, 그리고 치매에 걸리셨지만 조금씩 거동이 가능한 어머니는 유아기입니다.


저의 전공이 유아교육이다 보니, 아버지가 보여주는 모습과 행동들이 영아기의 갓난아기 모습과 거의 같다는 것을 금방 느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아이들 돌보듯이 아버지를 보살폈습니다.

그러자 생각보다 아버지 돌보는 것이 속상하거나 힘들지 않았습니다.


어린 아기가 하루 종일 먹고 자고 싸는 것처럼

저희 아버지도 대부분을 먹고 자고 싸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우리는 아기를 키우며 왜 똥오줌을 못 가리냐고 혼내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아기 똥도 예뻤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힘주며 똥 살 때 얼마나 귀엽고 대견했던지요


비록 아버지 똥이 아기 똥처럼 예쁘지는 않았지만, 예전에 아버지가 변비로 엄청 고생하셨기에 똥 싸실 수 있음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힘주실때 얼굴 표정도 아주 조금은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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