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강아지를 산책하며 해답을 찾다

아버지 똥과 강아지 똥

by 현성은

나도 모르게 나오는 눈물을 뒤로하고 좀 전에 간호사선생님과 요양보호사 선생님에게 배운 내용을 끄집어내며 어찌어찌 아버지의 똥기저귀를 갈았습니다.


솔직히 남편 퇴근할 때까지 그냥 놔두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기저귀를 안 갈면 아버지 옷과 침대 커버까지 똥이 묻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기저귀를 갈았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아무리 아버지 똥이라 할지라도 내 손으로 직접 사람 똥을 만져야 한다는 당혹감이 컸습니다. 그리고 똥을 처음 만지는 정말 당혹스러운 순간에도 똥냄새는 엄청났습니다. 아버지의 첫 똥 기저귀갈기를 마치고 부끄럽지만 그날 저는 완전히 탈진되었습니다.


‘아버지를 집으로 모신 것이 무리였구나…’


아픈 아버지에 대한 안쓰러움과 애틋함도 똥 앞에서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의 똥 기저귀갈기’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나는 치매에 걸린 엄마도 집에서 모시고 있고 직장 생활도 해야 하는데 역시 아버지를 집에서 모시는 건 무리였다고 스스로를 변명하고 합리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아버지의 똥 기저귀 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으로 머리가 아팠습니다.


앞으로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현실의 벽 앞에서 두렵고 떨렸습니다.


결국 밖으로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머리를 식힐 겸 강아지 산책을 하던 중 강아지가 똥 싼 것을 치우다가 갑자기


“강아지 똥은 치우면서 아버지 똥은 못 치우냐 “

는 생각이 제 머리를 강타했습니다.


순간 제 자신이

너무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산책하는 내내 펑펑 울었습니다….


내 아버지 보다 강아지를 더 소중하게 여긴 것 같아 얼마나 민망하고 부모님께 죄송하고 부끄러웠는지….


내가 어렸을 적에 우리 부모님은 수년 동안

내 똥 기저귀 갈며 사랑으로 돌보아주셨는데..

겨우 아버지 기저귀 한 번 갈면서 힘들어하고 고민한 나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요….


결국 나의 고민은 강아지와 산책하며

깨끗이 해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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