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대학병원에서 포기한 이후

대학병원에서 집으로 쫓겨나신 후의 이야기

by 현성은

대학병원에서 아버지의 치료를 포기하고 퇴원시켜 할 수 없이 아버지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온 저는 아이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더 이상 병원에서 할아버지에게 해줄 수 있는 치료가 없고, 할아버지 상태가 계속 악화되고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 된다고요. 할아버지가 하늘나라에 가실 때까지 집에서 우리가 해왔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돌보며 모시자고 말했습니다.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지만, 우리가 하던 대로 하면 되는 거지”

“할아버지 기저귀 갈면서 더 많이 이야기하고 웃어드려야겠네 “

아이들은 생각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할아버지 기저귀를 가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욕창예방과 치료 방법들을 방문 간호사에게 배웠습니다.


2,3 시긴 간격으로 할아버지 체위를 변경하고, 매일 2,3차례 욕창으로 괴사 된 피부를 소독하는 방법들을 배우는데 정말 대학병원에서 생긴 욕창과 종아리에 칼로 베인 것처럼 한 뼘 길이로 깊게 베인 상처(병원에서 침대 시트에 베인 상처입니다)는 쉽게 치료되지 않았습니다.


이때 당시의 아버지 피부는 온 몸이 빨갛고 검붉은 점들로 뒤덮여 있었고 점점 청색증까지 올라왔습니다. 청색증은 산소가 부족할때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특히 노환으로 돌아가시기 직전에 올라오는 대표 증상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방문 간호사의 조언을 받아 기계를 대여해 산소마스크를 할아버지에게 씌웠습니다. 그리고 가래로 가쁘게 숨쉬는 할아버지의 호흡을 위해 수시로 할이버지를 전동침대에서 반쯤 앉는 자세로 앉게 부축한 후 가래가 나오도록 손바닥을 동그랗게 오무려 등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가래가 너무 진하고 탁해 등두드리기 만으로는 도저히 가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관지에 가래가 달라붙어 숨쉬는 것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결국 다시 간호사선생님의 조언을 받아 가래를 뽑아주는 기계도 대여했습니다. 이 기계는 일반 사람은 사용하지 못하고 오로지 전문 의료진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저희 집에 오시는 방문 간호사 선생님은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셨던 분이시기에 이런 기계들을 능숙하게 사용하셨고 저희들에게 아버지를 돌보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방법들을 알려 주셨습니다.


방문 간호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순식간에 아버지의 방은 중환자실까지는 아니어도 전문병실처럼 준비되었습니다. 욕창방지 매트리스와 매트리스에 공기를 주입하는 기구를 인터넷으로 바로 구입하였고,저희는 정해진 시간 마다 아버지의 산소포화도와 맥박, 체온을 측정하였습니다. 콧물 흡입기도 구입하여 아버지 콧속에 가득 차 있던 누런 코들을 정기적으로 뽑아내었습니다.


대학병원에서도 포기한 아버지를 방문 간호사 선생님의 도움과 헌신으로 우리는 집에서 계속 간호하며 돌볼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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