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똥동지.

할아버지 똥이 우리에게 준 선물

by 현성은

할아버지가 벽에 똥칠한 것을 부모나 요양보호사의 도움 없이 오로지 아이들끼리 치웠던 브런치스토리를 읽으신 분들이 “든든하고 따뜻한 아들”, “착한 자녀”, 심지어 “세상을 밝아지게 하는 두 청년”이라는 엄청난 칭찬 문자를 보내 주셨습니다.


별로 그렇게 따뜻하거나 착하기만 하지 않은데 너무 과분한 칭찬들로 많이 민망했습니다.


사실 처음 브런치로 글쓰기를 시작할 때, 먼저 아이들에게 집에서 우리 가족이 할아버지를 돌보았던 이야기를 쓸 거라고, 너희가 할아버지 대소변을 치워 준 이야기가 들어가는데 괜찮은지 물어봤습니다. 그때 한 아이는 본인은 괜찮으니 엄마가 쓰고 싶으신 대로 글을 쓰시라고 하기도 했지만, 다른 아이는 자신들이 했던 일들을 다른 사람들이 알았을 때 다가올 지나친 관심이나 칭찬이 부담스럽고 싫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 이름과 아이들 이름 모두 가명으로 쓰고 매주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전에 아이에게 먼저 보여 주었습니다. 제가 혹시라도 과장하거나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쓰고 있지는 않은지 아이에게 먼저 검열을 받고 글을 올렸습니다. 어떨 때는 브런치에 먼저 글을 올릴 때도 있지만 가급적 아이들에게 톡으로 꼭 보내서 글의 내용이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였습니다.


할아버지의 대소변을 묵묵히, 그리고 무엇보다 애정을 담아 치워 주는 저희 아이들을 볼 때 미안할 정도로 고마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완전 착하고 따뜻한 아이들은 아닙니다.


투정도 부리고 사소한 것에 삐지기도 하고 힘들면 짜증도 내는 보통의 아이들입니다. 저희 아들들은 모두 사춘기가 늦게 왔는데, 제 기억으로 한 아이는 대학생 때, 다른 아이는 대학교 졸업 후에 왔습니다. 늦게 온 사춘기는 정말 심했고 부모에 대한 반항으로 사사건건 모든 일에 대들고, 잘 삐지고 사소한 말에 상처받아 화내며 엄마 아빠의 마음에 대못을 박기도 했지요


제가 특히 힘들었던 것은 아버지와 아들들의 관계, 그리고 두 아들끼리의 관계가 그리 좋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서로 상처 주는 날이 많았습니다. 대화를 할수록 서로 기분이 나빠지고 겉돌며 묘하게 날이 서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대화는 항상 서로 상처받으며 끝났습니다. 그렇기에 저녁식사 할 때도 가급적 밥만 먹거나 대부분의 날들을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 늦게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랬던 아들들이 할아버지 대소변을 치우면서 점차 서로 의지하고 위해주는 관계가 되어 갔습니다. 할아버지 대소변을 치우는 일이 너무 힘들기에, 상대에게 미루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해나가는 것입니다. 특히 큰아들은 아버지가 친 부모님도 아닌 외할아버지를 돌보고 매일 같이 퇴근 후에 자기들과 같이 똥 치우는 모습을 보며 아버지를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큰 아들의 표현에 의하면 피가 조금이라도 섞인 외손자인 자기도 이렇게 힘든데, 피가 하나도 섞이지 않은 어떻게 보면 완전히 남인 사위가 장인어른을 위해 매일같이 똥을 치우고 똥으로 가득 찬 쓰레기통을 묵묵히 매주 비우는 모습을 보며 아버지에게 찐 존경의 마음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저희 집은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기저귀를 차고 계시고 그 양이 매우 많습니다. 일주일마다 100리터의 쓰레기봉투를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다가 100리터 종량제봉투가 없어지고 50리터가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큰 쓰레기봉투가 되면서 남편은 매일 직접 손으로 똥 기저귀가 담긴 봉투들을 꾹꾹 누르며 쓰레기통을 정리했습니다. 100리터짜리 대형 봉투 일 때는 그냥 버리기만 해도 쓰레기 처리가 되었는데, 50리터가 되면서는 구석구석 쓰레기를 손으로 눌러야만 쓰레기 처리가 가능했습니다. 저희가 사는 동네는 시골 주택이어 일요일에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지정된 곳에 내놓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만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한 여름에 나는 똥기저귀 냄새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합니다. 방금 치운 것들도 냄새가 심하지만 5, 6일이 지난 똥기저귀와 오줌기저귀의 냄새는 서로 상호작용이 되면서 처음 냄새를 맡은 사람은 정말 구역질이 올라올 정도의 악취가 납니다. 그런데 남편은 이 악취로 가득 찬 쓰레기 정리를 다른 사람에게 한 번도 시키지 않은 채 마스크를 쓰고 빨간 작업장갑을 끼고 묵묵히 혼자 했습니다.


나중에 이렇게 힘든데 왜 아이들을 시키거나 함께 치우지 않고 혼자 했냐고 믈어보니 너무 냄새나고 더럽고 구역질 나기에 도저히 나나 아이들을 시킬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큰 아들과 작은 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큰 아들은 매일 퇴근하고 바로 집에 가지 않으면 아빠 혼자 할아버지 똥기저귀를 갈아야 하니까, 천안에서 학교 다닌 작은 아들은 주말에 집에 가지 않으면 아빠나 형이 힘들게 해야하니까 정말 매주 금요일 마다 집에 내려 온 것입니다.


너무 힘든 일이니까

같이 해도 힘든데

내가 빠지면 상대방이 너무 힘드니까

아이들은 함께 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너무 힘든 일이기에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배려하게 되고

서로 상대방이 자신을 배려 하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두 아들은 힘든 일을 함께 하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배려받음을 느끼며 진짜 동지가 되어 갔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둘이 부모인 저보다 서로 더 감싸 주고 배려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빠를 진심으로 존경 하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똥으로 하나된 아이들의 동지애와

아버지에 대힌 찐 존경!!

저는 이것이 아버지를 집에서 모시면서 아버지가 우리에게 남겨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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