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가장 힘들었던 순간(2)

또 대상포진

by 현성은

며칠 전 목요일 아침, 일어나 보니 저의 왼쪽 눈두덩이가 부어있었습니다. 많이 아프지는 않았지만, 혹시라도 전염성 눈병인가 해서 안과에 갔습니다. 안과에서는 눈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시며 이런 경우에는 3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벌레 물렸거나 염증, 그리고 드문 경우이지만 대상포진일 수도 있다고요. 하지만 아직까진 대상포진 같진 않고 시골에 사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벌레에 물렸을 수 있다고 하셔 약을 받아 집에 왔습니다. 약을 먹고 연고를 얼굴에 발랐지만 통증이 계속되어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인터넷으로 눈 쪽에 생긴 대상포진 증상을 검색해 보니 저와 증상이 비슷했습니다. 피부에 따끔거리는 통증이 지속적으로 있고 온몸이 나른했습니다. 눈썹 아래쪽으로 수포 같은 작은 것들이 보였고요.


대상포진에서 가장 강조하는 내용은 초기 치료입니다. 발병 72시간(3일)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먹어야 신경 손상을 줄이고 후유증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만약 초기 치료가 늦어지면 통증이 심해지고 피부가 나아도 계속 신경통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얼굴과 눈 쪽에 생긴 대상포진이 가장 위험했습니다.


어머니가 예전에 대상포진이 얼굴에 생겨 많은 고생을 하신 것을 직접 옆에서 보았기에 저는 아침에 바로 병원(피부과)에 갔습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에게 증상을 설명하고 대상포진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책상 의자에서 앉아 컴퓨터를 치며 제 가까이서 와서 환부를 살펴보지도 않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얼굴 오른쪽으로 돌려 보세요. 상처 손으로 만져 보세요. 아파요? “


“아니요. 지금은 안 아파요. 하지만 어젯밤에 너무 아팠어요.”


“알레르기예요. 대상포진 아니에요. 알레르기 약 받아 가세요.”


비록 제 환부를 가까이 확인하지 않고 처방을 내리는 모습이 좀 거시기했지만, 일단 저와 남편은 걱정했던 대상포진이 아니라는 말에 너무 기뻤습니다. 그리고 즐겁게 약을 받아 집으로 왔습니다. 다음날이 토요일이어 일요일까지 이틀 동안 열심히 처방해 준 약을 먹고 누워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태가 점점 안 좋아졌습니다. 특히 토요일 저녁부터는 눈만이 아니라 얼굴 전체가 퉁퉁 붓고 찌르는듯한 통증이 점점 심해져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빨리 월요일 아침이 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월요일 아침, 병원 문 여는 시간에 맞추어 다시 진료를 받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퉁퉁 부은 제 얼굴을 보더니 한마디만 말했습니다.

“대상포진이네 “


정말 어이가 없고

너무 화가 나고…..


대상포진 통증 보다

환자를 잘 살펴보지도 않고 오진을 해

대상포진 초기치료시간(3일, 72시간)을 놓친 의사에 대해 속상함과 화가 더 컸습니다….



허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약을 먹고 누웠습니다. 약을 먹었어도 찌르는 듯한 얼굴 통증은 더 심해졌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아이들과 감사한 것 5가지씩 적어 카톡으로 나누는데 이날만큼은 감사한 일을 적기가 어려웠습니다. 대상포진일까 봐 초기 치료시기 3일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목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안과와 피부과를 번갈아 갔는데 월요일에 대상포진 진단을 하다니 정말 속상했습니다. 아마 어머니를 통해 대상포진의 극심한 고통과 어려움을 보았기에 초기 치료를 놓친 것이 더 힘들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통증을 조금이라도 잊어버리기 위해 저는 브런치 글을 썼습니다.


브런치 글을 쓰면서

부모님을 돌보며 저에게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

어머니에게 대상포진이 왔던 때임을 기억하게 되었고

그리고 지금 나에게 어머니와 같은 대상포진이 나타난 이 시간이 또다시 내게 가장 힘든 시간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리게 된 계기가

척추 골절로 침대에 누워 있어서 핸드폰을 보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였음이 생각나 피식 웃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대상포진으로 아파 침대에 누워서

고통을 잊어버리기 위해

브런치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자 신기하게도 조금씩 고통과 분노마저도 흩어져갔습니다.


새삼 느끼지만

글을 쓰는 것은 정말 묘합니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마음에 울림을 주기도 하고

기억과 함께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고통스러운 아픔과 감정도 잠시 잊을 정도로 좋은 진통제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에 일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멋진 일이 분명합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또 지금의 고통을 잊기 위해

글에 집중하고 하나씩 써내려 가니

가장 힘들었던 시간조차도 추억의 시간이 되었듯이

지금의 고통도

분명 추억으로 웃을 수 있는 때가 올 것을 알고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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