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대학병원에서 일어난 일

대학병원 침대시트가 칼이 되어 베인 상처

by 현성은

아버지를 모시고 돌보며 매일같이 똥 치우고, 벽에 바른 똥도 치우면서 지내던 어느 날 아침, 아버지 상태가 갑작스럽게 안 좋아졌습니다. 가래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호흡이 거칠고 열까지 나셨습니다. 집에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아버지를 돌보아 주시던 방문 간호사 선생님께 바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아버지 상태를 들으시더니 바로 119를 불러 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이때는 한창 코로나시기여서 열이 난다는 것은 매우 안 좋은 조짐이었습니다.

다행히 곧 119가 집으로 왔고 제가 보호자로 119에 같이 탑승하여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119 차 안에서 구급대원들이 호흡이 좋지 않은 아버지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우고 응급조치를 해주셨고 우리는 빠른 속도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빨리 간 것이 무색할 정도로 병원 응급실 앞에는 많은 119 차량들이 이미 뒤엉켜 있었습니다. 병원 응급실만 가면 치료가 이루어질 줄 알았는데 코로나의 여파로 응급실 마비 현상을 목도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119 차량 안에서 병원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무한정 기다리며 대기하였고 저는 완전 탈진하였습니다. 119차는 환자이송에 최적화된 차량이기에 우리가 평소 타고 다니던 자동차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덜컹거리는 도로의 진동이 그대로 올라왔고 앞을 보지 못한 채 환자를 지켜보며 병원 갈 때까지 옆을 보며 가야 했기에 평소 멀미에 취약했던 저는 차멀미가 심하게 나서 병원에 도착하지 마자 계속 토해야 했습니다.

이런 말은 정말 어이없지만 침대에 누워계신 아버지가 부러웠습니다. 바닥에라도 주저앉아 눕고 싶었습니다.

언제 병원에서 연락이 올지 몰라 다른 데 가지도 못하고 아버지 옆에 쭈그리고 앉아있었는데 다행히 남편이 와서 남편 어깨에 기대고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혼자가 아닌 둘이라는것

이것만으로도 의지가 되네요..


혼자 있다가 옆에 누군가 있어주니 너무 든든했습니다. 남편이 와준 덕분에 저는 화장실도 가고 식사도 하며 조금씩 정신을 차렸습니다.

남편은 출근을 해야 하고 다행히 저는 방학이어 제가 아버지의 주보호자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와 주보호자인 저는 다시 코로나 검사를 하며 기다렸습니다. 현재 응급실에 환자가 꽉 차있기에 환자와 주보호자 한 명은 코로나 검사를 받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응급실 병실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119 차량은 다른 환자를 이송해야 해서 떠났고 저희는 병원에서 길 한쪽에 설치한 간이 천막에서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또다시 8시간 넘게 기다리다가 밤이 되어서야 간신히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병원 응급실 안에 들어간 것 자체만으로도 이렇게 감사하다니… 아버지는 곧 채혈과 CT를 포함한 여러 복잡한 검사들을 하셨고, 검사 결과 급성 폐렴으로 다음날 아침 바로 입원하셨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입원을 하면 보호자가 한 명 병원에 상주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보호자도 병원에 있을 수 없었습니다. 하루에 1번 정해진 면회 시간에만, 그것도 정해진 보호자 1명만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대신 병원에서는 숙련된 간병인들이 아버지를 돌보았습니다. 욕창 예방을 위해 2시간 간격으로 체위변경을 하며 체계적으로 간병을 해주었습니다. 그동안 아버지가 입원해 계셨던 요양병원이나 요양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체계적인 치료와 간병이 이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역시 이래서 대학병원이 상급병원이구나, 상급병원은 정말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가급적 아버지께서 대학병원에서 완전히 치료되실 때까지 입원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한 달, 두 달이 되어도 아버지의 병세는 그리 차도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없던 욕창이 생기고 점점 심해져 괴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매일같이 아버지 병문안을 갔는데 어느 날에는 전날까지 볼 수 없었던 큰 상처가 아버지 다리에 생긴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버지 종아리에 누군가 날카로운 칼로 찌른 것처럼 피가 맺힌 채 긴 상처자국이 생긴 것입니다. 너무 놀라 이게 어찌 된 일인지 항의하자 병원에서는 아버지 피부가 너무 약해져 침대시트에 베인 거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

침대 시트에 피부가 베였다고요!!??


너무 어이없고 황당한 변명이라 생각했는데 아버지처럼 노환인 환자들, 특히 음식 섭취를 입으로 못하고 콧줄로 하시는 분들은 영양소 섭취에 한계가 있어 피부가 종이보다 더 얇아져 이렇게 될 수 있다고 하네요.

병원에서는 결국 치료를 포기하였습니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했지만, 완치는 불가능하다고요. 이제 집으로 가셔서 편히 계시다가 하늘나라 가시도록 준비하라고 아버지를 퇴원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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